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나 기자
최한나 기자

 

청어를 굽다.1

전다형

 

청어살을 발라먹으며 용서를 생각한다

살보다 가시가 많은 청어

 

가시 속에 숨은 푸른 속살을 더듬어 나가면

내 혀끝에 풀리는 바다

 

어제 그대의 말에 가시가 많았다

오늘 하루 종일 가시가 걸려 목이 아팠다

 

그러나 저녁젖가락으로 집어내는 청어의 가시

가시 속에 감추어진

부드러운 속살을 찾아가다 만나는 바다의 선물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오늘 밤 이불 속에서 그대에게

화해의 따뜻한 긴 편지를 써야겠다

 

가시 속에서 빛나는 청어 한 마리

어느새 마음의 지느러미 달고 바다로 달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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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책을 읽을 때는 가시가 많은 생선을 먹는 것처럼 살살 발라가면서 읽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을 들었던 기억이 있다. 인생을 사는 자세도 마찬가지이며 모든 관계성에도 적용되는 귀한 충고로 가슴에 새겼던 말이다. 사람이라는 책, 쉬울 것 같으면서도 다 읽어내기가 어려운 책이다. 삶이라는 장편의 드라마 역시 그러하다. 살다보니 누군가가 내게 던진 말들이 두고두고 찌르는 고통으로 남아있기도 하다. 그것은 유난히 가시가 많은 청어라는 생선처럼 일일이 그 가시를 다 발라내기조차 어려운 퍼런 상처이기도 하다.

  무심한 한 마디 말에 가시가 있고 뿔이 달려있을 수도 있으니 그 가시에 찔리지 않으려면 지혜의 젓가락이 필요하다. 뒤늦은 후회를 하며 내가 던진 말들 또한 돌아본다. 거기엔 가시들도 많아서 누군가를 본의 아니게 찌르기도 했을 것이다. 돌이킬 수 없는 무의미한 말,말,말들... 남는 것은 늘 아린 자책과 후회다. 화자는 청어구이 가시를 발라내며 어제 들었던 그대의 말을 떠올린다. 그리고 목에 가시처럼 걸린 그 말을 뽑아낸다.‘ 어쩌면 가시 속에 숨은 / 그대 말의 속살을 듣지 못했는지 몰라 / 가시 속에 숨은 사랑을 발라내지 못했는지 몰라 ’하며 자신을 위로하고 그를 이해하며 용서하기로 한다. 그리하여 맛보게 되는 화해, 그 평안함이 귀하다. 생각해보면 가시라는 존재는 나 자신의 마음크기와 온도에 달려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이라는 밥상위에 잘 구워진 청어 한 마리 또 올라온다. 눈 밝은 마음의 젓가락을 꼬옥 쥐고 맛나게 잘 먹어보자.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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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다형 시인 /

2002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등단.

2012년 첫 시집 『수선집 근처』, (푸른사상사)

제12회 부산작가상 수상.

한국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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