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임 투표 결과 과반이 불신임, 투표율 99.8%, 새 사장 선출 과정이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최남수 YTN 사장이 사퇴하게 됐다. 정확하게 말하면 노조(전국언론노조 YTN지부)의 투쟁에 물러나게 됐다.

4일 저녁 최 사장에 대한 불신임 중간투표의 개표 결과 YTN 정규직 직원 653명 중 363명이 불신임했고 이는 55%로 과반을 넘는 수치다. 투표율은 99.8%로 1명 빼고 모두가 참여했을 만큼 YTN 정상화를 향한 구성원의 마음이 간절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중간투표는 노조의 적극적인 사퇴 촉구에 따른 최 사장의 제안으로 실시됐다. 최 사장은 투표율 95% 이상에 과반의 불신임 결과가 나오면 자진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다.

노조가 최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파업을 풀게 된 것은 구성원들이 불신임 의사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픽=YTN 노조)
노조가 최 사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파업을 풀게 된 것은 구성원들이 불신임 의사를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래픽=YTN 노조)
1명 빼고 모두가 투표에 참여했다. (사진=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

노조는 직접적으로 노사 합의 파기, 근본적으로는 보도국 독립을 명분으로 지난 2월 올림픽이 시작할 때부터 파업에 들어갔고 85일간 지속했다.

최 사장은 이날 23시 즈음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이제 멀리서나마 YTN을 응원하는 시청자의 위치로 돌아간다”며 “그동안 미안한 것도 많았고 감사한 것도 많았다”고 사퇴 약속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언론사 구성원이 투표를 통해 수장을 물러나게 했다는 점에서 이번 일은 한국 언론의 역사에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논평을 내고 “투표로 최 사장을 사퇴시킨 것은 그저 사장 한 명을 바꾸는 그런 의미가 아니다. 오늘의 결과는 YTN 정상화를 바란 시청자들 앞에 공정언론으로 바로 서겠다는 YTN 구성원들의 약속”이라고 평가했고 “새 사장 선출 권한을 YTN 이사회에서 독점하지 않아야 하고 최 사장을 선임한 밀실 추천의 관행을 더 이상 고집해선 안 된다”고 고언했다.

박진수 노조위원장은 서울 상암동 YTN 홀 앞에서 “우리의 힘으로 어떤 외부세력의 힘도 작용하지 않고 우리는 최남수를 몰아냈다. 대한민국 언론 어디서도 하지 못 한 초유의 일이다. 기뻐할 일이다. 여러분(노조원) 스스로 자랑스러워할만하다”고 연설했다.

한편, 민언련은 “국민 세금을 투입한 공기업이 대주주인 YTN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청취하고 반영하는 건 중요한 의무”라며 “YTN보다 앞서 정상화의 첫 발을 뗀 MBC와 KBS의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사장 후보를 공모해서 추려냈고 정책 발표회와 면접을 생중계로 공개했다. KBS 이사회는 시민 평가단의 참여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사장을 선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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