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문재인’과 ‘김정은’ ·· ‘정상 외교’가 정답
다시 만난 ‘문재인’과 ‘김정은’ ·· ‘정상 외교’가 정답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5.27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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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정상급’ 대화,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이후 재개 가능성, 남북미 협상 국면에 제동이 걸리게 된 배경, 도발적인 발언을 한 북미 참모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신없는 한반도 정세에 다시 남북 정상이 만났다. 양국의 정보라인 수장만 배석했을 정도로 극비리의 만남이었다. 6월12일 싱가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됐지만 남북미 3국의 물밑 대화 채널이 가동되고 있는 만큼 원래대로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15시 판문점 북측 공간인 통일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시 기자들에게 서면 브리핑으로 이 사실을 알렸고 27일 10시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회담 결과에 대해서 직접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비리에 열린 4차 남북 정상회담. (사진=청와대)

이날 정상회담은 한 달만에 다시 열렸을 만큼 급박한 필요에 의해서 성사됐다. 그동안 정상 간 핫라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었는데 이미 핫라인은 가동됐었고 이것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함께 남북미 물밑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은 이번 정상회담에 배석했고 대미 협상을 위해 실질적인 논의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두 정상이 포옹함으로써 양국 관계의 우호를 다졌다. (사진=청와대)

북미 간의 물밑 대화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6일 6시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을 복구시키는 것을 놓고 북한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싱가포르에서 같은 날짜인 6월12일로 유지될 것이고 필요하다면 그 기간을 연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역시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 대한 비난과 핵 전쟁 가능성까지 언급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과한 표현이 트리거(총의 방아쇠를 뜻하는 사격 용어로 어떤 사건을 유발한 계기나 도화선)였다.

21일 펜스 부통령이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북한에 매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캡처사진=폭스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18시 트위터에 “북한으로부터 따듯하고 생산적인 성명을 전달받은 것은 매우 좋은 뉴스이고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에 대해서 호평했다.

김 제1부상은 북미 정상회담의 취소 통보가 알려진지 8시간 만(25일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시기 그 어느 대통령도 내리지 못 한 용단을 내리고 정상회담이라는 중대 사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에 내심 높이 평가해왔다”며 김 위원장을 대신해서 담화를 발표했다.

특히 “우리는 아무 때나 어떤 방식으로든 마주앉아 문제를 풀어나갈 용의가 있음을 미국측에 다시금 밝힌다”고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문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린 트럼프 대통령. (캡처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북미 간 생산적인 대화를 하고 있고 원래대로 6월12일 싱가폴 회담이 열릴 수 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 (캡처사진=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기존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팃포탯(Tit for tat) ‘벼랑 끝 전술’로 지금까지 생존해왔던 북한 입장에서 한 수 접은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마찬가지로 미치광이 전술을 써온 트럼프 대통령도 북한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비난에 대해서 한 발 물러서서 참은 적이 있었다. 

한국 정부의 중재 노력이 있었고 북미 관계는 매우 좋았다. 하지만 볼턴 보좌관의 대북 압박 발언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서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시간 기준으로 주요 사건을 시계열로 살펴보면.

①(5월5일) 볼턴 보좌관이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만나 핵무기·탄도미사일·생화학무기 등 WMD(대량살상무기)까지 폐기하기를 북한에 요구하기 시작함
②(5월7일~8일)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2차 북중 정상회담 개최함
③(5월16일) 북한이 먼저 요청해서 확정된 남북 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 통보하며 맥스선더 한미 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발언을 문제제기를 함
④(5월16일)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볼턴 보좌관을 지목해서 비난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핵 포기 강요에 불만을 드러냄
⑤(5월17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의 남한 당국 비난함
⑥(5월17일)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북한에 추구하는 방식은 리비아 방식이 아니라 한국 모델”이라며 북한 달래기
⑦(5월18일)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기자단 명단을 접수 거부함
⑧(5월21일) 펜스 부통령이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리비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고 북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강경하게 발언함
⑨(5월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물리적 여건에 따른 일괄적 타결이 불가능하다면 빠른 단계적 방식도 가능하다고 밝힘
⑩(5월24일) 최선희 부상이 담화문을 내고 펜스 부통령과 볼턴 보좌관의 압박성 발언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고 핵 전쟁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미국 정부에 대한 판단 착오를 원색적으로 비난함
⑪(5월24일) 북한이 풍계리 핵 실험장 갱도 폭파 단행
⑫(5월24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선희 부상의 담화 속 적대적 표현을 빌미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통보함
⑬(5월25일) 김계관 제1부상이 담화문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을 평가
⑭(5월26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계관 제1부상의 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원래 날짜인 6월12일 싱가폴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암시힘
⑮(5월26일) 극비리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은 ① 때문에 ②이 일어났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정 전 장관은 23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것은) 볼턴의 발언 때문에 김정은이 놀라서 시진핑한테 쫓아간 거다. 리비아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되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불러내놓고 밀어 붙이려는 모양인데. (중국에게) 회담장에는 못 들어오지만 밖에서 응원이라도 해 달라는 요청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놓은 건 미국”이라고 해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7일부터 이틀간 중국 다롄을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8일 다롄 동쪽 외곽 해변에 있는 방추이다오 영빈관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②을 북미 관계가 경색된 배경으로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2차 북중 정상회담이 있었을 때 김 위원장의 태도가 변화했고 이를 환영하지 않는다. 나는 시진핑 주석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김 위원장이 두 번째 방중하고 난 뒤 태도 변화가 있었고 시 주석은 세계적인 포커 플레이어”라며 북중 공조로 미국과의 협상에 대응하는 모양새를 견제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원인 제공을 자기네가 했다는 생각은 못 하고 북한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만 불평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이 2차 북중 정상회담을 한 뒤 북한의 대미 태도가 변화한 것이 아니라 볼턴 보좌관의 추가적인 압박 요구 이후로 북한이 급하게 시 주석을 만났고 남북미 대화 국면에 제동걸기를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볼턴 보좌관과 야치 소타로의 회담에서 나온 발언 이후로 북미 간의 관계가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볼턴 보좌관과 야치 소타로의 회담에서 나온 발언 이후로 북미 간의 관계가 삐거덕대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나마 볼턴 보좌관은 리비아식 해법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식 부인으로 강경 발언을 자제하고 있지만 펜스 부통령의 도발적 표현과 최선희 부상의 되받아치기가 문제였다. 최 부상이 대화 구걸을 하지 않겠다며 핵 전쟁까지 감수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하자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것도 예측 불가능했다.

25일 방송된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이번에 너무 자신감에 찼던 것 같다. 자기네들이 쓰는 벼랑 끝 전술이 그동안엔 미국에 쭉 통했다. 이번에 트럼프에게도 통할 수 있겠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이 아니고 완전히 전혀 딴 세계에서 외계인 비슷한 대통령인데 (북한이) 잘못 짚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한 것을 확인하고 그 다음에 회담 취소한 걸 보면 북한 못지 않게 더 강력한 벼랑 끝 전술을 쓰는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북한이 지금 굽히고 들어오라는 얘기인데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하는 것을 확인하고 이렇게 취소하는 걸 보면 <넌 이제 퇴로가 없어. 넌 이제 독 안에 든 쥐야. 국내적으로도 너는 지금 굽히고 정상회담에 나오는 수밖에 없어. 날짜는 좀 늦춰질 수 있어>라는 식의 그런 얘기“라고 설명했다.

협상의 주도권을 위해 참모들이 의도적인 발언을 할 수 있고 자칫하면 이게 빌미가 돼 예민한 남북미 대화 국면이 어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정상 간 대화 채널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취소 소식이 알려지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고 “지금의 소통 방식으로는 민감하고 어려운 외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상 간에 보다 직접적이고 긴밀한 대화를 통해 해결해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고 실제 바로 4차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됐다.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때까지, 3국 정상의 직접 대화 채널이 제대로 가동돼야만이 여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정 전 장관은 “북미 간에 직접 대화는 어렵고 남북 정상이 직접 대화를 해야하는 상황이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라며 “결국 북한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고 남한 대통령 때문에 내가 회담에 나가준다는 식으로 변명할 수 있는 거리를 문 대통령이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고 남북 정상 간의 교류를 정확히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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