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은 결국 국회의 합의가 중요, 국회 전체가 파행되는 사태를 막기 위하여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 통과라는 큰 산을 넘은 국회는 일단 한 숨을 돌렸다. 

하지만 당장 대통령 개헌안을 24일 처리해야 하는 만큼 갈등의 여지가 남아있다. 헌법 130조 1항에 의하면 개헌안이 발의되면 국회는 60일 안에 의결해야 하고 3월26일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 제출됐기 때문에 이것이 철회되지 않는 이상 이번주 목요일 본회의에서 표결에 부쳐지게 된다.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하고 야4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3개 교섭단체(한국당·바른미래당·평화와정의의의원모임)는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자진 철회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거대 양당(민주당·한국당)의 개헌 움직임을 촉구하기 위해 결성된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개헌 연대 역시 마찬가지다. 개헌 연대는 23일 아침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공식 개헌안 철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야3당 개헌 연대는 단일한 개헌안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거대 양당을 설득할 계획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 배경은 이런 거다. 

대통령 개헌안은 핵심 쟁점인 정부형태와 관련해서 여야 의견 조율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가 자문위원회까지 꾸려서 손질을 봤고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약 준수를 위해 제출한 개헌안인데 만약 이게 부결되면 바로 민주당의 대야 공세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야 갈등이 다시 한 번 심화되기 때문에 개헌 논의가 더욱 더뎌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취지다.

정의당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종대 의원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 정족수 미달로 표결조차 되지 못 하거나 또는 부결이 될 경우 국민들은 개헌 논의 자체가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이후 개헌은 물론 선거제도 개혁 등 중요한 과제들이 사장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 역시 이런 상황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21일 본회의를 마치고 오후에 정세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회동이 있었고 여기서 야권 원내대표들은 국회 헌정특위(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활동 시한이 6월 말까지 남아있기 때문에 국회 개헌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야 합의를 위해서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해달라는 게 이들의 의중이다.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의 마지막 주례회동이었다. 전반기 국회의장단 임기는 29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야 모든 대선 후보들이 지방선거 동시 개헌을 공약했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것도 결국 쟁점 이슈(김영철 방한·권성동 법사위·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드루킹)가 있을 때마다 국회 파행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실제 4월·5월 국회는 열려 있었지만 때마다 쟁점 이슈 한 건으로 국회 전체가 파행을 면치 못 했다. 한 달 반이 넘도록 본회의 한 번 열리지 못 했고 산적한 민생 법안은 잠을 자고 있다. 

오죽하면 세비 반납 운동이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 올라오고, 실제 정 의장은 자진해서 반납하기도 했다. 결국 할 일은 하면서 싸울 것은 싸워야 한다. 쟁점과 비쟁점 이슈를 분리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여야의 의미있는 합의가 있었다. 

18일 밤늦게 여야가 합의를 이룬 사항 중에는 정당별 관심 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민생입법협의체’ 운영이 있었다.

이를 위해 21일 오후 국회에서 여야 정책위의장·원내수석부대표들이 첫 모임을 가졌다. 

여야 4개 교섭단체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들이 첫 회동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기자들에게 “(28일에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할 법안을 논의할 것이고 교섭단체들이 원하는 민생 법안을 제출하고 다음 회의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23일 우선 처리 법안 리스트를 상호 교환하고 24일 2차 협의체 모임을 열기로 했다.

민주당의 관심 법률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건설근로자고용개선법·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미세먼지 특별법·미투 관련 법·혁신 성장을 위한 규제 5법·재벌 개혁 상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이 있고 한국당의 경우는 댓글조작 방지법·방송법·도시정비사업법 등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을 국회가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갈등 이슈 하나로 국회 절차가 마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만큼 협의체를 통해서 비쟁점 법안 논의를 상시화하는 경험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첨예안 사안으로 갈등을 빚더라도 협의체만큼은 가동되는 국회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지 주목되지만 당장 28일 본회의를 위한 일시적 용도라 낙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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