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원내대표 대낮 단식 중에 주먹으로 가격당해, 정치 테러이자 정권 차원의 배후를 주장하는 한국당, 언론과 여론에 민감한 한국당, 몰삭싱한 여론 공격에 강경대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즐거운 어린이날 황금연휴. 하지만 국회의 상황은 살얼음판이 됐다. 

“우리 한반도에 통일되볼라고 그거를 높이 샀다 이 말이야. 근데 그거를 좀 받아주고 국회 비준해달라는데 그렇게 어렵나. 그런데도 또 여당에서는 특검해준다 하는데도 오늘 김경수 의원 뭐라하노 무죄라 하는데도. 지금 나도 그래 병신이다. 직업있으면 이래 왔겠나. 나도 병신이다. 인정한다. 이때까지 모솔(모태솔로)이고 어머니 때린 적도 있다.”

정치인을 폭행한 김씨는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

5일 14시40분 즈음 국회 본청 앞 농성장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얼굴을 가격당했다. 정확하게는 휘두른 왼쪽 주먹에 오른쪽 턱 부위를 맞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씨는 30대이고 강원도 동해시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원내대표를 왼주먹으로 가격한 김씨. (캡처사진=MBN)

김씨는 “(출동한 경찰의 미란다 원칙 고지 중에) 감사하다. (변호사) 선임 안 할 거다. 바로 깜방 갈 거다. 변명할 필요도 없다. 깜방 갈란다. 진짜 살기 힘들고 굴삭기 (면허증) 따가지고 굴삭기 할라고 해도”라며 울먹였다. 
 
언론 카메라에 대고는 “자유한국당을 보니까. 비판을 위한 비판이다. 정말 나라를 위해서 비판을 하는 게 아니야”라고 소리쳤다.

오른쪽 턱을 가격당하고 바로 넘어진 김성태 원내대표가 맞은 부위를 잡고 있다. (캡처사진=MBN)
김씨는 가격 직후 보좌관·당직자들에 의해 바로 제압됐다. (사진=자유한국당)

김 원내대표는 구급차에 실려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호송됐다. 김 원내대표는 노숙 단식을 3일째 이어가던 상황이라 몸이 허약해졌고 인사를 받으러 다가가다가 기습적으로 가격당했기 때문에 부상 정도가 상대적으로 컸다. 

급작스러운 사태로 17시에 예정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도 취소됐다. 여야 원내대표들(우원식·김동철·노회찬)과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급하게 병문안을 갔다. 

병문안을 온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은 분노에 찬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치적 피해자성을 최대한 부각하면서 대여투쟁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장제원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긴급 성명을 내고 “결코 우발적 범행이나 단독범행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한 테러를 정치 테러로 규정”했고 “배후와 정치적 음모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21시에 긴급의총이 열렸고 의원들은 동조 릴레이 단식을 하기로 했다.

김 원내대표는 치료 과정에서 수액 투하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고 단식 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목에 깁스를 한 채로 긴급 의총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는 김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폭행 사건이 정부여당과 관련됐다고 볼 증거는 아무 것도 없지만 안 그래도 대여투쟁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한국당 입장에서는 자꾸만 배후를 의심하고 싶은 것이 당연해 보인다.

정치학적으로 ‘테러’는 물리적 폭력 그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일으키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 정확한 동기를 알 수 없지만 뱉어낸 발언을 통해 추측해보면 △한국당에 대한 정치적 불만 △개인적 처지 비관 두 가지로 읽혀진다. 

한국당은 전자에 초점을 맞춰 정치 테러라 규정했고 홍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노숙 단식 투쟁 중인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안에서 테러를 당하는 세상이 됐다”며 “드루킹 사건을 은폐 조작하는데 정권 보위세력들이 총동원됐다는 것을 여실히 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과 문재인 정부를 바로 연결시키면서 “(경찰이) 배후없는 우발적 사고라고 발표할 것이다. 2011년 11월 당대표 시절 나는 디도스 특검을 받아주고 당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어도 당대표를 사퇴한 일이 있다. 정치한지 23년 됐지만 이런 후안무치한 정권은 처음 본다”고 맹공했다. 

홍준표 대표의 주장은 ‘자의적’

홍 대표는 분명 이번 폭행 사건에서 탄력을 받아 드루킹 특검 관철과 정치적 반전을 꾀하기 위해 더더욱 대여투쟁의 고삐를 쥐는 모양새다.

긴급의총에서는 “테러한 사람 이야기를 잠시 들었는데 혼자 한 것이 아니다. 우발적 범행도 아니다. 계획된 범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페이스북에서 과거 자신이 한나라당 대표 시절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했는데 현 정부여당은 전혀 그렇지 않고 있다는 점을 대비시키는 것도 그런 의도로 해석된다.

홍 대표의 정치적 의도가 갖는 정당성을 판가름해보기 위해 그때 상황을 살펴보면 이렇게 된다. 

홍 대표는 4월30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대표는 마치 본인이 디도스 사건(2011년 10월26일 재보궐 선거일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피가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건)에 대한 야당의 특검 요구를 수용했고 그 결과에 책임지고 물러난 것으로 묘사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고 그 당시의 정치적 배경이 간단치 않다.

당시 한나라당은 10.26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배하는 등 정권 심판론에 따른 위기감이 최고조인 상태였다. 맞물려서 야당의 디도스 공세도 거셌지만, 초재선의원 중심인 ‘민본 21과 재창당 모임(김성태·김세연·황영철·안형환 등)’이 홍 대표의 공천권 행사(2012년 총선)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대위원장 등판을 촉구했다. 심지어 5명의 최고위원 중 3명(유승민·남경필·원희룡)이 지도부 교체를 촉구하며 사퇴하는 등 당내외로 사면초가에 몰렸었다.

한나라당 지도부의 디도스 사태에 대한 대응이 미흡했고 이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 해 위기감이 커졌다는 당내외 비판이 거셌다. 이에 홍 대표는 2011년 12월7일 마지못해 디도스 특검과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가해자 김씨에 대한 정보가 적힌 메모 내용을 전달받는 김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이틀 후 더 악화된 정치적 상황(급하게 내놓은 혁신안마저 기득권 지키기라고 비판받음·황우여 원내대표도 등돌림)을 버티지 못 하고 취임 5개월 만(2011년 12월9일)에 결국 물러났다.

단순히 디도스 특검을 받아줬다기 보다는 수세에 몰려 받을 수 있다는 발언을 했을 뿐이었고, 홍 대표가 물러난 이후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의 황우여 원내대표가 12월20일 야당과 협상 끝에 특검법(선관위와 서울시장 후보 홈페이지 사이버테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검사)에 합의해줬다. 
 
사람이 맞았는데 ·· 초강경대응의 배경 

한국당은 언론과 여론에 무척 민감하다. 

한국당의 지지율이 낮은 여론조사 결과가 자꾸 발표되다 보니. 홍 대표는 올초 신년 인사회를 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했을 때 지속적으로 모든 종류의 언론이 장악됐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고 그중에서 특히 “관제 여론조사”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응답률이 낮고 그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득표한 사람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내세우는 게 주요 근거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과거 모든 여론조사의 응답률은 10% 내외로 낮았고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것에 대해서 정치적 지지가 고려된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한국당은 ‘한국 갤럽’을 지목해 편향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내고 있다고 적극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2013년 7월4일 방송된 jtbc <썰전>에서 강용석 변호사(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는 “한국 갤럽이 여론조사하면 제일 보수적으로 나온다. 제일 보수적인 여론조사 기관이라 여기것은 믿는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MBN 당사 출입금지 사태(이후 해제됨)도 그렇고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입장 발표로 여론 지평에서 고립화된 것도 그렇고, 한국당은 여러모로 언론과 여론에 매우 민감하다. 

박성중 홍보본부장이 긴급의총에서 의원들에게 피피티 자료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자유한국당)

이와 연장선상에서 이번 폭행 사건을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 박성중 한국당 홍보본부장은 긴급의총에서 “악성적이고 편파적인 언론의 보도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며 “민형사상 고소와 손해배상 청구를 직접 기자를 상대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실시간 모니터링을 해서 지속적으로 제소해나가겠다”며 일일이 기사와 기자명을 거론했다. 
 
특히 박 본부장은 네이버와 구글의 이번 폭행 사건 관련 뉴스 배치를 비교했고 네이버의 책임을 추궁했다. 구글은 사실 전달 위주로 중립적으로 뉴스를 배치하는데 네이버는 부정적인 뉴스 위주로 배치하고 원색적인 댓글에 대해서도 방치한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포털의 책임과 관련해서도 법적 대응을 하고 댓글 삭제 요청을 하겠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일일이 기사와 기사작성자를 화면에 띄우며 사례 설명을 했다. 관련 피피티 자료를 기자들에게 메일로 보내기도 했다. (자료=자유한국당 제공)
해당 기사 작성자는 폭행당해서 병원에 이송된 탓에 단식 투쟁이 중단됐다고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지만, 단식의 중단은 음식을 먹거나 중단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은 이상 그렇게 규정할 수 없다. (자료=자유한국당 제공)
조롱이 가득한 댓글들을 그대로 가져와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 (자료=자유한국당 제공)
박 본부장은, 원색적인 표현이 들어간 댓글이 베스트 댓글 공감수를 받도록 방치한 책임이 네이버에 있다고 주장했다. (자료=자유한국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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