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와 ‘한국당’을 대처하는 방법
‘홍준표’와 ‘한국당’을 대처하는 방법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5.02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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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선언에 대한 나홀로 폄하,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견, 북미 정상회담에 사실상 베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원내 정당들 중 자유한국당만 판문점 선언을 폄하하고 있는 상황이 됐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4.27 남북 정상회담 토론회’에서 홍준표 대표와 한국당을 어떻게 대처해가느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홍준표 대표가 하는 말에 대해 더 이상 진지하게 관심을 갖는 부분이 없다. 정치권에서 제일 쉬운 게 홍 대표를 비판하는 일이다. 그래서 여당 지도부부터 전부 홍 대표 비판만 하고 있다. 왜 홍 대표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수정당이 저럴까 고민해보면 생존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다. 대화와 소통이 큰 효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고 국민을 바라보고 갈 수밖에 없다.” 

심상정 의원은 판문점 선언 이후 정의당의 평화 체제 대안을 제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달 27일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판문점 선언을 바라보는 국민 여론은 매우 호의적이다. 정상회담 직후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MBC가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센터’에 의뢰해 4월29일~30일 전국 거주 19세 이상 성인남녀 102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12%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86.3%가 나왔고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도 88.7%로 긍정 평가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미국·중국·일본·러시아 정부까지 환영의 입장을 냈다. 합리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미래당까지 높게 평가했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으로 향하던 당시 재향군인회 소속 시민들이 응원했고 국내 최대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은 “한반도의 획기적 번영과 민족의 역사적 숙원을 이루기 위한 거대한 발걸음으로 높이 평가한다”며 판문점 선언을 지지했다. 한국당 내부의 광역단체장 후보들(김문수·남경필·유정복·김태호)도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홍 대표의 자제와 당의 입장 전환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두언 전 의원은 4월30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는 있다. 그런데 그걸 뭉뚱그려서 위장평화쇼라고 하는 것은 전국민적인 관심과 희망에 비춰보면 거리가 있다. 선거 국면에서 지지자들을 축소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둔 한국당 후보들 입장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질만 하다. 

홍준표 대표는 여론이 악화되자 바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대표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의 변수가 선거에 영향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생업에 허덕이는 서민에게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큰 변수는 아니다.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민생”이라며 국민 여론과 한국당의 대북관이 맞지 않아도 선거에서 불리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상회담 이후 한국당의 지지율은 11.3%로 더불어민주당 59.6%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국당에서 북핵폐기추진특별위원회, 장제원 수석대변인, 전희경 대변인은 연이어 매우 비판적인 논평을 냈고 홍 대표는 이와 궤를 같이해 5번의 페이스북 글을 올리고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장제원 의원은 홍 대표의 입장에 적극 동조하고 호응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희경 의원은 한국당에서 가장 색채가 강한 보수우파 이념을 갖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판문점 선언을 깍아내리는 근거는 뭘까. 

△북핵 폐기의 구체적 로드맵이 없고 지난 합의 때보다 후퇴했음 △‘핵 없는 한반도’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미국의 핵우산까지 해제될 수 있음 △북한이 핵을 폐기하면 되는데 ‘각기 책임과 역할’을 명기할 필요가 없음 △북핵 폐기는 ‘리비아 방식’이어야 함 △적대행위 전면 중지로 인해 한미 군사훈련을 못 할 수도 있고 우리의 자발적 무장해제와 같음 △북한의 군사도발에 사과도 못 받았는데 초보적 심리전인 확성기 방송도 못 하게 하는 것과 표현의 자유 영역인 대북 전단지 살포 금지도 문제있음 △서해 평화수역 합의는 NLL을 북한에 몽땅 내주는 것임 △평화협정은 곧 주한미군 철수로 귀결됨 △완전한 북핵 폐기와 대남적화통일을 규정한 북한의 제도적 장치가 제거돼야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가능 △최소한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했어야 함 △이산가족 상봉도 10.4 선언 때보다 후퇴 △경제협력 합의는 국제사회의 공조와 제재 기조와 어긋남 △북핵의 완전한 폐기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북 제재 이완 조치해주면 안 됨 △민족 자주 원칙은 북한의 통일전선전략이라 김정은 위원장과 우리 주사파들의 숨은 합의가 의심됨 △자주 원칙을 천명해놓고서는 우리 문제인 북핵 폐기는 북미 정상회담에 넘겨버림 △평화는 힘의 균형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말의 성찬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님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북핵 폐기를 위한 대화여야 함 

그동안 홍 대표와 한국당이 자주 밝혀왔던 안보론과 맞닿아있는데. 과연 이 주장들은 타당한 것일까.

‘비핵화 로드맵’과 ‘미국’의 역할

가장 먼저 이번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하긴 했지만 구체적 로드맵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2005년 9.19 성명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핵확산금지조약)와 IAEA(국제원자력기구)로 복귀한다고 약속했고, 1992년 남북 기본합의서에서 ‘남북핵통제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과 같은 방안이 없다. 

하지만 5월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고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사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어느정도 북핵 폐기에 대한 로드맵 관련 큰 틀의 합의를 이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먼저 종전을 표현하고 김 위원장을 칭찬할 리가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핵 시설 어디든 다 봐도 된다”라는 확답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은 3월31일~4월1일 방북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사진=백악관)
폼페이오 장관은 3월31일~4월1일 방북해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사진=백악관)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전후 트럼프 대통령과 수시로 전화통화하고 미국과 보조를 맞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객관적으로 북한은 핵을 보유한 세계 최강대국 미국으로부터 체제 위협을 느끼고 핵 개발에 나선데다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 핵우산을 제공해주지 않고 있다. 때문에 북핵 제거를 위해서는 북미 수교와 미국의 선제 공격이 없을 것이라는 체제보장이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완전한 비핵화만 명시하고 구체적인 핵 폐기 로드맵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남겨둔 것도 그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한미 공조를 누구보다 강조해왔던 한국당도 잘 알고 있다. 

홍 대표는 위장평화쇼라고 3차 남북 정상회담 자체를 폄하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대표는 2월20일 페이스북에서 “북을 제재하듯이 한국도 제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연이은 미국의 경제 보복인데 (문재인 정부의) 친북 정책을 버리지 않으면 이 국면을 벗어 날 수 있을까”라며 미국의 관세 보복책을 주관적으로 해석했다. 북한에 대응하는 안보 정책에서 미국과 방향성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고 그게 안 맞아서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에 보복 관세를 내린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당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단순히 판문점 선언에 구체적인 북핵 폐기 로드맵이 없다고 평가절하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특히 민족자주원칙을 명시한 것이 북한의 선전 전략에 넘어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핵 문제는 미국에 넘겼는지라고 따져 묻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 것을 두고서는 왜 미국에 미루냐고 하고 남북이 할 수 있는 것을 그렇게 하겠다는 자주 원칙에 대해서는 북한의 선전에 넘어갔다고 비판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수밖에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보수 정권에서 맺은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 기본합의서에도 조국통일 3대원칙으로 ‘자주’가 천명돼 있다. 홍 대표는 30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다시 공부하고 질문하라”고 기자를 나무랐다. 오히려 그때의 민족 자주와 지금이 뭐가 다른 것인지 홍 대표가 설명해야 하는 대목이다.

홍 대표는 다른 정당들처럼 적당히 할 수 있지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2월1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전술핵 재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가장 실효적인 군사적 대책”이라며 “실효성 없는 남북 대화론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한반도를 더욱 위험에 빠뜨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요구하며 1000만인 서명운동까지 하고 있다. 즉 비핵화 구호는 북한에게 해당되는 것이고 북핵에 방어하는 우리의 핵 무장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핵 탑재 전략무기 도입도 그런 차원인데 이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자위적 조치라는 설명이다. 마찬가지로 자위적·생존적 차원에서 핵 개발을 하는 것이라고 북한은 내세우고 있다.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하고 있다. (자료=자유한국당)

우리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핵 폐기만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북핵 폐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핵우산이 정당화되는 우리의 안보 수요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북한도 한미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핵 무장하게 되는 명분을 갖게 된다. 이게 국제정치론에서 말하는 ‘안보 딜레마’ 이론이다.

홍 대표는 기자회견문에서 “앞으로 북한이 선언을 지키라고 시비를 걸면 한미 군사합동훈련을 비롯한 군사훈련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고 이것이 자발적 무장해제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한미 군사훈련의 가장 큰 목적은 북한의 무력 위협이다. 북한의 적대행위가 줄어들고 비핵화 조치가 추진된다면 우리의 군사훈련도 단계적으로 축소될 수 있고 이를 조건으로 북한과 합의를 이뤄낼 수도 있다. 

무엇보다 판문점 선언에서 말하는 적대 행위는 무력 도발을 말하는 것이지 방어 훈련을 가리키는 게 아니다. 한미 군사훈련이 판문점 선언 합의로 불가능해진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확성기 방송과 전단지 살포도 마찬가지로 북한의 똑같은 조치를 가능하게 할 명분을 준다. 특히 전단지 살포로 인해 남북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 북한의 군사적 타격 경고로 접경지역 주민은 생업을 접고 대피소에 가는 등 피해를 보고 있어 거듭 자제해달라고 호소한 적도 있다. 

대법원은 2016년 3월28일 판결문을 통해 “휴전선 부근 국민의 생명·신체에 급박하고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키고 표현의 자유는 무제한적인 것이 아니고 국가안전보장 등 필요할 때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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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때문에 거주민들이 많은 고통을 받았다. (사진=접경지역 평화네트워크)

홍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을 통해 “25년 간 북한이 여덟 번의 거짓말을 했다. 이번에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입증하려면 구체적인 핵 폐기 절차가 나와야 한다. 10.4 선언에 북핵 폐기 절차가 나와있는데 그때는 냉각탑 폭파쇼를 2008년에 한 번 하고 바로 북한이 핵 실험했다”며 “리비아식 핵 폐기를 해야하는데 과연 북에서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의문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은 김정은 정권을 지탱하는 중심 축이다. 북핵이 제거되면 김정은 정권은 무너질 것이다. 리비아의 카다피에게 핵 포기하면 체제보장 해주겠다고 미국이 약속했다. 실제 카다피가 핵 포기하고 미국이 상당 기간 체제보장을 해줬다. 다른 나라 진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카다피가 처형된 것은 아랍 민중혁명 때문이다. 루마니아 차우셰스크 왕조가 붕괴됐을 때도 민중에 의해 죽었다. 북한은 핵에 자기의 명운이 달렸기 때문에 미국이 체제보장 해준다고 해도 핵 폐기를 쉽게 안 할 것이다. 결국 체제보장은 자기 나라 국민이 쥐고 있다. 북한 주민이다. 핵 포기하고 개혁개방을 내세울 경우 김정은 체제가 온전히 북한을 통치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합리적인 시나리오다. 홍 대표는 북한이 핵 폐기를 쉽게 해줄리 없다고 설득력있게 그 배경을 설명했는데 어떻게 한 번의 정상회담으로 구체적 로드맵과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을 주장할 수 있는지 되물어 볼 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많은 기자들이 모일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사실 정상회담 이후 한국당만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대표는 “남북 관계를 보다 냉철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섣불리 환호하지 말자는 취지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내세웠고 작년에는 북한에 매우 강경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6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고 여기서 북한의 6차 핵 실험을 강하게 규탄하면서 러시아의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되려 푸틴 대통령이 북러 간 원유거래가 별로 없고 민간 피해가 예상된다며 거절 의사를 밝힐 정도였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9월1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문 대통령이 대북 문제에 있어서 보수의 입장을 수용했다. 그래서 대화를 이제 언급하지 않겠다. 제재 이야기하고 푸틴 대통령에게 원유관 폐쇄를 이야기하고 북한 노동자 수입 금지를 주장하고. 보수 노선을 완전히 수용한 것이고 심지어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전술핵 배치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북 정책을 달리 구사했는데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두고 섣불리 환호한 것이고 냉철하지 못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걸까. 홍 대표가 설명해야 할 대목이다.

홍 대표는 대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종전을 언급했고 문 대통령은 4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 발언을 통해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고 있고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조건을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홍 대표의 주장처럼 평화협정이 곧 주한미군 철수로 귀결된다고 보기 어렵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핵 폐기가 선행돼야 경제협력을 할 수 있다는 극단적 상호주의였다. 이명박 정권의 ‘비핵 개방 3000’과 같이 핵 폐기 이전에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것이다. 보수 정권 9년동안 남북 관계는 최악이었고 북핵 개발의 시간만 벌어줬다는 평가가 일반적인데 이걸 되풀이하겠다는 게 현재 한국당의 입장이다. 

나경원 의원은 4월29일 한국당 촉구대회에서 “보수정권 9년 동안 국제사회와 끈끈한 대북제재 공조로 북한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고 주장했는데 문재인 정부 초기에 북한의 연이은 핵 실험과 무력 도발 때문에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이다.

어찌됐든 제재 이완과 평화협정 체결의 조건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인데 우리 정부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슨 방법으로 비핵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뚜렷한 방법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홍 대표는 위기감을 느꼈는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답변에 약간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결국 한국당은 전술핵 재배치로 군사적 균형을 이루거나 무력으로 북한을 굴복시키는 것 외에는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이 없다. 또한 홍 대표는 대화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거듭 밝혔는데 모순적이다. 대화를 시도하면서 동시에 핵 균형을 추구하게 되면 남북 관계는 상호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주장대로 대화를 하더라도 북한이 아무 조건없이 핵 폐기를 약속해주지 않는 이상 그 어떤 합의와 협상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현실적이다.

홍 대표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북한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한국 보수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만약 그런 식이라면 미국과 중국 정상을 만날 때, 미국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만연한 인권 침해 문제와 중국 공안의 인권 침해 사례를 다 거론해야 한다는 것일까.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한다고 해서 주민 인권이 개선될리도 만무하다. 

오히려 남북 평화체제를 구축해 북한의 개방을 유도해야 주민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가 10.4 선언 때보다 후퇴했고 경제협력 합의는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와 어긋난다는 부분은 정상 간 핫라인과 4차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고위급 회담의 연속성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추후 조정될 수 있는 문제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통큰 합의가 이뤄진다면 유엔의 대북 제재는 바로 풀릴 수 있다. 더불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범위 밖에 있는 남북 경협 사업을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이것이 제재가 풀릴 때 바로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현재 남북, 북미 간의 어떤 물밑 대화와 합의가 더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당의 일방적인 주장은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 남북 관계의 역사를 돌이켜봤을 때 급하게 악화된 적이 많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한국당의 입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즉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에 도박을 걸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NLL 지도. (사진=두산백과)

판문점 선언에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고 돼 있는데 이걸 서해상의 이권을 북한에 다 내주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과하다. 

NLL(북방한계선)은 1953년 8월30일 마크 클라크 당시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 서해상에 국제적으로 통용되던 영해 기준 3해리에 입각해 5개 도서(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와 황해도 지역의 중간선을 기준으로 설정했다. 북한은 여기에 합의해준 적이 없고 일방적으로 설정됐다고 주장했고 우리 정부는 70년대까지 아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아 관행처럼 통용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동안 서해 NLL 주변에서 우리 군과 북한군 간에 수많은 충돌이 있었고 희생자도 많았다. 때문에 북한과의 갈등 소지를 줄이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협의하는 게 중요하지 NLL을 내주면 안 된다는 안보관으로 우리 이권의 일방적 관철 외에는 아무 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은 매우 소모적이다.

한국당 대처법

하태경 의원은 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반공 보수의 시대가 끝났다. 빨갱이 장사하는 보수는 이번에 끝났고 끝내 주셔야 된다. 그래서 한국당 완전히 심판하는 선거로 그리고 한국 정치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고 발언했는데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홍 대표를 평화의 적이라며 정치권 퇴출을 외치고 있다.

특히 “한국당에서는 합의 내용이 과거 합의보다 진전된 게 없다고 하는데 글자만 보는 것이다. 법률가, 판사, 변호사들이 보는 것처럼”이라며 “시대의 변화를 온몸으로 못 느끼는 것이고 안 느끼고 싶은 것이다. 외면하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의원은 적대적 프레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군사 전문가인 김종대 의원은 적대적 프레임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위에서 언급한 토론회에서 “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파머가 쓴 책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을 보면 남북 전쟁 중에 링컨은 단 한 번도 남과 북을 좋은 놈과 나쁜 놈의 프레임으로 가두지 않았다. 이게 전쟁의 후유증을 빨리 극복하고 미국이 연방국가로 나아갈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이라고 말했다.

특히 “링컨은 전쟁 중이든 이전 이후든 어느 단계에서라도 정적들이 그런 프레임을 갖다 댈 때 단호하게 물리쳤다. 전쟁 중에 그런 통합을 추구한 과정이 자세하게 책에 나와있다. 지금의 남북 관계를 그렇게 헤쳐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정의당에게 보수의 그런 안보론을 돌파할 수 있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준비돼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번 판문점 선언문에 3조 3항과 4항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연결된 조항이다. 종전 선언과 완전한 비핵화는 같이 생각해야 한다. 정의당이 그런 측면에서 준비한 것이 공동 안보(Common security) 개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가 좀 더 한국당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최경환 의원은 정부여당이 좀 더 한국당을 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같은 토론회에서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나는 민주당과 청와대가 이렇게 한국당을 방치해놓고는 통합과 국민 여론 문제를 제대로 조정할 수 없다고 본다. 큰 장애물이 될 거다. 무조건 너희들이 나쁘고 잘못됐어라고 방치해놓고 갈 것인가”라며 “그러면 현실적인 국회 내의 의사권력에서 아무 것도 비준 문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민주당과 청와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한국당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나. 우리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 역사적인 과업을 하고 있다는 자세인데 이는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예컨대 “2000년 정상회담 때도 신한국당의 이회창 총재가 홍준표 대표와 똑같이 반대했다. 그때 6.15 선언 이후 김대중 정부가 평양에 박지원 의원을 보내서 김정일 위원장이 야당의 총재 초청을 주선했다. 그게 사전에 언론 유출이 돼서 그런 적 없다고 이 총재가 발뺌했는데 이런 노력을 해서라도 여론을 풀어나가려고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심상정 의원도 “한국당의 의석이 너무 많으니까 국회에서 협력을 얻어가는 노력이 여권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국당에 홍 대표의 인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후보들의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홍 대표 비판으로 안주하지 말고 오히려 제1야당이 이 남북 평화체제로 가는 절대적 기회에 동참할 수 있도록 열린 자세로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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