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단독 보도, 여야의 반응, 19일 21시 본회의에서 특검과 추경 통과시키기로 합의, 민주당도 여러 현안에 대해 합의를 이뤄 성과있어, 홍영표 원내대표의 협치력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드루킹 김동원씨의 옥중편지가 공개됐다. 5.18 민주화운동 38주년의 날이지만 정치권은 하루종일 정신없었다. 여야가 본회의에서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을 동시 처리하기로 합의한 날이기도 했는데 편지의 영향이 컸던지 하루 뒤로 미뤄졌다. 

18일 조선일보는 김씨의 변호인을 통해 옥중편지를 제공받아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2018년 5월18일자 3면. (자료=조선일보)

‘탄원서(짓밟힌 자의 마지막 항변)’라는 제목의 편지를 보면 핵심 내용은 아래와 같다.

△수사기관이 모든 죄를 경공모(경제적공진화모임)에 뒤집어 씌우려 시도했음 
△2007년과 2012년 민주당의 대선 패배가 댓글기계 부대 때문이고 이를 계기로 2016년 9월 ‘선플 운동’을 시작하게 됐음 
△2016년 10월 송민순 회고록 사건을 방어한 것이 계기가 돼 매크로(여러 명령어를 묶어 하나의 키 입력 동작으로 만든 것)를 제작하게 됨 
△2016년 10월 파주 사무실에서 김경수 전 의원에게 킹크랩(자체 댓글조작 프로그램)을 시연했고 암묵적 동의를 받았음 
△당시 목격자가 여럿 있음 
△김 전 의원은 경공모를 이용했고 문제가 생길 때 발을 빼기 위한 행보를 보였음 
△작업한 기사들의 목록을 김 전 의원에게 텔레그램 비밀방으로 일일 보고 했음 
△19대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중앙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질 당시 논공행상 차원으로 2명을 인사 추천했으나 1명만 받아들여짐 
△나머지 1명을 집권 이후 한주형 보좌관을 통해 오사카 총영사 인사로 추천했으나 거절됨 
△이미 오태규 총영사가 내정됐음에도 이를 미끼로 김 전 의원이 경공모를 이용했음 
△김 전 의원이 2017년 12월28일 전화를 걸어 대신 센다이 총영사 자리를 역제안 했음 
△김 전 의원의 위선과 거짓에 신물이 났고 2018년 2월20일경 국회 의원실을 찾아가 다퉜고 3월17일경에는 오사카 총영사 약속을 지키는지 보겠다는 조의 문자를 보냈는데 김 전 의원은 이를 협박이라고 주장했음 
△3월21일 네이버의 고소로 인해 사무실이 압수수색 됐고 이후 구속됐음
△김 전 의원은 이 사건의 최종 지시자이자 모든 보고를 받았고 초기부터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여부를 알았던 주범임

김씨는 구속된 뒤 옥중서신을 통해 자신만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분명 김씨는 이상하다. 2015년 경제대공황과 일본 침몰을 예언했고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등 기이한 말을 많이 했다. 그렇지만 김씨의 편지가 허위인지 서울중앙지검의 발표(김씨의 주장 반론)가 맞는 것인지는 아직까지 단언할 수 없다. 여야는 각각 진영논리에 따라 자기 이야기를 할 뿐 진실로 확정할만한 스모킹건은 없다.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의원은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다. 이렇게 마구 소설 같은 얘기를 바로 기사화해도 되는 것인지”라며 적극 부인했다.

김 전 의원이 18일 오전 부산 중구 민주공원에서 참배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 차원에서는 아침에 제윤경 대변인(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캠프), 오전에 김현 대변인, 오후에 백혜련 대변인의 명의로 세 건의 논평이 발표됐다.

제 대변인은 “한 마디로 황당하고 어처구니 없는 소설같은 얘기에 불과하다”며 “검찰이 자신에 대한 수사 축소와 빠른 석방을 보장하면 김 후보의 댓글 지시에 대한 진술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작성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선거 개입을 시도하는 조선일보의 행동에 동조하고 이를 믿을 국민은 없다”며 연이은 조선일보의 관련 보도를 선거 개입이라고 역공했다.

김 대변인은 “드루킹의 허위 주장만 담은 가짜뉴스를 담은 편지에 부화뇌동하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애처롭다”며 “지금 드루킹은 오로지 자신의 범죄 혐의를 빠져나갈 알리바이만을 궁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온 뒤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드루킹은 자신과 경공모에 대한 수사축소 요구를 검찰이 거부했음에도 마치 (검찰이) 수사를 축소하려고 했다는 허위 주장을 했다”고 반론했고 실제 김씨와의 면담 내용은 녹화됐으므로 필요하면 공개할 용의도 있다고 밝혔다.

드루킹의 옥중편지가 보도되자 서울중앙지검은 바로 보도자료를 발표해 반론했다. (자료=서울중앙지검)

백 대변인은 이를 토대로 “드루킹은 검찰과도 검은 뒷거래를 시도한 부도덕한 정치 브로커이자 협잡꾼임을 만천하에 증명한 것”이라며 “더욱이 조사 과정에서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을 빼라는 말도 안 되는 거짓말로 마치 검찰이 김경수 의원을 봐주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TV조선 기자의 태블릿PC와 USB 절취 사건부터 일방적 주장만 담긴 드루킹의 편지를 공개한 조선일보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모종의 거래 및 치밀하게 짜인 각본에 따라 김경수 죽이기와 지방선거 판 흔들기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특검법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의심될 만큼 타이밍이 절묘하다”고도 의심했다.

한국당 등 야당은 김 후보와 민주당을 맹공했다. 

신보라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경수 후보가 도지사 후보로 나서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그동안 거짓해명과 말 바꾸기로 일관해 왔던 것만으로도 후보의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고 “드루킹 본인이 김경수 후보를 댓글여론조작 사건의 주범이자 최종지시자라고 지목하고 관련 증거들이 제시돼도 수사할 수 없다면 특검은 무용지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대놓고 특검이 수사해서는 안 된다고 김경수 후보를 방어하고 있으니 검경이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고 밝혔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드루킹의 진술을 보니 김경수 전 의원이 수 차례 찾아갔다는 느릎나무 출판사를 경찰이 수사할 때 기본 중에 기본인 CCTV 조차 확보하지 않았던 이유를 알겠다”며 “성역없는 특검을 통해 드루킹이 김경수의 꼬리이듯 김경수 또한 여론조작 정권의 꼬리에 불과함을 반드시 밝혀낼 것”이라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긴급 의원간담회 발언을 통해 “특검의 수사대상이나 범위에 대해서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며 “김 전 의원도 어찌보면 공범인데 한 쪽은 구속돼 있고 한 쪽은 도지사를 출마하겠다고 돌아다니고 있다. 이것은 형평에 맞지 않고 김 전 의원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표의 말대로 원래 예정된 특검법 통과 시점은 미뤄졌다. 

원내대표들 못지 않게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이번 여야 합의에서 연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18일) 21시를 넘어서도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을 정도로 특검에 대한 여야 합의는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22시에 극적으로 여야 재합의가 이뤄졌다.

특검법의 내용은 물론이고 19일 21시 본회의에서 특검과 추경을 동시 처리하기로 대타협을 봤다. 14일 이뤄졌던 1차 여야 합의는 통과 시점을 설정하고 내용에 대한 협상을 남겨뒀다면 이번 2차 합의는 내용에 대한 타결이 이뤄졌기 때문에 큰 진전을 이뤘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명칭은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 △특별 검사의 추천 방식은 대한변협으로부터 4인을 제안받고 3개 교섭단체의 합의를 통해 2인을 결정한 뒤 대통령에게 올리고 대통령은 최종적으로 1인을 임명 △수사범위는 드루킹 및 드루킹과 유관 단체회원 등이 저지른 불법 여론조작행위·수사과정에서 인지된 불법행위·드루킹의 불법자금과 관련된 행위 △특검 규모는 특검보 3인·파견검사 13인·특별수사관 35인·파견공무원 35인 △수사 기간은 준비기일 20일·수사 60일·연장 30일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특검의 규모와 기간을 두고 내곡동과 최순실의 사례를 제시했다. (캡처사진=jtbc)

민주당은 ‘내곡동 특검’을 기준점으로 제시했고 야당은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을 내세웠는데 규모는 민주당, 기간은 야당 입김이 반영돼 절충점이 맞춰졌다.

드루킹의 편지로 인해 특검 내용에 대해 민주당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지만, 민주당도 여러 실리를 챙겼다. 그 추가 7가지의 합의사항은 아래와 같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5월2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고 비준안은 북미 회담(6월12일) 이후 처리 △물관리일원화 관련 3법(하천관리법은 국토교통부에 존치)을 5월28일 본회의에서 처리 △중앙행정권한의 지방일괄이양법은 운영위원회에 회부 △운영위를 열어 간사 선임 건과 국회 미래연구원장 임명 동의의 건을 처리 △청년 실업극복 지원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을 추경과 동시 처리 △생계형적합업종지정특별법을 5월28일 본회의에서 처리 △각 당의 관심 법안 처리를 위해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간에 ‘민생입법협의체’를 운영

더불어 한국당 소속의 홍문종·염동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지난 14일 본회의에서 보고됐기 때문에 19일 본회의에서는 표결이 이뤄지게 된다. 각 정당은 당론을 따로 정하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의사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비판적인 입장을 천명한 바 있어서 한국당도 딱히 대외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만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평화당은 14일 1차 합의 직후부터 GM 군산공장에 대한 재정 확대 투입을 민주당에 요구했고 관련해서 추경에 대한 국회의 심사가 너무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본회의 처리 시점이 하루 늦춰진 것도 추경 심사에 대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벌기 위한 것이고 이게 여야 합의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여야는 예산결산위원회를 연일 가동했고 이날 조정소위원회를 열어 감액 심사를 마쳤다. 또한 소소위에서 보류 사업 53건을 논의했고 19일 8시 소소위를 다시 열어 논의를 마무리하고 최종 증액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에 당선된 뒤 바로 국회 정상화를 이끌어냈기 때문에 협치 능력에 대해 평가를 받았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국회 정상화는) 홍영표 원내대표의 결단이다. 홍 원내대표를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 홍 원내대표가 환노위원장(환경노동위원회)일 때 모셔봤는데 야당(환노위원장)일 때와 여당(환노위원장)일 때 확 달라졌다. 지금은 야당을 끌어안는 그런 큰 정치를 보여줬다. 여당의 새로운 진보와 이런 노선을 추구하고 계신 것 같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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