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무너진 것에 대한 원망, 잘 나가던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수 있었을텐데, 안철수의 잘못을 수도없이 나열, 평화당의 인물 칭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걸 기사로 꼭 써줬으면 좋겠다. 나는 국민의당 국회의원이었던 게 정말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나는 요즘 잠이 안 온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의당이 이렇게 안 쪼개지고 있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컸을까 싶다. 2016년 총선에서 바라는 국민의 여망을 그대로 이룰 수 있지 않겠나.”

4월6일 국회 정론관 앞에서 만난 민주평화당 대변인 장정숙 의원(바른미래당 소속)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아직도 “밉다. 정말로 너무너무 싫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 서운한 마음을 가감없이 드러냈고 아직도 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사진=장정숙 의원실)

각각 신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이 만들어지고 두 달이 지났던 시점이었는데 뭐가 그리도 야속했던 걸까. 

장 의원의 안 전 대표에 대한 원망섞인 감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의회 3~4인 선거구제를 쪼개는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에 맞서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공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대화를 하던 중에 표출됐다.

장 의원의 구상 속에서는 국민의당이 둘로 갈라지지 않았다면 협상력을 더욱 잘 발휘해서 기초의회 선거구제 쪼개기 사태를 저지할 수도 있었던 거다. 

장 의원은 찬란했던 과거의 국민의당 시절을 회상했다. (사진=장정숙 의원실)

잘 나가던 국민의당을 분열하게 만들었고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던 영광을 차버렸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장 의원은 안 전 대표에 대해서 “정치 발전을 해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 발전은 바른미래당의 창당 정신이자 그 가치다. 한국 정치에서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다당제를 실현하는 것인데 그게 국민의당이 무너지면서 더욱 퇴보했다는 취지다.

이날 아침 평화당의 연석회의에서 장 의원은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등 그동안 훌륭한 정치인들이 신념을 지키기 위해 탈당을 했던 사례가 있고 평화당과 함께 하고 있는 우리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에게 정치적 신념이 다르다면 탈당하는 것이 도리”라고 발언했던 안 전 대표에 대해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즉 “변해가는 것이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국민의 희망이자 아이콘이었던 안 전 대표가 오직 권력욕에 눈이 먼 한낮 정치 모리배로 전락한 것 같아서 참으로 마음이 아프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장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서 줄기차게 비판했다. (사진=장정숙 의원실)

장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해 “그래서 오늘 안철수에 대해서 이것만 하고 끝내자는 마음으로 정말 세게 쳤지만 어제 밤을 꼴딱 샜다. 너무 화가나서”라며 “지금 이렇게 돌아가는 걸 보고 정말 국민의당을 안 깼더라면 민의를 받들어서 온전하게 했더라면 우리 국민의당의 역할이 얼마나 컸을까”라고 한탄조로 부연 설명했다.   

특히 “어제는 더 분했다. 4인 선거구 쪼개기 규탄 데모를 하다보니 더 화가 났다. 정말 세상에 통합에 통자도 안 꺼낸다고 그랬다. 그러고나서 3시간도 되기 전에 가서 혼자 통합을 말했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이걸로 부족했는지 계속 안 전 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쏟아냈다.

“나는 안 전 대표에게 묻고 싶은 게 내 당적을 위임한 적이 없다. 그런데 당대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지를 수가 있는가. 그 다음에 (반통합파 의원들이) 당무위원회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못 들어가게 난리치고. 당무위에서 안 되니까 중앙위원회로 옮기고 당헌당규를 누더기로 다섯 번이나 고쳤다.” 

“기자들은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은 장정숙이 안철수 때문에 비례대표가 된줄 알고 있다. 그거 아니다. 그때 선거 운동하러 다니면 국민의당이 신당이었기 때문에 좋은 후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우리가 거대 양당의 폐해가 너무 큰 것을 눈으로 봤고 그 견제 역할을 하겠다고 하니까 국민의당에 26.74%나 표를 준 것이다. 안철수의 효과가 전혀 없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안철수가 새정치를 하겠다고 했기 때문에 나도 이 당에 들어온 사람이다. 하지만 겪고보니 새정치를 안 하지 않았나.”

 1월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에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장정숙 의원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총선과 대선 이후에 대해서도 평가했다.

장 의원은 “대선에서 떨어졌다면 좀 자숙 기간도 가져야 하는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서 제대로 된 사과 한 마디 없었다. 심지어 국민의당 의원들한테도 사과 한 마디 없었다. 그건 인간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관련이 있는줄 없는줄 모르지만 대선 후보로서 사과 한 마디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에는 “나오지말란 걸 어거지로 (당대표 선거에) 나왔다. 지지율 20% 안 넘으면 사퇴하겠다고 했잖아. 두 달 안에. 10%도 안 됐다. 자기 말 하나도 맞아떨어지는 게 없었다. 그러더니 지금 안철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다. 그런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면 (2011년 재보궐 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양보한 게 아니라) 가족(의 만류) 때문에 그런거다고 했다. 만약 이게 사실이 아니라면 고발 조치할 것 같다 나 같았으면. 그런데 해명도 없고 아무 말도 없다. 뭐든지 자기한테 불리하면 입을 싹 씻고 말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 신뢰가 없다는 것”이라고 맹비판했다. 

장 의원은 안 전 대표와 관련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면서 “언론에서는 안 전 대표가 (통합 과정에서) 엄청 설득했고 노력했다고 하는데 나는 전화 한 번 안 받아봤다. 우리 방(의원실)에 온 적이 없다. 언론에다 대고는 무지하게 소통하고 노력했는데 우리 세 사람(장정숙·박주현·이상돈)이 안 따라온 것처럼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념을 지킨 건 오히려 우리다. 국민의당을 만들 때 그 창당 정신을 그대로 유지하고 지킨 건 우리다. 그래서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이지 않았나”라고 강조했다. 

소신을 지키기 위해서 탈당하라는 안 전 대표의 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내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되기까지 어떻게 해왔는데 탈당(해서 의원직을 상실)할 수 있겠는가. 나는 헌법기관이다. 내 소신껏 양심껏 의정활동을 하고 있다. 자기가 나가라 말라고 할 자격도 없다. 민주당 때 자기 추종 세력을 탈당시켜달라고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이상돈 의원을 시켜서 부탁한 사람이다. 뻔히 아는 일을 가지고 지금 와서는 우리를 볼모로 잡고 있는 거 아닌가”라고 응수했다.

장 의원은 소신을 지킨 비례대표 3인이 모두 민주평화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장정숙 의원실)

장 의원은 비례대표 3인에 대해서 “이상돈 의원은 지금 정책연구원 원장(민주평화연구원)이다. 평화당의 싱크탱크다. 나는 당의 입이고 박주현 의원은 기재위(기획재정위원회)니까 GM 사태 때 간사(GM군산공장폐쇄 특별대책위원회)를 맡았다”며 평화당의 중책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3인을 놔주지 않는 바른미래당이나 특히 박주선 공동대표에 대해서는 “그때 공직선거법 개정안(비례대표 의원의 당적 관련)에 박주선, 유승민 다 서명했다. 특히 박주선 부의장은 의원총회 때 얼마나 (통합 반대하느라) 흥분하고 맨날 그랬는데. 그야말로 어이상실이다. 다른 의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는 그렇다. 아무리 자기내 이익을 쫓는 게 정치라지만 너무 심하다. 원칙이 없다”고 혹평했다. 

장 의원은 평화당의 미래에 대해서도 걱정했다. 

“이번에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너무 좋지 않나. 그런데 우리 지금 지지율이 1% 아래로 하락했다. 후보를 못 내고 있어서 그렇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전남도지사하면 박지원 하고 나와야 하는데 공동 교섭단체 20명에 묶여있다. 너무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무소속인 이용호 의원을 두고 당내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헷갈린다. 계속해서 설득하자는 파와 꿈깨고 이미 결정을 한 것 같으니까 포기하자는 파가 있다. 나는 모르겠다.” 

장 의원은 자연스럽게 박정천(박지원·정동영·천정배)과 같은 당내 호남 중진의 능력을 칭찬하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박지원 의원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장 의원은 “내가 국회에 들어와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은 박지원 의원이 다선이라고 해서 구태 정치(또는 올드보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미국, 일본을 여러 번 다녀오면서 그 귀중한 경험과 자산을 구태라고 모는 것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우리 박 의원은 안티가 무지 많다. 좋아하는 사람들도 무지 많지만. 내가 2년 정도 지켜보면서 지혜롭고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것을 몸소 느꼈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의원이 10년만 젊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사모님은 왜 이때 아프셔서 너무 안쓰럽다. 그동안 박 의원이 봉사 못 한 것을 한꺼번에 갚아야 해서 더욱 그렇다”고 아쉬워했다. 

장 의원은 박지원 의원의 능력에 대해 극찬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끝으로 “천정배 의원은 굉장히 정의롭다. 정동영 의원도 그렇고. 우리 당의 자산이 정말 정말 많다. 그런데 다른 당에서 자꾸 구태다 그렇게 말하는데. 호남팔이다 그러는데. 뭐 집토끼 없이 산토끼 잡을 수 있는가”라고 평화당의 강점을 어필했다.

지방선거가 코 앞인데 바닥을 기는 평화당의 지지율 때문에, 평화당 의원들은 더더욱 과거 양당에 뒤지지 않고 국회에서 존재감을 자랑하던 국민의당 시절이 그리울 수밖에 없다.   

박지원 의원도 5월6일 페이스북을 통해 “만약 국민의당이 분열하지 않았다면 민주당 120석·국민의당 40석·바른정당 20석·정의당과 무소속 10석을 합해 190석 개혁 벨트를 구성했다. 우리는 훨씬 많은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과 오늘의 국회와 같은 반복은 없었을 것”이라고 가정법을 구사했다.

이어 “안철수 위원장이 당대표 경선에 나서겠다 했을 때 나는 극렬 반대했고 김성식 당대표·김관영 원내대표로 당에 변화를 주고 우리는 병풍이 되자고 했다. 또한 손학규 서울시장·안철수 부산시장·천정배 경기지사·정동영 전북지사·박지원 전남지사로 두 대표와 다섯 후보가 민생속으로 전국을 돌면서 광주로 가자고 했다”며 이뤄질 수 없는 장밋빛 시나리오를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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