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관련 민심과 동떨어진 언행으로 보수 궤멸 위기, 사퇴하지 않으면 탈당 포함해 중대 결단, 중진들과 이런 고민 나눠, 울주군수 전략공천 좌초와 연관없어 부인

[중앙뉴스=박광원 기자]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라. 최근 남북 정상회담 과정에서 당대표가 보여준 언행은 실망을 넘어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오죽하면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가 홍 대표에게 직격탄을 날려 반성을 촉구했을까. 전쟁과 핵무기의 위협에서 한반도의 운명을 바꿔놓을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와 열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다. 잘 한 일은 잘 했다고 하고 못 한일은 못 했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강길부 자유한국당 의원이 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홍준표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말 그대로다. 남경필·유정복·김태호 등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들이 위기감을 느끼고 당의 판문점 선언에 대한 입장 전환과 홍 대표에 대한 자제를 요구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역의원이 사퇴를 요구한 것이다. 

강 의원은 홍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을 포함해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의원은 홍 대표에게 사퇴를 촉구했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을 포함해 중대 결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 대표는 바로 응수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밀었던 군수가 공천되지 않았다고 탈당하겠다고 협박한 분이 그 명분으로 탈당하려고 하니 옹색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에는 뜬금없이 남북관계를 명분으로 내걸고 탈당하겠다고 한다”며 “울주 군수는 모두가 합의해서 경선으로 선출된 후보다. 엉뚱한 명분 내걸지 말고 조용히 나가라”고 대응했다.

이어 “탈당과 복당을 지금 몇번째 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에 강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울주군수 경선은 겸허히 수용한다고 보도자료를 냈고 경선에서 이긴 후보에게 축하인사까지 전했다”며 “홍 대표의 품격없는 언행이 대한민국 보수를 궤멸시키고 있다고 판단했기에 사퇴해달라고 요구한 것이고 그게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심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특히 “탈당과 복당을 여러 번 반복한 점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친이와 친박에 두 번이나 공천을 못 받았고 그때마다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국민들께서 살려주셨다. 나만큼 사당화로 인한 피해자가 또 있나. 하지만 지금도 저는 권력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당적을 무려 16번 변경한 분(이인제 충남지사 후보)을 공천한 분은 홍 대표지 않는가”라고 재반론했다.

강 의원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의원은 당분간 무소속으로 남겠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강 의원은 기자들에게 “탈당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며 “민주당과 접촉한 적 없다. 탈당하면 당분간 무소속으로 있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런 비슷한 얘기는 그간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여러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4선의 중진인 강 의원은 열린우리당 당적으로 국회에 처음 입성했고 새누리당에 입당했다가 탈당한 경력이 있다. 강 의원이 밝혔듯이 한국당 내에는 나경원·이주영·정진석·정우택 등 중진 의원들이 우당 모임(당을 걱정하는)을 결성해 홍 대표의 독선적인 당 운영과 막말 그리고 일방적인 전략 공천에 대해 쓴소리를 내왔다.

물론 나 의원은 홍 대표에 비판적이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대해서는 홍 대표와 궤를 같이 하면서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네티즌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보수정당 소속 의원들로서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소신껏 비판적인 경우와 너무 과하게 홍 대표가 혹평한 것을 우려하는 경우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강 의원에게 통화를 시도했지만 현재 전화기를 꺼놓고 연락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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