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고 재차 밝혀, 북미 회담이 잘 되면 체제 보장도 이뤄질 것, 결국 남북미 협상력 차원으로 해석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을 취소 통보하고, 일방적인 핵 개발·맥스선더 한미 연합훈련·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의 발언을 명분으로 한국과 미국 정부를 비난하는 등 북한의 제동걸기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18일 17시 북한은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우리측 기자단의 명단 접수를 거절했다. 당초 북측은 23일~25일간 진행될 핵 실험장 폐기를 취재할 5개국(한국·영국·미국·중국·러시아) 기자단에 대한 방북 일정까지 확정하고 발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판문점(연락채널)을 통해 (기자단의 명단을) 북측에 통지하려고 했으나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북남 고위급회담을 중지시킨 엄중한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남조선의 현 정권과 다시 마주앉는 일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리 위원장이 불편하게 여긴 지점은 전날(16일) 통일부가 “(고위급 회담 일방적인 취소 통보는) 판문점 선언의 근본 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힌 성명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조성된 남북 대화 무드에서 가장 활발히 우리 정부 대표와 소통해온 리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단 주말(19일~20일)에는 판문점 연락채널을 가동하지 않을 방침이다.

북한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강경 발언을 지적하며 미국에게도 불만을 표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1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한다”며 “북미 수뇌부 회담에 응할지 다시 고려할 것이고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그러한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돈이 아니라 체제 보장”을 강조하며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 공갈”을 경계했다. 

이렇게 남북미 대화 무드에 제동을 걸고 있는 북한을 달래기 위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추구하는 방식은 리비아 방식이 아니라 한국 모델”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기조에서 한 발 물러나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사진=백악관)

특히 “리비아 모델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사용하려는 모델이 아니고 리비아는 나라가 파괴됐고 카다피에게 남아 있을 수 있는 협상이 없었다”며 북한은 그런 리비아의 카다피와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를테면 “(미국은) 리비아를 파괴시켰고 카다피에게는 안전이나 군사력 그리고 많은 것들을 제공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고 결국 파괴하게 됐다”라며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 한다면 리비아 모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합의를 이뤄낸다면 김정은은 매우 행복해질 것으로 생각한다(now that model will take place if we don’t make a deal most likely. But if we make a deal I think that Kim Jung Un is going to be very very happy)”고 밝혀 북한의 선택에 달렸음을 암시했다.

이어 “미국은 현재 북한과 협상을 하고 있고 만남이 열릴 수도 있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이라며 김 제1부상이 북미 정상회담을 무를 수도 있다고 한 것처럼 크게 매달리지 않고 있음을 강조했다.

무엇보다 “북한에 김정은이 있고 국가를 계속 통치할 것이고 그 국가는 매우 부유해지고 주민들은 엄청나게 산업화될 것(something where he would be there, running his country, his country will be very rich, people are tremendously industrious)”이라며 “산업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이는 한국 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의 강경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서 “정말 반대되고 문제가 생겼을 때를 가정한 상황”이라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미국이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간 물밑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백악관)

백악관 출입기자의 질문에 답변한 것이지만, 북한이 불만을 갖고 있는 볼턴 보좌관에 대해서 직접 해명을 함으로써 한 발 물러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가 엿보인다.

더불어 “김정은은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직접 말해 카다피와 달리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만 잘 되면 체제 보장을 해줄 수 있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 뒤 일들이 조금 바뀐 것 같다.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과 두 번째 만남을 가진 건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며 시 주석의 영향력 행사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중요한 것은 현재 북미의 물밑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협상하고 있다”며 “신문들을 보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직 말해줄 수 없지만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미 소통 구조는 바텀 업(Bottom up)이 아닌 탑 다운(Top down)이다. 3국의 최고 지도자나 고위급 인사가 큰 틀에서 협상력 차원의 힘겨루기를 하고 있지만 실무자 간의 물밑 협상은 따로 진행되고 있다.
핵 개발을 완성한 북한 입장에서 이를 계기로 체제 보장과 경제 지원을 받는 이익이 있고, 한국은 한반도 평화라는 얻을 게 있다. 미국도 곧 있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러시아 스캔들 등 각종 지지도 하락을 상쇄할 큰 이익이 걸려 있다.

결국 북한의 제동걸기·볼턴의 강경 발언 등은 모두 3국의 빅딜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협상력 차원으로 해석할 수 있고,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북한은 한국 정부를 통해 대미 압박 카드를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