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이후 내부로부터의 자본주의적 변화, 이미 국제 제재는 심해졌지만 시장주의적 개혁 시작돼, 사회주의 독재에서 자본주의 독재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이미 김정은 정권이 오래전부터 인민들의 요구가 커진 것에 따라 경제쪽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했다. 지금 우리가 김정은의 선택을 제재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북한 내부의 자체 동력과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다니엘 튜더 기자는 한국 특파원으로 일한 경험을 살려 작년에 책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을 냈다. 북한의 큰 변화가 김정은 체제 이후 생겼고 최근에 정치적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본다.”

민주평화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이 지난달 30일 남북 정상회담 평가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다.

최 의원은 직접 방북해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자본주의화 된 북한의 변화를 증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경환 의원은 직접 방북해서 겪은 에피소드를 통해 자본주의화 된 북한의 변화를 증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최 의원은 2015년 8월 이희호 여사(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와 함께 3박4일간 평양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당시 최 의원 일행은 맹경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국장의 안내를 받았는데 맹 부국장과 포켓볼을 치고 대동강 맥주를 마시면서 대화를 많이 했다. 

최 의원은 “평양에서 고층 건물이 많고 교통 체증이 걸릴 정도로 자동차도 많고 주민 모두와 우릴 수행하는 공무원들이 전부 폴더폰을 들고 다녔다. 이런 변화들이 북한에 많아진 것 같다”고 수행원에게 말했더니 “나라에 일정한 액수만 갖다 바치면 마음대로 쓰게 한다. 단위(기업들을)마다 자율경영체계를 도입하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정색하면서 무슨 중국식이냐 우리식이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두 정상이 남북 경제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두 정상이 남북 경제협력을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4월29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미국과 신뢰를 쌓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라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김 위원장의 그 발언이 핵심”이라며 그것은 4월2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결정했던 내용과 방향을 같이 한다고 주장했다. 즉 핵·경제 병진 노선을 수정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그동안 대내적인 시장경제 개혁을 추진하던 것을 공식화했다는 설명이다.

굶고 헐벗고 모든 자유를 침해받으며 최빈국의 모습으로 북한을 상상해왔던 우리의 이미지는 편견이었던 걸까. 

적어도 막연하게 평양에서만큼은 부유하지만 그외 지역은 전부 가난할 것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은 유효하다. 하지만 북한이 김 위원장의 집권 이후 정부 차원으로 경제 발전을 추구하고 정상국가를 꿈꿨던 것은 사실이다.

정청래 전 의원은 우리의 편견과 달리 북한의 변화가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캡처사진=MBN)

정청래 전 의원은 7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북한 지도자의 통치 스타일을 비교하면서 이를 설명했다.

먼저 김일성에 대해서는 “6.25 전쟁을 일으키고 국가를 재건해야 했던 입장이었다. 6.25 때 평양의 인구가 50만인데 미군의 네이팜탄이 52만발 떨어졌다. 딱 집 두 채가 남았을 정도로 쑥대밭이 됐다. 그걸 재건하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독재체제로 나아갔다. 1인 수령체제로 무오류의 수령으로 나아갔다. 전체 인민을 총화단결하는 걸로 갔다”고 밝혔다. 

김정일은 “호칭 자체가 국방위원장이다. 강성대국을 추구했다. 국회도 행정부도 다 필요없다. 선군정치. 군이 최고”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정은에 대해서는 “호칭이 국무위원장이다. 정상국가로 가겠다는 것이다. 36년만에 열린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기치를 든 것이 제일 중요하다. 강성대국이 아니라 문명국가 건설이다. 핵·경제 병진노선을 천명한다. 이번에 핵을 비핵화하면서 포기하겠다. 대신에 핵 포기를 대가로 경제 발전을 꾀하겠다. 김정은은 중국의 덩샤오핑이 되려고 경제를 발전시키려고 핵과 바꾸려고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영자 위원은 북한이 세계화와 민주주의 그리고 인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캡처사진=tbs)

좀 더 나아가서 박영자 연구위원(통일연구원)은 4월27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016년 조선 노동당 7차 대회가 열렸다. 377만명의 당원들 중에서 소수의 당 간부들을 대상으로 하는 간부 학습자강이 그때 발표됐는데 거기 대외전략을 보면 핵심 과업 5개 중 자주성·국제적 비동맹 운동은 원래 있었던 것이고. 민주주의 및 반테러전의 각성·인권 옹호 및 세계화의 각성이라고 돼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은 “이 두 가지를 보고 많이 놀랐다. 연변대와 정기적으로 학술대회를 하는데 거기서 받은 자료에 그렇게 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이) 권력을 안정화시키고 2016년에 36년만의 당대회를 열었다. 학습자강은 토론 시간에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같은 외교전략이다. 주체사상의 본질은 사람 중심이다. 그래서 북한이 뼈아픈 게 있는데(인권 후진국으로서)”라며 “세계화는 이미 교육과 과학 쪽에서는 다 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 시기 때 7차 교육과정 개정과 마찬가지로 (북한 교육과정이) 토론 중심으로 다 바뀌었고 2012년에는 12년제를 발표하고 그때 이미 국제화와 세계화가 다 진행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흔히 이야기하는대로 문호가 개방되고 자유화 바람이 불게 되면 민주주의에 대한 인민의 요구로 인해 체제에 위협이 되지 않을까. 개방으로 인한 북한 내부의 동요를 김 위원장은 우려하지 않을까.

하 의원은 북한 전문가로서 국내에 있는 탈북자들과도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 (캡처사진=MBN)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7일 방송된 <판도라>에서 故 황장엽 비서(북한 노동당)의 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인용하며 “(김정일은) 지도자로서 0점이다. 국가 경영도 생각을 안 하고 경제도 생각을 안 하고 자기 정권 유지 밖에 생각을 안 한다”며 “김정일은 체제 붕괴를 염려해 일부러 경제 발전에 힘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김정일은 귀신같이 사람을 알아본다. 후계자는 잘 뽑을 것이다. 김정일은 경제 발전이 나라와 인민에 좋지만 본인에게 안 좋다는 걸 안다. 자기가 죽고 아들을 후계자로 뽑을 때 그래도 나라도 인민도 너도 잘 되는 길을 찾아보고 그걸 제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정 전 의원도 4월30일 방송된 MBN <판도라>에서 “지금 평양이 어떤 상태냐면 냉면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먹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 사실 많이 모른다. 북한의 스마트폰 가입자가 500만명이다. 장마당이 500개 이상 활황이고 일수놀이도 한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억눌리고 폐쇄적인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어 “1986년 합영법을 이미 만들어놨다. 외국 기업이 들어와서 같이 경영하는 것이다. 다만 자본주의의 날라리풍을 막자. 모기장식 개방이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처럼 북한이 갑자기 자본주의의 바람이 들어와서 김정은 정권이 위태해질 정도로 허약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미국이 중국, 베트남, 쿠바만큼만 체제 보장하고 수교해준다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캡처사진=MBN)

같이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우리가 볼 때 북한의 개혁개방이 미진하다고 하지만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엄청난 개혁개방이 이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이 제2의 덩샤오핑을 꿈꾼다. 개방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체제 보장은 미국이 중국만큼 베트남만큼 최소한 쿠바만큼만 해주면 문제 없다. 우리가 중국에 갔을 때 특별한 체제로 번영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다. 더욱이 베트남은 미국과 전쟁했지만 그 체제로 미국과 수교했다. 쿠바도 그렇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가장 바라는 것은 체제 유지와 경제발전인데 이번에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핵·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로 돌아섰다. 이미 미국에서도 국무장관과 국방부장관이 레짐 체인지, 정권을 전복할 생각이 없고 그런 바보짓을 안 한다고 했다. 이제 미국의 그런 결단(베트남이나 쿠바와 수교)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과감한 개혁에 김여정 부부장의 영향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의 자본주의화와 관련해서 하 의원은 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본질은 마오쩌뚱과 이승만이 덩샤오핑과 박정희로 바뀐 것과 같은 일이 북한에서 그런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며 “북한 체제가 수령사회주의체제에서 수령자본주의체제로 노선 전환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의원은 “북한에 자본주의가 얼마나 많이 들어왔는지 모른다”며 “일산 신도시와 같은 평양 여명거리가 있다. 아파트 한 4·5만 세대 정도가 있다. 국가 예산이 아니라 돈주들의 돈을 모아서 분양권을 주고 자본주의적 건설 방식으로 지었다. 그런데 북한에는 아직도 간부들이 자꾸 돈을 빼먹기 때문에 불안해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정은에 대해서 돈주들이 자기 재산을 보호해줄 거라고 믿는 것”이라며 부유한 지주들과 김정은 정권의 이해관계가 그렇게 맞아 떨어져서 자본주의적 발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 경제는 굉장히 쉽게 빠르게 발전하는데. 중국 규제는 한국보다 훨씬 적고 자본주의적이다. 중국은 노조가 없다. 북한은 중국을 능가한다. 기업 천국이 된다. 처음 기업이 진입할 때는 어렵겠지만 한 번 다국적 기업이 진입하고 나면 아주 빠른 속도로 기업들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김여정 제1부부장(북한 노동당)과 김 위원장을 두고 “용감한 남매”라고 지칭하면서 “오빠한테 얘기해주기 위해 본인이 먼저 (올림픽 때 한국으로 내려와서) 확인하고 평창 KTX 얘기를 해줬을 거다. 속에서 두렵기도 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일종의 남매 개혁이다. 개혁 개방을 두 남매가 이끌어 가는 것이고 김여정이 먼저 가 보고 괜찮다 같이 가보자라고 한 거다. 핵심 참모이고 사실상 후계자”라고 높게 평가했다.

이와 더불어 7일 방송된 <판도라>에서는 “자본주의의 개혁개방을 수용할 때 농업개혁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이 2012년에 6.28 조치를 했다. 핵심은 집단 농장 형태의 비생산성을 가족농으로 다 바꿨다. 땅을 가족한테 다 주고 국가가 세금으로 30%를 떼는 거다. 생산량이 많으면 자기 것이 많아져서 부자가 되는 거다”라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왜 안 통했냐면. 최근 몇 년간 중국까지 합세해서 제재했음에도. 개방은 막혀있는데 내부 개혁을 하니까 돈을 많이 벌게 된 거다. 북한 안에서 장마당에 다 팔 수 있다. 가내수공업도 하고 운송업도 하고 버스도 다 개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도가 연결되면 남북의 경제적 이득은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캡처사진=MBN)

비핵화 조치 이후 북한의 개방과 경제 협력 또는 수교에 대해서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수월할 수 있다는 전망들이 이미 이렇게 제시되고 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7일 <판도라>에서 남북 경제협력 사례로 자주 꼽히는 철도 연결과 물류에 대해서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경제협력 비전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캡처사진=MBN)

정 전 의원은 “故 노무현 대통령이 10.4 선언을 발표할 때 남북 경협을 하게 되면 이렇게 좋아진다 하는 책과 자료(한반도 경제 비전)를 전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똑같이 USB(신 경제지도)를 전달했다. 10.4 선언과 판문점 선언의 내용과 형식이 닮았다”며 “노무현 대통령은 동북아 물류중심국가를 만들고 한미일 삼각동맹의 균형자적 역할을 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 경제지도란 다른 것이 아니고 서해와 동해 벨트를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목포에서 신의주까지 부산에서 나진선봉까지 철도를 연결해 그걸 H벨트를 만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2011년 4월에 발간한 ‘북한경제리뷰’에 따르면 끊어져 있는 북한의 철도를 연결하고 남한처럼 철도 현대화를 하는데 약 4조54억원이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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