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과 야당의 습관, 4월 국회 파행의 책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민들이 국회를 어떻게 바라볼까를 생각하면 정말 민망하고 소름이 돋기까지 하다. 국민이 국회를 그냥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4월 국회와 5월 국회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 교섭단체 대표 여러분들께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호소했다. 한 번도 본회의를 열지 못 한 4월 국회의 파행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세균 의장은 매번 여야의 자중을 요구하지만 원내대표들은 면전에 두고 비판을 일삼기 바쁘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세균 의장은 매번 여야의 자중을 요구하지만 원내대표들은 면전에 두고 비판을 일삼기 바쁘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장 주재로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렸다. 바로 지난주(27일)에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있었고 전국민을 한마음으로 모아냈을 정도로 감동적이었지만 여야의 갈등이 상존하는 국회는 여전했다.

일하는 국회가 되려면 결국 여야 양보가 중요한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자리 추경·민생 입법·판문점 선언의 비준’ 등 언제나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더미라서 그걸 강조하기 바쁘다. 

하지만 야당은 언제나 정부여당의 실정만 눈에 보이고 이를 시정하도록 한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밖에 천막을 세워놓고 연일 대여 강경투쟁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회의장실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강한 어조로 민주당을 비판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밖에 천막을 세워놓고 연일 대여 강경투쟁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회의장실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강한 어조로 민주당을 비판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우원식 워내대표는 어떤 경우든 5월 임시국회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는데 며칠 만에 바뀌었다. 남북 정상회담 합의를 국회 차원에서 비준하기 위해 그 입장 때문에 5월 국회 소집에 응한 것이다. 자신들이 필요하면 국회 열고 그렇지 않으면 국회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청와대와 집권당 민주당의 인식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하는 동안 이렇게 어이없는 정치는 처음 봤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김정은 위원장을 불러놓고 당청 만찬회로 한정짓는 것은 대단히 가슴 아프고 이게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인가 암울한 마음이 들었다”고 밝혔다.

확실히 야외 천막 의총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 보다는 톤 다운됐지만 김성태 원내대표는 정부여당에 대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시간차로 발표하는 것, 완전한 북핵 폐기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가 판문점 선언문에 명시된 점, 회담의 최종적 결과를 북미 정상회담에 떠넘겼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민주당을 몰아붙이는 것은 바른미래당의 김동철 원내대표도 매섭다. 정 의장의 표현을 문제삼아 민주당을 비판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매번 바로 옆에 앉아 우원식 원내대표를 향해 돌직구와 쓴소리를 날린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매번 바로 옆에 앉아 우원식 원내대표를 향해 돌직구와 쓴소리를 날린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여야 간의 기계적인 균형만을 맞추려고 하는 게 의장님의 역할이 돼서는 안 된다. 시시비비를 가릴 때는 가려줘야 된다”며 “국회가 정상화되지 못 하고 있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민주당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김동철 원내대표가 연일 설파하고 있는 집권여당의 책임론은 한 마디로 국정에 무한 책임지는 자세로 정부여당이 야당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당위다. 야당이 주장하는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관련 특검을 받지 않기 위해 민주당이 국회를 파행시켰다는 주장과 함께 야당을 되려 공격하는 모양새를 “집권 야당”이라며 꼬집는 게 대표적이다.

이어 “지금이라도 민주당은 특검을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서 추경도 처리하고 국민투표법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특별감찰관 임명, 방송법 처리 등도 촉구했다. 

한국당과 달리 김동철 원내대표는 판문점 선언에 비핵화와 핵 없는 한반도를 명문화한 것은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이행이 남아있기 때문에 아직 우리가 긴장과 경계의 끈을 늦춰선 안 되겠지만 과거보다 진일보한 합의이기 때문에 높이 평가하고 어떻게든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이행을 위해서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 대신 여야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회찬 원내대표는 김동철 원내대표 대신 여야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으로 회동에 참석한 이후 일하는 국회를 위해 매번 중재안을 제시하고 있다.

노 원내대표는 “남북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은 상대에게 조건을 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여야가 최근의 남북관계 모습에서 배워야 될 게 바로 그 점이다. 조건없이 5월 국회를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합의할 수 있는 것은 본회의에서 표결 처리하고 쟁점은 그대로 남겨두는 투트랙 분리 방식을 강조했던 노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지방선거 출마로 인한 사직의 건·노조를 탄압한 삼성에 대한 국정조사·대한항공의 갑질 문화에 대한 청문회 개최·개헌협상·18세 선거연령하향 조정·청년실업과 고용위기지역 지원 문제 등 현안이 산더미 같이 많다”고 발언했다.

이중 상당수는 무쟁점 사안이라는 게 노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특히 “방송법, 드루킹 사건 등 (여야 쟁점 사안에 대해) 그동안 (여야 원내대표) 비공개 회담에서 상당히 의견 합의의 진전을 보인 것들도 있다. 마저 합의해서 국회를 그대로 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