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원내대표가 두 배 이상의 득표차로 노웅래 누르고 당선, 남북관계와 사회적 화두에서 초당적 협력 제도화 중시, 야당에 과감한 양보도 약속, 한국당의 김성태 원내대표와 인연이 깊어 향후 어떤 협치를 보여줄지 관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초당적 협력의 제도화만 이뤄진다면 야당에게 과감한 양보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정부여당의 신임 원내대표가 탄생했다.

11일 10시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3기 원내대표 선거가 치러졌고 3선의 홍영표 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78표(총 116표)를 얻어 당선됐다. 경쟁자였던 노웅래 의원은 38표를 받아 낙선했다. 

더불어민주당 당명을 가진 이후 3번째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 (사진=박효영 기자)

정견 발표에서 홍 원내대표는 “정치의 봄을 불러오겠다”며 “더 많이 듣고 더 큰 포용으로 통큰 정치로 여의도 정치를 복원시키겠다. 여야 모든 정당들은 이 시대의 경쟁자이지만 미래로 가는 동반자여야 한다”고 협치 정신을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여야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두 가지 키워드로 △남북관계 △사회적 대타협의 과제를 꼽았다.

홍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초당적 협력과 협치 구조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먼저 원내 5개 정당(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4개 교섭단체 체제는 “더 많은 정치적 상상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대로 국회 파행이 지속된다면 “70년 만에 찾아온 한반도 평화의 큰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경각심을 환기했다. 

무엇보다 “남북 화해만큼은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겠다”는 게 홍 원내대표의 포부다.

이를 위해서 △남북관계발전특위 구성(법안 심사권 보유) △4강 외교에 여야 협력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미국 의회와의 교류 등을 약속했다.

홍 원내대표는 남북화해를 위한 야당의 협력을 받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홍 원내대표는 남북화해를 위한 야당의 협력을 받는데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다음에 “정부의 정책만으로 청년 실업·저출산 고령화·양극화·저성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경제계가 바라는 노동유연성과 노동계가 주장하는 고용안정성 그것을 위해서 대타협이 있을 때 한국 경제는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런 문제(시대적 화두) 해결을 위해 경제사회 주체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사회적 대타협에 나설 때 갈등과 대립을 넘어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며 이것이 “국회에서 반드시 입법으로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이렇게 초당적 협력체계만 마련된다면 나머지 국정 현안은 야당에게 과감하게 양보하겠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홍 원내대표의 무난한 승리로 마무리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당선이 확정된 뒤 소감을 발표한 홍 원내대표는 “어깨가 무겁다”며 추미애 대표를 비롯한 2기 원내대표단의 노고를 치하했다.

특히 “우 전 원내대표는 내 친구이기도 하면서 작년 선거에서 날 떨어뜨려서 1년 동안 날 고생시켰다. 날 만날 때마다 홍영표를 떨어뜨려 내가 이 고생을 한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아마 국회 역사상 가장 훌륭한 원내대표가 아니었나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날 당직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우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당직자들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우 원내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 민주당 지도부인 우원식 원내대표와 추미애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초대 민주당 지도부인 우원식 원내대표와 추미애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민주당의 여성 의원들. 손혜원 의원, 유은혜 의원, 권미혁 의원, 제윤경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투표는 신속하게 진행됐고 바로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투표는 신속하게 진행됐고 바로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박효영 기자)

전국민적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고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환경이 정부여당에 우호적이지만 홍 원내대표는 “우리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국민과 역사 앞에 책임감을 갖고 겸손해야 한다”며 높은 지지율에 오만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드루킹 댓글조작 사태와 관련해서 야당(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당)의 특검 요구가 강경하고 특검의 내용(처리 시점·명칭·수사범위·거부권)을 두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국회는 올스톱된 상태다. 

초당적 협력 구조의 구축을 전제로 과감한 양보를 공언했던 만큼 홍 원내대표가 어떻게 협상을 이끌어갈지 주목된다.

홍 원내대표는 “지금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단식을 9일째 하고 있다. 국회가 이렇게 파행으로 가서는 안 된다. 18·19대 국회에서도 여의도에 과연 정치가 있었는가 싶었다. 국회 정상화를 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 지금 바로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의 농성장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홍 원내대표는 곧바로 김 원내대표를 찾아가 짧게 만났다. 아직 전임 지도부의 협상 정보를 제대로 인수인계 받지 못 한 상태라 홍 원내대표는 원론적인 대화만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국노총과 국회 환노위에서 함께 활동한 전력이 있는 두 사람이 향후 어떻게 협치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9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의 농성장에는 취재진이 많이 모여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성태 원내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천막 농성장 안에서 대화하고 있는 것을 하나라도 들으려고 귀를 가까이 하고 있는 기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무엇보다 친문 인사로 불리는 홍 원내대표가 차기 지도부를 꾸려 야당에 통큰 양보를 하더라도 민주당 열혈 지지자 그룹으로부터 큰 비판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통 지지자 그룹은 원내 지도부에게 야당에 강경한 모습을 요구하기 마련인데 문재인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홍 원내대표가 양보를 하면 대승적 결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 

박홍근 전 원내수석부대표는 10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홍 의원은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만큼 야당과 타협적이어도 지지자들로부터 대승적 결단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친문이 아니라서 지지자들로부터 따가운 견제를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한편,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고별사에서 “1년동안 협상의 고수가 됐다. 그 노하우를 후임 원내대표에게 제대로 전수하겠다”며 “앞으로 평의원 우원식은 전국 어디든지 찾아가 선거전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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