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바늘풀

성선경

 

이제 내 이름을 서러워하지 않겠다

조금의 그리움으로도 목이 메어

옷섶이나 바짓가랑이 혹은,

삽살이의 그림자에도 맺혀서

자잔히 묻어나는 나의 사랑

이제는 용서하겠다

풀꽃답게 피었다 시드는 꽃을 맺어도

나의 감성이 예쁜 덧니로 돋아나도

세상은 때때로 물뱀보다 독사 같아서

이 징글시런 놈 혹은

이 낮도깨비 같은 놈

하고 욕을 퍼부어도

나의 끈끈한 사랑 변명하지 않겠다

풀꽃 중에서도 더 아름다운 화초이기를

이름 중에도 더 빛나는 명사이기를

꿈꾸지 않겠다

그냥, 낮도깨비 같은 도깨비바늘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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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에 붙은 도깨비바늘들을 떼어내느라 짜증났던 기억이 있다. 그토록 구걸하듯 따라오던 짝사랑을 떼어낸 것 같은 통증의 기억이다. 내가 버린 사랑, 나를 버린 사람, 돌이켜보며 참회한다. 도깨비바늘풀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미움만 받는 들풀이다. 젊다기보단 철없던 그 시절의 풋사랑처럼...

그 운명 같은 사랑의 비애를 화자는 도발적인 표현으로 패배나 상실감을 멀리 초월해버린다. 어쩌면 속 시원하게... 받아주지 않는 사랑이지만 사랑은 그저 주는 것이므로 ...

또한 자꾸만 민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꿋꿋하게 살아온 민초들의 근성은 도깨비바늘풀 같다. 아무리 발버둥 쳐 살아본들 나아지지 않는 밑바닥의 삶,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의 애환도 위 시를 통해 사유하게 되는 것은 시인의 힘이다. 하지만 왠지 슬퍼지는 소통의 부재가 아픈 여운을 남긴다. 사내의 굵은 눈물과 불끈 쥔 두 주먹으로 읽히는 도깨비바늘풀에 찔려보자.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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