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의 마무리 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평양에 오는 길 문 대통령에 제안, 정동영 의원 전직 통일부 장관의 경험을 살려 향후 상황 전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북 정상회담의 오전 일정이 마무리됐고 오후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 분위기는 밝고 좋다. 오전 회담이 끝나고 마무리 발언에서 그걸 느낄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북한 노동당)은 “평양가신다는 말을 듣고 우리 도로라는 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실 거다. 내가 오늘 내려와봐서 아는데 그렇기 때문에 비행기로 오시면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고 또 이렇게 잘 될 것 같다”고 말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그 정도는 약간 남겨놓고 또 합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지”라고 농담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그치 오늘 여기서 다 얘기해서 다음 기회까지 다 할 필요는 없는데”라고 화답했다.

오전 회담은 확대 정상회담의 형태로 몇몇 참모들이 동석해서 진행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오늘 좋은 논의들을 많이 이뤄서 남북 국민들에게 전세계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의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 된 것들이 발표되고 하면 기대했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훈민정음이란 작품을 뒷배경으로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장면을 보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전 통일부 장관)은 27일 <남북정상회담 특집 뉴스현장>에 출연해 “2차 정상회담을 평양에서 한다는 걸 합의한 거다. 나는 8.15 전후가 좋다고 생각해왔는데 이 문제는 앞으로 논의하자는 거고. 평양에서 하기로 결정이 된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100분간 회담을 했는데 두 지도자의 표정이 아주 밝다. 문 대통령이 세계인에게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했고 김 위원장이 빙산의 일각이지만 이게 발표되면 만족을 드릴 것 같다고 했는데 이건 비핵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했다는 얘기”라고 해석했다. 

정동영 의원은 풍부한 대북 관련 경험을 통해 정상회담을 설득력있게 해석하고 향후 전망을 관측했다. (캡처사진=jtbc)

정 의원은 이날 아침 tbs <김어준의 뉴스광장>에서는 “1·2차 남북정상회담을 하고 내용을 정리하는데 하룻밤이 꼬박 걸렸지만 이번에는 당일치기 회담이다. 이미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은 작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미 나와 있는 합의문에서 두 정상이 만나서 명확하게 재확인했고 더 좋은 방향으로 추가된 내용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 의원은 “김 위원장이 한반도가 지정학적 피해국에서 지정학적 수혜국으로 나서야 한다는 말은 한 적이 있다”며 이는 문 대통령의 북방경제론과 통한다고 주장했다. 두 정상이 도보 다리를 산책할 때 그런 이야기들을 터놓고 하게 되면 통큰 경제적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과 문 대통령이 레드카펫을 걸어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의원은 김 위원장과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교하면서 “김 위원장이 동굴에서 나오려고 하고 있다”고 묘사했다.

이어 “아들이 더 통이 큰 것 같다. 아들은 고도성장이 꿈이다. 김 위원장은 인민이 허리를 졸라매도록 만들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정권 유지에 너무 집착했고 수세적이었다. 김정은은 공세적이고 자신감이 있다.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고 미국이 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국가 비전 설계와 관련해서 체제는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성공한 중국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는 평론이 많았다. 정 의원은 중국보다는 “베트남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세계 사회주의 블록이 다 망했지만. 베트남, 중국, 북한은 살아남았다. 베트남은 중국보다 좀 더 이데올로기적이다. 베트남과 미국은 15년간 전쟁했다. 베트남은 천지개벽했다. 김정은의 눈으로 봤을 때 나도 그 길을 갈 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 김 위원장은 최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북한 인민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발언했다. 오전 회담에서는 평화와 번영이라고 말했는데 ‘번영’이 귀에 쏙 들어왔다(경제적 풍요를 추구한다는 차원)”는 설명이다. 

이어 “이것은 동굴 밖으로 한 발 내디딘 것이다. 물론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북한 헌법에 실린) 핵보유를 수정할 것이고 인민은 이미 설득됐을 듯 싶다. 북한은 최고결정자의 결정에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은 “통일은 도둑같이 오면 안 된다. 그것은 붕괴론”이라며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와야 한다. 통일은 과정”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군의 사열을 받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 의원은 독일 통일에서 배워야 할 교훈이 있다며 그 과정을 설명했다. 

예컨대 “1972년 동서독이 기본조약을 맺고 경계선과 영토를 존중하고 무력사용과 무력위협을 포기하고 상주 대표부를 서로 교환하고 동서독 2국가 2체제로 가게 된다. 그때 서독에서 뭐라고 말했냐면. 동독은 제재하고 압박하고 붕괴시켜서 흡수해야 할 대상인데 그걸 국가로 인정하다니 그래서 빌리브란트 수상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된다. 만약 그때 빌리브란트가 물러났다면 독일의 역사는 바뀐다. 오늘부터 이제 남북 연합을 향해서 발걸음이 시작된 거라 본다. 2국가 2체제로 가는 것”이라는 게 정 의원이 주목하는 독일식 교훈과 남북 통일 로드맵이다.

끝으로 정 의원은 “백범 김구 선생이 머릿 속의 38선을 지워야 땅 위의 38선이 지워진다고 말씀하셨다”고 지금 이 격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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