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2012년 흑룡의 해 48만4천550명 이후 하락세
작년 신생아 35만7700명 그쳐, 고령인구는 이미 역전

(사진=신현지 기자)
또래없이 혼자 노는 아이의 모습에서 저출산의 심각성이 엿보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저출산 여파가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저출산으로 유업, 제과, 의류, 교육 등 영유아, 청소년을 주요 수요층으로 둔 기업들 역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운영난에 시달리면서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저출산 후폭풍으로 산업 전반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로 가면 경제 전반의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업들, 출산절벽 생존에 위협으로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한국이 2018년쯤 '인구절벽'에 직면해 경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기업들에게 인구절벽이 먼 미래가 아니라 생존이 직결된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0년 63만 명을 넘었던 출생아수는 2001년 55만 명, 2002년에는 49만 명으로 줄더니 급기야 지난해에는 35만7700명으로 40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저출산으로 유업, 제과, 의류, 교육 등 영유아, 청소년을 주요 수요층으로 둔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해 분유 소비는 2000년과 비교해 절반 가까이 급감했고 같은 기간 유유 소비량도 5.4% 줄었다. 유아용 기저귀 시장규모 역시 2013년 7760억 원에서 지난해 6470억 원으로 1300억 원 감소했다.

특히 유(乳)업의 경우 출생아수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아기가 먹는 조제분유 소비량은 약 1만4000톤으로 2000년 2만7000톤 대비 49.5%나 줄었다. 흰 우유 소비량도 같은 기간 145만 톤에서 137만 톤으로 5.4% 감소했다. 

국내 분유업계 점유율 1위인 남양유업의 지난해 분유매출은 2596억 원으로 2016년에 비해 14.4%나 줄었다. 일동후디스는 지난해 47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우유시장도 암울하기만 하다. 시장조사전문기관 닐슨(Nielsen, RI)에 따르면 지난해 흰우유 소매매출은 1조3691억 원으로 금액으로는 직전연도와 동일한 수준이지만, 물량기준으로는 0.4% 감소했다.

우유업계는 대신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성인소비자를 겨냥한 성인시장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제과업계도 저출산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2016년 영업이익률(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은 5.7%(영업이익 1280억 원, 매출 2조2248억 원)로 직전연도 영업이익률 6.4%(영업이익 1450억 원, 매출 2조2580억 원)보다 0.7%포인트 하락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전년(351억 원) 대비 영업이익이 189억 원으로 46% 줄었고, 빙그레의 영업이익 역시 372억원에서 347억 원으로 6% 감소했다. 제과업계는 건강을 강조한 식품개발과 해외시장 공략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유아동복 및 용품 산업도 저출산의 영향으로 급변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와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복 규모는 1조1985억원 전년대비 8.4% 감소했다. 지난해 업계 1위로 뛰어오른 서양네트웍스(블루독·밍크뮤 등) 매출은 1944억원으로 전년대비 2.9% 줄었고, 제로투세븐(알로엔루·알퐁소 등)과 아가방앤컴퍼니(아가방·에뜨와 등) 매출도 각각 1646억 원, 1341억 원으로 전년대비 13.5%, 5.7% 감소했다. 

유아용품 시장에서의 아기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사진=신현지 기자)
유아용품 시장에서의 아기를 보는 것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사진=신현지 기자)

사립 어린이집 폐업속출, 존폐 기로

저출산 여파로 운영난에 시달리면서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2∼3년 새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10곳 중 1곳 꼴로 문을 닫으며 존폐 기로에 섰다. 원아 감소로 심각해진 운영난이 가장 큰 원인으로, 저출산의 심각함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010년 이후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2012년이다. '흑룡(黑龍)의 해'였던 당시 용기와 비상, 희망을 상징하는 용의 기운을 자녀에게 전해주기 위한 출산 붐이 일면서 48만4천550명의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작년에 신생아 수는 35만7700명에 그쳤다.

영·유아가 감소하면서 폐업하는 어린이집도 늘고 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국의 어린이집은 2013년 4만3천770개로 2010년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매년 1천∼2천개의 어린이집이 새로 생겨날 때였다.

그러나 2014년 4만3천742개로 소폭 감소하더니 2015년 4만2천517개, 2016년 4만1천84개로 줄었다. 어린이집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국공립, 사회복지법인, 법인·단체, 민간, 직장, 가정 등으로 구분되는데 대표적인 사립으로 꼽히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정 어린이집은 2014년 2만3천318개에서 2016년 2천598개로 11.7%(2천720개) 감소했고, 민간 어린이집 역시 1만4천822개에서 1만4천316개로 3.4%(506개) 줄었다.

강서구에서 어린이 집을 운영하는 임 모 원장(여, 42세)은 "매년 원생 모집에 실패한 어린이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 상태로 가면 어린이집 폐업이 속출할 수밖에 없지만 대책이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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