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중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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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으로 2008년 이후 9년 만에 처음 규모가 줄어든 패션시장에 SPA 브랜드가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2010년 약 1조2000억 원에서 2014년 3조4000억 원으로 약 3배 가까이 성장하는 등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05년, 일본 SPA브랜드 유니클로(UNIQLO)의 한국진출로 시작된 SPA브랜드 시장은 세계 SPA브랜드 순위 1, 2위를 다투는 스페인의 자라(ZARA)와 스웨덴의 H&M이 각각 2007년과 2010년에 진출하며 경쟁구도를 만들었다.

이에 국내 의류업체도 지지 않고 이랜드가 2009년 내 기업 최초로 SPA브랜드인 스파오(SPAO)를 런칭했고, 삼성물산도 3년여의 준비기간을 걸쳐 2012년 에잇세컨즈를 내놓으며 SPA브랜드 경쟁에 합류했다.

한편, 유니클로가 속한 패스트 리테일링 그룹의 일본 SPA브랜드 지유(GU)가 올 가을 1호점을 서울에 오픈한다고 16일 밝혀 SPA브랜드 경쟁시장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유니클로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유니클로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국내 SPA브랜드 시장 1위 유니클로…‘기본템’ 마케팅 성공 힘입어 매출 1조원 넘어

스파(SPA)브랜드란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의 약자로,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직접 맡아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고, 최신유행, 빠른 상품 회전이 특징이다.

국내 SPA브랜드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유니클로는 국내 진출 10년 만인 2015년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2016년 1조1822억 원, 2017년 1조2376억 원으로 3년 내내 1조 매출을 달성했다.

기본에 충실한 라이프웨어(Life wear)를 기조로 삼은 유니클로는 유행에 맞춰 디자인을 자주 바꾸는 대신, 히트텍처럼 꾸준히 입을 수 있는 ‘기본템’으로 승부를 보고 있다.

명품브랜드의 최신 유행을 반영하는 데 중점을 두는 자라, H&M 등 경쟁사와 달리 실용성 높은 소수 품목을 끊임없이 발전시킨 전략이 주효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ZARA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ZARA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세계 SPA 브랜드 매출 1위 ZARA와 2위 H&M…국내 시장 주춤

유니클로나 SPAO 같은 SPA브랜드가 ‘기본템’에 집중하는데 비해 스페인의 자라(ZARA)나 스웨덴의 H&M은 상대적으로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자라는 다품종 소량생산 위주의 상품개발로 다양한 스타일을 소비자 입맛에 맞게 제품 생산해 상품 회전률을 높이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또한 H&M은 ‘마르틴 마르지엘라’, ‘베르사체’ 등 명품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으로 디자인 품질을 높였다.  

세계 시장에서는 2017년 기준 자라가 속한 인디텍스(스페인)가 매출 약 29조3250억 원을 달성해 세계 SPA브랜드 매출 1위를 달성했으며, H&M이 약 25조4082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3위는 유니클로로 약 18조1911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미국의 GAP을 제쳤다.

H&M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H&M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반면 한국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 자라의 한국 법인인 자라리테일코리아가 2017년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작년 매출은 3550억 원으로 국내 SPA브랜드로는 2위를 차지했다.

또, 자라리테일코리아 지난해 영업이익은 117억 원으로 전년대비 52.8% 줄었으며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2016년 7.5%에서 지난해 3.3%로 절반 이상 줄었다.

H&M의 한국법인 에이치엔앰헤네스앤모리츠도 지난해 매출은 2387억 원으로 15.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09억원으로 2.8%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6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2074억원, 106억원으로 전년대비(1569억 원, 38억 원)각각 32.2%와 179% 증가했던데 비하면 급감한 수준이다.

SPAO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SPAO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국내 SPA브랜드 약진…이랜드 그룹의 SPAO, H&M 제치고 ZARA 추격 중

자라와 H&M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고전한 데는 유니클로의 공격적 행보에 국내 SPA브랜드들의 급성장이 더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랜드 그룹의 SPA브랜드 스파오(SPAO)는 매출면에서도 2013년 약 1400억 원에서 2014년 2000억 원, 2015년 2400억 원을 올리며 H&M을 제쳤고 지난해 매출은 3200억 원을 돌파해 지난해 3550억 원의 매출을 올린 자라를 추격 중이다.

SPAO는 유니클로를 목표로 잡고 전략적으로 런칭한 만큼 한국 시장에서 의지가 남달랐다. 런칭 당시 SM 엔터테인먼트와 합작 법인을 세워 공동으로 마케팅을 펼친 바 있으며 2013년 합작 법인의 지분을 SM에 팔고 관계를 정리했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또 다른 SPA브랜드인 미쏘(Mixxo), 슈펜(Shoopen)도 각각 1100억 원, 1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4분기 1300억 원, 올해 1분기 1000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실적이 순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랜드 측은 스파오의 핵심 전략 키워드인 '온라인 소통 강화'를 내세우며 온라인 영향력을 키워가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V-커머스(VIDEO COMMERCE) 콘텐츠를 제작해 고객의 니즈에 맞춰 제공하고, SNS채널에서 이뤄지는 고객 설문 조사와 디자인 선호도 조사를 더 활발히 진행해 상품화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에잇세컨즈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에잇세컨즈 매장 전경 (사진=우정호 기자)

삼성물산 ‘에잇세컨즈’, 이마트 자체 브랜드 ‘데이즈’ 등도 주목

그밖에 국내 패션기업들 역시 브랜드 전략을 강화하면서 SPA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전체 패션시장이 연간 1~2%대 저성장에 빠져있는 데 비하면 SPA브랜드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3년여 간 준비한 것으로 알려져 ‘이서현 브랜드’로 통하며 2012년 런칭한 SPA브랜드 에잇세컨즈도 작년 매출 1800억 원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을 기록 중이다.

에잇세컨즈는 특히 'GD', '위너‘ 등의 아이돌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펼쳐 1~20대의 수요를 넓혀나가는 중이며 매장 수는 전년 대비 10개 늘어난 43개로 SPA 3위 브랜드 자라(43개)를 따라잡는데 성공했다.

앞으로의 행보를 묻는 질문에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해온 전략과 마찬가지로 에잇세컨즈만의 디자인력을 더욱 높이고 특화된 상품개발에 더욱 노력을 배가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올해 10주년을 맞아 새로 교체한 데이즈의 로고 (사진=이마트 제공)
올해 10주년을 맞아 새로 교체한 데이즈의 로고 (사진=이마트 제공)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이 직접 홍보하며 힘을 싣고 있는 이마트 자체 SPA브랜드 ‘데이즈’는 지난해 4750억 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국내 SPA브랜드 매출 1위로 올라섰다.

이는 론칭 첫 해인 2009년 매출이 2002억 원이었던 데 비하면 7년 새 약 2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국내 SPA브랜드 강자인 이랜드의 SPAO와 삼성물산의 에잇세컨즈를 눌렀다.

한편 데이즈는 고객층 확대를 위해 1020세대 젊은 층을 겨냥한 '데이즈 블루' 론칭을 준비하고 있으며 데님 소재 상품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영캐주얼 라인이 될 전망이다.

올 가을 오픈 예정인 GU (사진=GU 홈페이지)
올 가을 오픈 예정인 GU (사진=GU 홈페이지)

유니클로 자매 브랜드 'GU' 입성 소식…초저가 상품으로 시장 공략

한편, 일본 패스트리테일그룹은 지유(GU)의 국내 진출을 16일 공식 발표했다. 올 가을 국내에 첫 매장을 개점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1호점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약 1400㎡ 규모로 들어선다고 밝혔다.

지유(GU)는 유니클로와 같은 일본 패스트리테일 그룹의 SPA브랜드로 일본에서 2006년 론칭 후 8년 만에 일본 내 매출 1000억 엔(약 9900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으며 ‘990엔 청바지’가 히트상품으로 제품 가격이 대부분 500∼1500 엔(약 5000∼1만5000 원) 선이다.

유니클로의 국내 진출 후 자라, H&M 등 글로벌 SPA브랜드가 들어오며 국내 패션 시장이 패스트 패션을 중심으로 재편된 만큼, 업계는 지유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국내 패션기업 관계자는 "유니클로 자회사 격인 GU 브랜드의 경우, 일본에서는 어느정도 안착됐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국내에도 런칭 후 영향을 발휘할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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