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한반도 ‘정상 외교’, 북중·북미·한중일
숨가쁜 한반도 ‘정상 외교’, 북중·북미·한중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5.10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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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들의 급한 만남 속에서 읽을 수 있는 북미의 협상 진전, 한중일 정상의 공감대와 온도차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란치고 있다. 

단순 비핵화 외에 대량살상무기·생화학무기의 폐기 등 미국의 북한에 대한 추가 조치 요구가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이란 핵 합의를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여러 압박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5년 7월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 6개국이 맺은 핵 합의는,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단계적으로 해제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우라늄 농축 제한 △원심분리기 수량 감축 △40㎿급 아라크 연구용 중수로 개량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등이 있다.

미국의 이란에 대한 불만은 △중단거리 미사일이 예멘 등 중동 분쟁지역에 수출된다고 주장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을 후원하는 것 비판 △시한부 핵 합의(원심분리기 10년·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15년) △탄도미사일 폐기·중동 지역의 패권적 행보 비판·이란 국내의 인권문제 제기 등 이란 제재 범위 확대. 이렇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를 두고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미국의 압박 기조가 있는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북한)은 중국에 한 차례 더 방문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수싸움이 일어나는 형세가 됐다.

한중일 3국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김정은과 시진핑의 전략적 만남

시진핑 국가주석(중국)과 김정은 국무위원장(북한)이 7일~8일까지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40여일만에 방중했던 김 위원장은 미국의 최근 압박과는 무관하게 밀착된 북중 공조 관계를 과시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김 위원장은 전용기를 타고 방중했지만 지난 3월25일에는 기차 편으로 베이징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남북 정상회담과 같이 소탈하게 소통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8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금 북미 간에 어떤 협상의 갈등 국면에서 SOS로 갔다는 이런 구도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방중은) 보험적 성격이 컸다고 보고. 트럼프는 이미 (북미 정상회담의) 장소와 시기를 거의 결정했고 아주 잘 될 것이라고 얘기했다. 현재 PVID(영구히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 등 미국의 압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미국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미 북미 간에 상당한 타결(합의 내용)을 봤기 때문에 장소·날짜·긍정적 전망이 나왔다”며 오히려 김 위원장의 방중이 그걸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즉 김 위원장이 북미 물밑 협상의 결과를 중국에 설명하고 의견을 구한 것이라고 관측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미국만 끌어들일 것이냐 아니면 미중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할 것이냐와 관련 이미 시동을 건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해석했다.

김계동 건국대 초빙교수는 9일 페이스북을 통해 “북중 관계와 한미 관계는 국제정치의 현실주의 이론에서 말하는 세력균형”이라며 “북한이 중국과 친밀함을 유지하는 것을 비난하거나 시기하면 안 된다. 우리 정부가 할 일은 두 세력의 중간에서 균형자 역할을 강구하는 것이다. 우리 혼자는 어렵고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해서 남북이 양 세력의 축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김 위원장을 그림자 수행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핵 포기에 따른 대가를 국제사회가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각국이 대북 적대정책과 안전에 대한 위협을 없애고 북미 대화를 통해 상호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단계별·동시적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를) 조치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추진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를 실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리비아식 해법(일괄타결)이 아닌 북한을 위한 대가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확실한 비핵화와 더불어 추가 조치가 완료돼야 북미 수교와 제재 완화가 있을 수 있다는 미국과 달리, 북한은 동시에 경제적 지원 및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것인데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비핵화에 공감하면서도 중국과 북한의 끈끈한 관계를 강조하는 등 말 그대로 차이나 패싱을 불식시키는데 애쓰는 모양새다.

시 주석은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 우의는 귀중한 자산이고 협력 관계 발전은 확고부동한 방침이자 옳은 선택”이라 말했고 김 위원장은 “상호 신뢰를 증진하고 북중 우호관계를 신시대 요구에 맞도록 추진해서 더욱 긴밀하게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가 정세 완화 추세로 가고 있다”며 “중국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견지와 북미 대화를 통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폼페이오의 두 번째 방북

김 위원장이 중국에 갔다가 북한에 돌아오자 9일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이 평양에 도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김 위원장과 면담했다. 

40여일 만에 두 번째 방북한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를 놓고 마지막 의견 조율을 하고 정상회담의 장소와 일정을 최종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만남을 가졌다. 일시와 장소가 정해졌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을 하루 일정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세부사항 논의를 위해 북미 고위급 인사가 한 번 더 만날 가능성도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번 방북으로 인해 사실상 북미 정상회담 실무사항을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백악관)

폼페이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의 준비를 전담하는 김 부장과 만나 “수십 년 동안 우리는 적국이었다. 이제 우리는 갈등을 해결하고 세계에 위협이 되는 것을 제거하고 북한 시민이 누릴 기회를 위해 함께 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했다. 

북미의 상호 적대정책이 철회될 수 있다는 의미있는 언급인데, 실제 김 위원장은 한국계 미국인 3인(김동철·김상덕·김학송)에 대한 석방 결정을 내렸고 폼페이오 장관은 이들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밤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관련 소식을 직접 전해 들었다.

문 대통령은 바로 폼페이오의 방북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바로 폼페이오의 방북 소식을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사진=청와대)

‘한중일’ 특별성명과는 별개로 ‘일본’과 ‘중국’의 온도차 

한중일 3국 정상이 9일 일본 도쿄에서 만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3국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인한 것을 환영하고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대하고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3국이 공동의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특별성명을 채택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요구로 성사됐다. (사진=청와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의심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특별성명에 동참한 것은 고무적으로 볼 수 있다. 

아베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탄도미사일의 CVID를 위한 노력을 해나갈 것”이라며 북한의 구체적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3국의 협력을 공고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와 관련 한국과 중국 정상에 협조를 구했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이해받았다며 “납치·핵·미사일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북한이 올바른 길을 걷는다면 일북 평화선언을 통해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북한의 비핵화 방향을 환영하고 중국은 이번 기회를 잘 포착해 대화를 회복하고 정치적으로 한반도 문제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원론적인 발언을 했다.

문 대통령은 개별 양자 회담에서 이번 평화 국면의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고 중국과 일본의 입장에 궤를 맞춰 유연하게 대처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사진=청와대)

한일 회담에서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나 해제는 시기가 중요하다.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쇄하거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 대가를 줘서는 안 된다”며 “북한의 추가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 결의없이 독자적으로 제재를 완화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도 북한 선수단의 운송·숙박·장비 등 지원 하나하나를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에 위반되지 않도록 다 협의를 하면서 진행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독자적이고 임의적으로 북한과 경제 협력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는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산가족 상봉이나 숲 조성·병충해·산불 방지 등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판문점 선언을 거론한 뒤 “평화체제가 구축되려면 지역 안보라는 중요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 동북아 안보 논의에 일본도 참여하고 싶다”는 의향을 보였고 문 대통령은 “평화협정은 전쟁 당사자끼리 합의하는 것이고 넓은 의미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체제 구축에는 일본이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호응했다.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가 단독 회담을 가졌다. (사진=청와대)

한중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북한에 일방적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 완료 이후의 체제보장과 경제개발 지원 등을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리 총리는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의사가 있고 스스로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상응하는 미국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경제개발을 위해 서울·신의주·중국을 연결하는 철도건설 사업이 검토될 수 있고 양국 간의 조사연구사업이 선행될 수 있다는 것에도 의견이 일치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미세먼지 문제이고 건강에 직결되는 것인 만큼 양국 정부가 진지하게 걱정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민감한 문제를 꺼냈고 리 총리는 “미세먼지의 원인은 매우 복잡하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한국과 함께 연구하고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한편, 향후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 연쇄 정상회담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한미 정상회담이 오는 22일 열리고 6월 안에 한러 및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이 주 의제로 다뤄질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3·4자 정상회담도 6월 이후 열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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