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사용가능한 풍계리 핵 실험장 공개 폐쇄, 표준시 서울에 맞추기로, 미일 정상과 통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이후 ‘판문점 선언’ 외에 추가로 합의된 조치들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7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5월 내에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할 것이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들을 조만간 북한으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의 전언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일부에서 못 쓰게 된 것을 폐쇄한다고 하는데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 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있고 아주 건재하다”고 말했다.

풍계리에는 노후화된 1·2번 갱도 외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3번 갱도와 건설 중인 4번 갱도의 존재가 이미 알려져 있었다. 20일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 실험장 폐기가 결정됐고 이것이 발표됐을 때 3·4번 갱도의 폐기까지 선언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진정성이 아예 없다고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도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3번 갱도는 상시 핵 실험이 가능한 상태로 관리 중”이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두 정상이 직접 발표한 '판문점 선언'. (사진=청와대)
남북 정상회담을 가진 이후 두 정상이 직접 발표한 '판문점 선언'. (사진=청와대)

또한 김 위원장은 “미국이 북에 대해 체질적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남쪽이나 태평양 상으로 핵을 쏘거나 미국을 겨냥해서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자주 만나 미국과 신뢰를 쌓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발언했다.

특히 “우발적 군사충돌과 확전 위험이 문제인데 이를 제도적으로 관리하고 방지하는 실효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만 이뤄진다면 비핵화와 군사적 충돌 방지를 위한 조치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가지 더 중요한 조치로서 김 대변인은 김 위원장이 “30분 늦은 평양 표준시를 서울 표준시에 맞추겠다”고도 밝힌 점을 공개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정상 부부와의 환담을 나누던 중에 “평화의 집 대기실에 시계가 두 개 걸려있다. 하나는 서울 시간 다른 하나는 평양 시간을 가리키고 있는데 가슴이 아팠다. 북과 남의 시간부터 먼저 통일하자. 이건 같은 표준시를 쓰던 우리측이 바꾼 것이니 원래대로 돌아가겠다. 이를 대외적으로 발표해도 좋다”고 선제적으로 발언했다는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이후 바로 미일 정상들과 통화해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사진=청와대)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21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9일 오전 10시 아베 일본 총리와 각각 전화통화를 했고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설명했다.

한미 정상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될 수 있도록 긴밀하게 협의하기로 했다. 회담의 시기는 가급적 빨리 열기로 했고 장소는 압축된 2~3곳의 후보지와 관련 장단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전화를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받겠다며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전향적 움직임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북일 정상회담과 양국 간의 국교 정상화를 위해 다리를 잘 놓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마치고 일본을 방문한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만났다. 서 원장은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향후 추진 방향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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