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의 문화살롱] 인생의 키워드
[이재인의 문화살롱] 인생의 키워드
  • 이재인
  • 승인 2018.04.3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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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충남문학관장 / 소설가
이재인 충남문학관장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우리 국민들이 김소월 시인에 대해 열광하고 그의 시를 애송하는 데에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그의 시의 율조는 3·4조 민요조이다. 그것만으로 애송시가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숨겨진 비밀이 광맥처럼 땅속에 숨겨 있는 것도 아니다. 아주 보편적이지만 사람들은 무관심해서 놓친다.

그의 시에는 수미쌍관이거나 반복법으로 구성되어 있는 기법이 있다. 저 독일의 히틀러의 연설에 젊은이들이 열광의 박수를 보낸 것도 그의 반복적인 설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모든 일에는 말과 글이 따르게 되어 있다. 인문학의 기본이 말과 글이다. 그러나 말은 반복함에 설득력이 있다.

“내가 한번 말하면 사람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두 번 말하면 사람들이 나를 돌아본다. 세 번 말하면 사람들이 내 말을 비웃는다. 네 번째 말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다섯 번째 거듭 말하면 사람들이 내 말에 열광한다”고 히틀러는 고백했다.

반복이란 이렇게 놀라운 효능을 지니고 있다. 그러니까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꾸준한 반복이 필요하다. 이 말은 「한국문학전사」를 쓴 조윤제 박사의 말로 표현하면 <은근과 끈기>이다.

필자의 꿈은 중학교 국어선생이었다. 물론 시를 쓰면서 고향을 지키는 그런 뜻을 항시 지니고 살았다. 이런 소망을 이루기 위하여 필자는 예전에 김동리와, 안수길, 박영준이 근무했던 2년제 대학엘 가야만 했다.

젊은 혈기대로 문예창작과 김동리 학과장을 찾아갔다.
“저는 훌륭한 소설가가 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대학교 문예장학생으로 좀 뽑아주셨으면…….”

김동리 교수는 호기롭게 대드는 나의 말에,
“자네는 신춘문예나 문예지 신인추천을 받았는가?”
“그렇다면 선생님을 찾아뵈올 일이 없지요. 한번 장학생으로…….”

나는 간절한 표정으로 두 손을 비비면서 선생의 눈치를 살폈다.
“규정에 신춘문예 당선자나 문예지 3회 추천 완료자만 뽑는데…….”
“선생님? 신춘은 제가 내년에 꼬옥 당선을 하겠습니다.”

물론 귀신도 아닌데 앞일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마는, ‘비나이다. 비나이다.’라는 심정으로 두 손을 비볐다.

그러나 결국 퇴짜를 맞고 다시 김동리 교수를 소개해주신 소설가 오영수 선생을 찾아갔다.
“선생님 동리선생이 안된다고 으름장을 놓으셨는데…. 저는 대학에 못가면 애머슴을 가야합니다. 다른 대학에 또 추천을 해주시지요?”

이렇게 오 선생님을 세 번씩이나 찾아가서 애원을 했다. 결국 서울의 4년제 K대학에 조건부 장학생으로 입학이 되었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중학교 교사의 자격증도 얻었다. 고등학교 교사의 경력도 가지게 되었다.

교육청, 그리고 문교부에까지 갔고 결국은 대학교수까지 올랐다. 이제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좌절은 없었다. 기회만 있으면 저돌적으로 대쉬했고 또 전진했다. 결국은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째의 반복이 나를 일으켜 세웠다.

지금 청소년들이 취업이 어려워 비정규직이거나 임시직으로 전전한다 해서 인생이 그렇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다만 김소월이나 히틀러처럼 연속적으로 반복을 거듭할 수 있는가의 의지(意志)가 중요하다.

그러니까 한 두 번의 실패는 나를 강하게 하는 근력(根力)기도 하다. 우리의 ‘아리랑’ 곡조나 ‘푸른 하늘 은하수’도 따지고 보면 3·4조나 7·5조의 민요조이기 때문에 호소력도 있고 가슴에 스며드는 애틋함도 있다.

이제 6월 지자체 선거도 점점 다가온다. 유권자들은 생소한 입후보자의 이름을 모른다. 다섯 번, 여섯 번 밭을 갈 듯 표밭을 일구면서 내 인생과 우리들 인생의 키워드를 강조하는 반복법부터 익히는 게 승리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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