정당별 국회에서 모여 다같이 역사적인 순간 생중계로 시청,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천막에 모여 정치공세 피켓 들어, 하태경 의원 오늘만은 문 대통령에 힘 실어주자고 제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지구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지켜보고 있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의 인민도 마찬가지다. 고양시 킨텍스에 위치한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30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도 남북 정상이 만나는 순간 환호성을 질렀다. 

취재하는 기자들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순간 환호를 질렀다. (캡처사진=jtbc)
취재하는 기자들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는 순간 환호를 질렀다. (캡처사진=jtbc)

우리 원내 모든 정당도 희망과 축하의 메시지를 냈다. 딱 하나 자유한국당을 빼고.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23일 야3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은 이번주만큼은 정쟁을 자제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하루 전까지 연일 맹공이었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야당 입장에서 매우 중대하기 때문에 이 건을 두고 여야 일방의 책임을 논할 수는 없다. 어찌됐든 회담 당일에는 원내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벅찬 마음으로 생중계를 지켜봤고 대한민국 국민과 한마음이었다.

전날(26일) 저녁 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기자들에게 보내는 공식 일정표에 9시20분부터 국회에서 모여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본다는 것을 포함했다. 바른미래당은 공지하진 않았지만 평소와 달리 조금 빠른 8시45분에 최고위원회의를 열었고 이어서 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봤고 이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한국당은 천막 농성에서 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열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은 천막 농성에서 의원총회와 원내대책회의를 열기도 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국민들도 축구 국가대표 응원하듯 오늘 하루만은 한마음으로 문재인 대통령 파이팅 응원하자. 오늘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표로서 북한의 대표와 일합을 겨룬다. 김정은은 비핵화에 대해 덜 양보하려 할 것이고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치열한 기싸움을 할 것이다. 우리 문 대통령이 비핵화 담판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온 국민들이 문 대통령에게 기운을 몰아주자”고 제안했다.

이어 “본청 들어오는 길에 한국당 농성 천막을 봤다. 한국당 의원들 열댓분이 여전히 김경수·드루킹 구호팻말을 들고 계시더라. 그래서 오늘 하루만은 참자고 한 말씀 드렸다. 오늘 하루는 김경수·드루킹 구호 접고 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고 읍소하고 올라왔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도 남북 정상회담을 기쁜 마음으로 바라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홍준표 대표에게도 읍소하겠다. 제발 오늘 하루만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 문재인은 좌파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다. 홍 대표의 대통령도 문재인이지 다른 누구가 아니다. 홍 대표가 일본TV에 나가서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사람은 좌파일 뿐이라고 발언했다. 그 말은 홍 대표의 대통령은 문재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홍 대표의 대통령은 누군가. 홍 대표가 일본TV 나가서 한 이 발언은 즉각 철회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대표는 24일 아사히TV와 인터뷰를 했고 26일 방송됐는데 여기서 “김정은의 위장평화 쇼를 나는 믿지 않는다. 과거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처럼 경제 제재로 체제 유지가 곤란한 북한을 살려주기 위해 정상회담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 여론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계층은 좌파들 뿐이고 우파는 지지하지 않는다. 중도층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고 발언한 바 있다.

26일에 딱 하나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논평을 냈고 27일에는 12시 점심 때까지 단 하나의 논평도 내지 않은 자유한국당. (캡처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26일에 딱 하나 남북 정상회담을 다룬 논평을 냈고 27일에는 12시 점심 때까지 단 하나의 논평도 내지 않은 자유한국당. (캡처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대표의 인식이 이러다보니 당도 궤를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이슈에 재빠르게 논평을 발표하는 한국당이지만 27일에는 그 어떤 공식 일정도 잡지 않고 12시까지 정상회담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아예 논평 자체를 하나도 내지 않았다. 26일에도 6개의 논평 중 딱 1개만 정상회담을 다뤘고 그 내용도 “북핵을 머리에 이고 아무리 평화협정 조약을 맺고 남북 화해쇼를 벌인들 북의 위협아래 놓인 대한민국의 위기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정태옥 대변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하는 부정적 주문이었다. 

이미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를 핵심 의제로 강조하고 있는데 화해와 평화라는 구호를 내세우지 말고 오직 비핵화에만 집중하라는 논평을 낸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인 두 사람은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지도부인 두 사람은 벅찬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지도부가 두 정상이 만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반면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당대표회의실에서 생중계를 지켜보다가 “안보에 무슨 여야가 있는가. 평화에 무슨 진보·보수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는가. 평화 없이는 발전도 생명도 생존도 기약할 수 없지 않은가”라며 “9년 동안 의식불명 상태이던 한반도의 평화를 심폐소생해 다시 살려낸 오늘이다. 더 이상 평화의 길을 방해하거나 폄훼하거나 회담의 성공을 정쟁거리로 흠집내려는 시도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과의 모든 소통채널을 막아 미사일 발사, 핵 실험을 부추겼고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마저 단절시켰던 이전 보수정권의 실패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야당의 공세를 염두에 두고 발언했다. 

이날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 앞쪽과 뒤쪽에 2개의 TV가 설치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의 지도부는 벅찬 마음으로 두 정상의 첫 만남을 지켜봤고 감격의 웃음을 지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우원식 원내대표도 “민족의 염원을 안고 만나는 남북 정상회담조차 색깔칠하려는 야당에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오늘은 자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오늘 이 순간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김대중·노무현 두 분 대통령께서 분단의 장벽을 넘어 남북 대화와 협력의 씨앗을 심어왔기 때문”이라며 “하늘에 계신 두 분도 흐뭇한 미소를 짓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마주잡은 손을 지켜보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대표회의실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의당의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 모든 것은 촛불로부터 비롯되었다. 촛불이 정권을 바꾸고 한반도의 냉전체제를 바꿔가기 시작했다”며 “오늘 점심으로 평양냉면과 빈대떡을 사겠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의원은 “종전 선언은 쉽게 합의되리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앞으로 평화체제 유지를 위한 남북한 군비 통제 문제까지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쪼록 두 정상이 힘을 합친 것처럼 우리 정치권도 힘을 합쳐 한반도를 좌우하는 평화의 문제만큼은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열리길 바란다”고 발언했다.

정의당은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 정상회담을 기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환하게 웃으며 남북 정상회담을 반기고 있는 정의당 지도부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평화당은 당명에 평화가 들어갔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뜻을 계승하는 정당으로서 남다른 소감을 드러냈다. 무엇보다 이 화해 분위기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장병완 원내대표는 “남북 정상회담 합의사항이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화당은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첫째 남북 합의사항의 상시 이행 의무를 명시하고, 둘째 남북 합의사항의 이행 상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끝으로 남북 합의의 논의 과정에 국민 여론이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의 의결제출권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공언했다.

조배숙 대표는 “정상회담의 성공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바꾼 인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경제협력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아쉽지만 곧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북 이산가족이 자유롭게 상시 상봉할 수 있는 중립지대 설정을 합의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중시하는 민주평화당은 이번 정상회담을 남다르게 지켜봤다. (사진=박효영 기자)

한편, 소수정당인 민중당·노동당·녹색당·우리미래 등은 모두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했지만 원내 1석(조원진 의원)을 보유한 대한애국당과 원외 공화당은 남북 정상회담 자체를 악의적으로 폄하했다. 

대한애국당 대변인실은 26일 논평을 내고 “거짓으로 정권을 잡은 권력찬탈 세력들이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을 김정은의 입에 갖다 바치는 그러한 반대한민국 반민족적 행위를 할 경우 목숨을 걸고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날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트위터에서 “샴쌍둥이의 평화위장쇼 가면극 꼴이고 세계인을 상대로 국제기만쇼 꼴이다. 의장대의 받들어 총은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 꼴이다. 비정상의 비정상회담 꼴”이라며 상식 이하의 주장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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