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의 단독회담, 북미 협상 잘 되면 체제보장과 경제 번영 가능, 한중일 정상과 대북 경제 지원 논의, 북미의 정상급 접촉은 최초라 과거와는 다를 것, 풍계리 핵 실험장 취재에 한국 기자단이 동참할 수 있을까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서 “한 번에 일괄타결(Big deal)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처음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체제보장을 할 생각이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잘 되면 좋겠지만 안 돼도 상관없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북한에게 확실한 보상 메시지를 던졌다. 

우리 시간으로 23일 새벽 1시 워싱턴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있었다. 배석자 없는 단독회담(통역사와 두 정상 외에는 아무도 없음)에 들어가기 전 양국 기자들 앞에서 두 정상이 모두발언을 하고 질의응답을 했다. 2시부터는 비공개로 양국 확대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관계를 중재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사진=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부터 북한이 안전하고 행복해질 것이고 부유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며 미국의 원조로 한국이 경제 성장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즉 “잊지말아야 할 것이 수 조 달러를 한국에 지원했고 지금 한국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발전을 이뤄냈다. 북미 협상이 잘 되면 (북한이) 행복해질 것이고 잘 안 되면 불행해질 것이다. 김 위원장이 결단을 내려야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좋은 선택을 한다면 “북한과 세계에 좋은 결과를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보상과 관련해서 한중일 3국의 원조가 있을 것이라는 점도 암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과 대화를 나눴는데 굉장히 큰 금액의 지원을 통해 북한이 번영하기 위해 3국이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미 미국의 대북 민간 투자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바 있었는데 더불어 한중일의 민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3국 정상이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공식화한 것이다.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물밑 협상에서) 비핵화 약속을 안 하면 북미 회담이 안 열릴 수도 있다”며 “이번에 열리지 않으면 아마도 나중에 열릴 것이다. 6월12일에 잘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2차 북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금 실망스러운 것은 2차 북중 정상회담이 있었을 때 김 위원장의 태도가 변화한 것이다.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나는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두 번째 방중하고 난 뒤 태도 변화가 있었고 시 주석은 세계적인 포커 플레이어”라며 북중 공조로 미국과의 협상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견제했다.

세계 경찰국가인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도 청사진을 밝혔는데 “두 개의 한국으로 (한반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미국이) 많이 관여했던 분단선이 국경으로 현존하는데 남북이 공존하고 양측이 원하면 언젠가 하나의 한국을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나 역시 환영한다”며 남북 통일를 최초로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보상책을 확실히 언급하면서도 이에 이르기 위한 길은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보상책을 확실히 언급하면서도 이에 이르기 위한 길은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옆에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지켜보던 문재인 대통령은 여느 때와 같이 트럼프 대통령에 공을 넘겼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북미 간에 여러 번 합의가 있었지만 정상들 간의 합의가 도모된 것은 이번이 사상 최초”라며 “더구나 정상회담을 이끄는 주체가 트럼프 대통령이고 무엇보다 지금의 극적인 상황 변화를 잘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공시켜서 65년 간 끝내지 못 한 한국전쟁을 종식시키고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그리고 북미 수교 등 모든 것을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는 “이 엄청난 대전환을 이뤄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나도 최선을 다해 협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최근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북한은 위대한 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고 김 위원장에게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며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는 북미 정상회담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한미 정상회담 전에 문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다. (사진=청와대)
한미 정상회담 전에 문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과 폼페이오 장관을 만났다. (사진=청와대)
최근 들어 유독 북한에 도발적인 언사를 많이 하고 있는 볼턴 보좌관. 문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게 한반도 빅딜에 대해 직접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최근 들어 유독 북한에 도발적인 언사를 많이 하고 있는 볼턴 보좌관. 문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에게 한반도 빅딜에 대해 직접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기 전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 “많은 사람들이 지난 25년간 북한과의 협상에서 기만당했다는 회의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 주류 언론의 회의적인 시각을 언급한 뒤 그럼에도 북미 정상급의 직접 협상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초강경 대북 압박 메시지를 구사하는 볼턴 보좌관에게 문 대통령이 직접 긍정적인 한반도 빅딜을 어필한 것이라 의미가 있다.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에 초청받은 외신 기자들이 베이징발 원산행 고려항공 전세기에 탑승한 가운데 취재진을 배웅나온 조선 노동신문 중국 특파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2일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취재에 초청받은 외신 기자들이 베이징발 원산행 고려항공 전세기에 탑승한 가운데 취재진을 배웅나온 조선 노동신문 중국 특파원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북한 풍계리 핵 실험장을 폐기하는 이벤트에 초대된 국제 기자단 22명(미국·중국·영국·러시아)이 22일 12시 ‘원산’에 도착했다. 기자단은 중국 베이징에서 집결해 비행기를 타고 원산 갈마 공항에 내렸고 저녁에 270㎢ 떨어진 함경북도 풍계리로 출발했다. 열차로 10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23일 오전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끝내 북측은 한국 기자단의 명단을 접수하지 않고 판문점 연락채널을 닫았지만 통일부는 23일 중에라도 다시 기자단 명단을 전달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같이 남북 직항로를 통해 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

북측이 지난주 우리 정부를 비판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한미 연합훈련 맥스선더·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이지만 전문가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신 자신의 요구를 잘 전달하라는 압박성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언론도 문 대통령에게 북미 간의 중재자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북측의 메시지는 충분히 전달됐으니 23일 중으로 한국 기자단이 풍계리 핵 실험장에 도착할 수 있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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