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개헌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면 개헌 동력 약화 우려, 권력구조는 사실상 총리추천제 유력,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면 불참한다는 야4당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야3당 개헌연대(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가 다시 한 목소리를 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대통령께서 이 오기 정치를 통한 개헌안 발의를 했는데 다시 표결을 오기 정치로 일관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말했다.

개헌연대는 23일 아침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제안한 개헌안을 철회해줄 것을 정중하고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야3당은 대통령 개헌안이 철회되지 않아 24일 본회의가 열리면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3월26일 국회에 제출된 대통령 개헌안은 철회되지 않는 이상 60일 내에 본회의 의결(24일)을 의무적으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 여야는 핵심 쟁점인 권력구조에 대해서 합의하지 못 한 상태다. 본회의 의결 시한까지 딱 하루 남았다. 만약 대통령 개헌안이 그대로 본회의로 넘어오면 부결될 가능성이 99%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내일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의 표결이 강행된다면 부결될 것이 명확하고 그 여파로 당분간 개헌에 대한 공론의 장이 와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3당은 대통령 개헌안 부결 사태가 개헌 논의에 찬물을 끼얹을까봐 우려하고 있다. 

김종대 의원은 미리 정의당 차원의 개헌 입장문을 작성해왔고 그것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종대 의원은 미리 정의당 차원의 개헌 입장문을 작성해왔고 그것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4월 초부터 개헌 성사를 위해 뜻을 모았던 야3당은 거대 양당(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을 압박하고 설득해왔다. 양당의 인식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역시 권력구조에서 그렇다. 최대한 권력 분산을 덜 하려는 민주당과 최대한 권력 분산을 많이 해내려는 한국당이 맞서고 있다.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 사이에서 타협점을 모색하기 위해 야3당은 총리추천제를 제시했고 단일 개헌안을 마련해놨다. 

하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그동안 남북 정상회담과 드루킹 댓글조작 등 굵직한 이슈에 묻혀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는 더디기만 했다.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개헌안을 만들고 발의할 수밖에 없었던 명분을 어느정도 국회가 제공한 측면이 있는 것이다. 여야는 정쟁만 일삼다가 국민투표법 개정(재외국민의 국민투표 권리를 위한) 시한을 넘겼고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 실시를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총리추천제와 총리선출제 둘 중의 하나가 단일 권력구조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한국당까지 더 해 야4당이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총리추천제와 총리선출제 둘 중의 하나가 단일 권력구조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한국당까지 더 해 야4당이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권력구조에서 여야의 타협점을 찾아야 하고 야3당의 단일 개헌안이 하루빨리 모습을 드러내야 한다. 

야3당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가장 첨예한 쟁점이었던 권력구조 문제에서도 이견을 좁혀왔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하기 직전 단계에 있다.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초당적 합의를 이뤄낼 수 있다”고 공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권력구조 안에 대해서 “총리추천제와 국회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는 (총리선출제) 두 가지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야3당이 합의한 단일 권력구조 안으로서 전자는 민주당을, 후자는 한국당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상 전자가 유력하다. 

우원식 전 민주당 원내대표 체제에서, 민주당이 선호하는 권력구조 모델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명확한 권한 분리를 전제했기 때문에 총리 선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행정부의 권한으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 특히 우 전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게 되면 사실상의 연정 협치 구조(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김종필 DJP 연합)가 전개된다는 점을 내세웠었기 때문에 민주당은 총리추천제에 대해서 반신반의하고 있다.

4월19일 열린 개헌 토론회에서 민주당이 총리추천제에 대해서 수용할 수 있는 명분이 생겼다고 판단된다. (캡처사진=MBC)

국회가 합의를 통해 추천한 총리에 대해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큰 총리추천제와, 공식 표결을 통해서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총리를 뽑는 총리선출제 중 그나마 민주당이 타협 의지를 보일 수 있는 안은 전자일 것이 명약관화하다. 

김 원내대표는 양당을 압박하기 위한 야3당의 개헌연대였지만 “이미 지난 월요일(21일)에 한국당과의 입장 조율이 끝났다”며 “내일까지 청와대가 개헌안을 철회하지 않아서 본회의가 열리게 되면 야3당은 표결에 불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관영 의원은 문 대통령의 원격 결재를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김관영 의원은 문 대통령의 원격 결재를 촉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그렇게 되면 민주당을 제외하고 한국당까지 포함해서 원내 모든 정당이 본회의에 불출석하게 되는 모습이 연출된다. 이를 명분으로 민주당의 대야 공세가 강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 대통령이 23일 중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을지 주목되는 가운데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헌법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 간사)은 “(문 대통령이) 중요한 일 있을 때마다 원격 결재 잘 하셨으니 이번에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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