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상의 ‘사소한 것들’이 국가 운명에 미칠 영향
두 정상의 ‘사소한 것들’이 국가 운명에 미칠 영향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4.2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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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함을 빨리 풀고 도보다리 의자에서 30분 간 단독 회담, 소탈하게 의사소통한 두 정상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16시39분~17시21분까지 진행된 ‘도보다리’에서의 단독 회담 내용을 알 수는 없다. 두 정상은 16시42분 도보다리 끝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예정 시간보다 더 길게 대화를 나눴고 이는 17시12분까지 30분 간 깊은 담소가 지속됐다. 중간에 촬영기자들을 향해 자리를 피해달라고 요청한 뒤에는 아무도 없는 진짜 단독 회담이었다.

도보다리 의자에 앉아 아주 길게 대화를 이어나간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보다리 의자에 앉아 아주 길게 대화를 이어나간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보다리를 산책한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보다리를 산책한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상도 사람이다. 국가를 책임지는 최고결정권자이지만 처음 실물을 대면하게 되면 어색할 수 있다. 어색함을 깰 수 있는 공통 관심사, 적절한 농담과 재치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낯설음을 얼마나 잘 풀어내느냐에 따라 국가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안보·경제·사회문화와 관련 정상 회담을 매끄럽게 이끌어낼 수 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7일 오후 판문점 브리핑룸에서 바로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환담 내용을 발표했다. 

윤 수석이 자세히 소개한 두 정상의 대화 내용은 9시29분 첫 만남부터 10시15분 오전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까지와 11시55분 끝난 직후 회담의 마무리 발언 때까지다.

윤 수석은 이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브리핑을 담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 수석은 이날 열린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브리핑을 담당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첫 악수를 하면서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남측으로 넘어온 뒤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같이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행렬 의장대를 함께 지나쳤고 “외국 사람들도 우리 전통 의장대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 보여드린 전통 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 보여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아 그런가? 대통령께서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다”고 화답했다. 

의장대 사열을 마치고 김 위원장은 수행원들과 악수를 하면서 “오늘 이 자리에 왔다가 사열 끝내고 돌아가야 하는 분들이 있다”고 밝혔고 문 대통령은 “그럼 가시기 전에 남북 공식 수행원 모두 기념으로 사진을 함께 찍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예정에 없던 깜짝 포토타임이 진행됐다.

사열대를 지나치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열대를 지나치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회담장이 있는 평화의집 로비에 들어서고 민정기 화백의 ‘북한산’ 그림을 보면서 김 위원장은 “어떤 기법으로 그린 것이냐”고 질문했고 문 대통령이 “서양화인데 우리 동양적 기법으로 그린 것”이라고 답했다. 

두 정상은 9시48분 환담장에 들어섰다. 문 대통령이 먼저 뒷벽에 걸려있는 김중만 작가의 ‘훈민정음’을 소개하며 “이 작품은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의 글씨를 작업한 것이다. 여기 보면 서로 사맛디는 우리말로 서로 통한다는 뜻이고 글자의 미음이 들어가 있다. 맹가노니는 만들다는 뜻이다. 거기에 기역을 특별하게 표시했다. 서로 통하게 만든다는 뜻이고 사맛디의 미음은 문재인의 미음, 맹가노니의 기역은 김 위원장의 기역”이라고 의미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웃었고 “세부에까지 마음을 썼다”고 화답했다. 

훈민정음 작품 앞에 앉은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훈민정음 작품 앞에 앉은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의 “여기까지 어떻게 오셨냐”는 물음에 김 위원장은 “새벽에 차를 이용해 개성을 거쳐 왔다. 대통령께서도 아침에 일찍 출발하셨겠다”라고 되물었고 문 대통령은 “불과 52km 떨어져 있어 한 시간 정도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우리 때문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참석하느라 새벽잠을 많이 설쳤다는데 새벽에 일어나는 게 습관이 되셨겠다”고 농담을 던졌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께서 우리 특사단에 갔을 때 선제적으로 말씀해주셔서(그런 농담을 이미 했음) 앞으로 발 뻗고 자겠다”고 재치있게 응수했다. 여기서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새벽잠을 설치지 않도록 내가 확인하겠다”고 의미있는 발언을 했다. 가벼운 분위기 속 더 이상 무력 도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어 “불과 200미터 오면서 왜 이리 멀어보였을까 또 왜 이리 어려웠을까 생각했다. 원래 평양에서 문 대통령을 만날 줄 알았는데 여기서 만난 것이 더 잘 됐다. 대결의 상징인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가지고 보고 있다. 오면서 보니 실향민들과 탈북자,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으로부터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우리 만남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다. 이 기회를 소중히 해서 남북 간의 상처가 치유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분단선이 높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이 밟다보면 없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야말로 언중유골이다.

환담장으로 들어서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환담장 앞편에 걸린 ‘장백폭포 성산일출봉’ 그림을 가리켰고 “왼쪽에는 장백폭포가 있고 오른쪽에는 제주도 성산일출봉 그림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백두산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나는 백두산을 가본적이 없다. 그런데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가는 분들이 많더라. 나는 북측을 통해서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반응했다.

여기서 또 중요한 대목이 나온다. 방북 의향을 밝힌 문 대통령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 평창 올림픽에 갔다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우상화된 1인 최고지도자가 자국의 약점을 진솔하게 토로한 것이고 4차 정상회담은 평양에서 열릴 수 있다는 것을 드러내주고 있다.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회담장에서 김 위원장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에 문 대통령은 “앞으로 북측과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이 모두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런 것이 6.15·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을 하지 못 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십년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다시 이었다”고 되려 김 위원장을 치하했다.

비슷하게 오전 회담 마무리 발언에서 김 위원장은 “내가 말씀드리자면 고저 비행기로 오시면 제일 편안하시니까 우리 도로라는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불편하다. 내가 오늘 내려와보니까 이제 오시면 이제 공항에서 영접 의식을 하면 잘 될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그 정도는 또 남겨놓고 닥쳐서 논의하는 맛도 있어야 한다”라고 말해 모두가 함께 웃었다. 

김 위원장도 “오늘 여기서 다음 계획까지 다 말할 필요는 없다”라며 호응했다. 

사실 그동안 미국과 국제사회 그리고 남한이 북한의 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측면이 강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기대가 큰 만큼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큰 합의를 해놓고 10년 이상 실천을 못 했다. 오늘 만남도 <그 결과가 제대로 되겠나>하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짧게 걸어오면서 정말 11년이나 걸렸나라고 생각했다. 그런 우리가 11년간 못 한 것을 100여일 만에 줄기차게 달려왔다. 굳은 의지도 함께 손잡고 가면 지금보다 못 해질 수 있겠나”라며 합의의 이행과 긍정적인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 

회담장에 마주 앉아 논의하고 있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회담장에 마주 앉아 논의하고 있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은 “오늘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과 나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잘 할 것이다. 과거에는 정권 중간이나 말에 늦게 합의가 이뤄져 정권이 바뀌면 실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내가 시작한지 이제 1년차다. 임기 내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달려온 속도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김여정 부부장의 부서에서 만리마 속도전이라는 말을 만들었는데 남과 북의 통일의 속도로 삼자”고 호응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살얼음판을 걸을 때 빠지지 않으려면 속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말이 있다”고 보조를 맞췄다.

문 대통령은 “과거를 돌아봤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이제 자주 만나자. 이제 마음 단단히 굳게 먹고 다시 원점으로 오는 일이 없어야겠다. 기대에 부응해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보자. 앞으로 우리도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백두산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백두산 작품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전에 고위급회담을 통해 물밑 작업이 충실히 이뤄졌음을 알 수 있는 대목도 나왔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을 내가 여기서 만나면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래도 친서와 특사를 통해 사전에 대화를 해보니 마음이 편하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배석한 김여정 제1부부장(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을 가리키며 “김 부부장은 남쪽에서는 아주 스타가 됐다”고 말했고 모두가 크게 웃었다. 윤 수석은 김여정 부부장의 얼굴이 빨개졌다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과 악수하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여정 부부장과 악수하는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자고 왔고 우리 사이에 걸리는 문제들에 대해 대통령과 무릎을 맞대고 풀려고 왔다. 꼭 좋은 앞날이 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다시 한 번 의지를 보였고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문제는 우리가 주인이다. 세계와 함께 가는 우리 민족이 돼야 한다. 우리 힘으로 이끌고 주변국들이 따라올 수 있어야 한다”며 한민족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문 대통령은 “오늘 좋은 논의를 많이 이뤄서 우리 남북의 국민들에게 전세계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많이 기대하셨던 분들한테 물론 이제 시작에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겠지만 우리 오늘 첫 만남과 오늘 이야기 된 것이 발표되고 하면 기대하셨던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기대를 만족을 드렸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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