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남양유업 본사로고(사진=우정호 기자)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로고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지난 2013년 대리점 점주들에게 제품 ‘밀어내기’ 방식의 강매와 대리점 주들에게 끈질긴 갑질 행태를 벌여 논란이 일었던 남양유업 사태가 다시 재조명됐다.

지난달 방송된 EBS1 프로그램 ‘빡치미’에 남양유업 전 대리점주 장성환 씨가 출연해 여전히 빚더미에 고통받고 있는 근황이 공개된 것이다.

방송에 따르면 장 씨는 본사의 요구로 ‘상생 협약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고 이 협약서에는 피해보상에 대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로인해 장 씨는 여전히 남양 유업 물량 미수금인 3억원의 빚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남양유업은 ‘갑질 논란’ 이후 대대적인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경영 실적까지 적색경보를 울릴 정도로 이미지가 악화되자 새 광고모델 등으로 이미지 세탁에 나섰다.

남양유업의 ‘밀어내기’와 다양한 갑질 행태

‘밀어내기’란 본사에서 대리점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수량의 제품들을 떠넘겨 강매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대리점주들을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을 빚을 져서라도 사야하는 상황에 처하게 만드는 수법이다.

남양유업은 2013년부터 최소 7년 동안 이런 식의 상품 강매와 판촉사원 임금 전가 등의 불법행위를 통해 대리점 주들에게 최대 2000억원이 넘는 피해를 입혔다. 

(사진=EBS 방송 캡쳐)
(사진=EBS 방송 캡쳐)

EBS1 프로그램 ‘빡치미’에 출연한 장성환 씨는 “열심히 영업해 지점 내에서 항상 1등을 달렸는데 제품을 많이 팔수록 계속 돈을 빌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며 “월 매출 1억원이 넘었는데도 회사의 밀어내기로 인해 수억원의 빚이 쌓였다”고 밝힌 바 있다.

‘밀어내기’와 관련해 당시 ‘갑’의 위치에 있던 30대 본사 직원이 ‘을’인 50대 대리점주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는 녹취파일까지 공개되며 파장이 커졌으며 결국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남양유업이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를 한 행위에 대해 과징금 123억원을 부과했지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남양유업은 대리점주들에게 ‘상생협약서’라는 것을 반강제적으로 작성하게 했다. 이 협약서는 대리점들에 대학학자금 및 출사 장려금 지원 등 상생방안을 실천하겠다는 명목이었지만 ‘앞으로 회사에 대해 어떤 피해보상에 대한 소송도 제기할 수 없다’는 독소 조항이 포함됐다.

(사진=EBS 방송 캡쳐)
(사진=EBS 방송 캡쳐)

이 때문에 협약서에 서명했던 피해 대리점주들은 거의 구제받지 못했고, 5년이 지난 지금까지 빚더미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올해 초 남양유업은 우유 배달을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월급의 10배가 넘는 배상금을 요구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인천의 한 남양유업 대리점은 근로계약서에 ‘후임자에게 인계하지 못하면 배달 가구당 5만원씩 배상한다’, ‘어떠한 경우든 배달원이 대리점에게 손해를 끼쳤을 경우 배달원은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진다’는 조항이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갑질에 화난 소비자들 ‘불매운동’…남양유업 현금창출력 반토막으로 이어져

‘밀어내기’에 화난 소비자들은 자발적으로 등을 돌렸고, ‘불매’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결국 남양유업은 막말 파문과 밀어내기 등 영업 관련 갑질에 대해 공식 사과했지만 등돌린 소비자들은 손댈 수 없이 멀어져갔다.

남양유업의 한 대리점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아 물량 소진에 애를 먹고 있다”고 토로했다.

남양유업의 2012년 영업이익은 474억원이었지만 불과 1년이 지난 2013년에는 220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4년에도 261억원으로 적자가 늘었다. 2015년 제조원가를 줄이며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하향세로 접어들었다.

순이익 역시 2012년 568억원에서 2013년 순손실 443억원로 내리막길을 걷다 이후 2014년과 2015년 각각 16억원, 249억원으로 잠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다시 46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2013년 -1.82%, 2014년 -2.3%, 2015년 1.42%, 2016년 2.88%, 2017년 0.09%포인트로 나타났다.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이에 따라 남양유업의 보유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년 새 100억원이 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양유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연결기준 836억원으로 전년 965억원 대비 13.4% 감소했다. 또 보유현금에 단기금융상품을 더한 현금성자산 역시 같은 기간 1720억 원에서 1682억으로 2.2% 줄었다.

이처럼 감소한 것은 국내 소비자들의 외면에다 중국의 사드보복으로 인해 주력 제품이던 분유의 수출길이 막혀 판매 부진을 겪은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남양유업의 현금창출력 또한 반토막이 난 상황이다. 상각전영업이익(EVITDA)은 2010년만 해도 920억 원에 달했으나 2013년 불매운동 영향으로 EVITDA가 45억 원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후 EVITDA를 2014년 150억 원, 2015년 611억 원, 2016년 1861억 원 순으로 늘리는데 성공했으나, 지난해 다시 임신한 여직원 퇴사압박 등으로 이런저런 이슈에 휘말린 탓에 2016년보다 46% 감소한 428억 원을 기록했다.

이미지 세탁에 힘쓰는 남양유업, 갑질행태는 언제 청산하나

한편 남양유업은 컵커피 브랜드 ‘프렌치카페’의 새로운 모델로 배우 정해인을 발탁했다. 정해인은 최근 이슈가 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연하남 서준희 역을 맡은 배우로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해 소비자들의 평판을 바꿔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진 것으로 보인다.

불과 얼마 전 20대 청년 아르바이트 생에 ‘후임자를 구하지 못할 시 400만원 물어내라’고 했던 남양유업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사진=남양유업 제공)
(사진=남양유업 제공)

또, 남양유업은 지난 달 ‘옳은 유기농 우유’ 홍보 활동을 하는 ‘옳은 맘’ 2기 발대식을 진행했다고 발표했으며 분유 ‘아기사망 수’가 국내 최초로 중국 조제 분유수출 기준 통과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다년간 매출에서 큰 퍼센티지를 차지했던 ‘유아’마케팅에 힘을 더해 ‘육아맘’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를 가져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2013년, 여직원이 결혼을 하면 계약직으로 신분을 바꿨고 임신을 하면 회사를 그만 두도록 압박해 소비자의 마음이 더 멀어진 바 있어 소비자들은 '어머니의 마음과 함께 한다'는 남양유업의 이미지마케팅에 반신반의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남양유업 관계자는 “우리는 밀어내기 안 한다”고 못 박았지만 2013년 갑질논란 이후 5년이 지난 올해에도 또 아르바이트 생에 배상금 떠넘기기 등 또다른 형태의 갑질이 튀어나오고 있다.

등돌린 소비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이미지세탁 보다는 갑질세탁에 더 주력해야 하지 않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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