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정당 후보를 외면하는 방송사, 원내 정당 후보들도 초청하지 않은 jtbc
기회를 부여받아야 더욱 성장할 수 있고 실제 해외에서는 그런 사례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냉정하게 보면 당선 가능성과는 아주 현실적으로 보면 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출마하는 이유는 뭐라고 볼 수 있을까? 그렇게 질문을 바꿔보는 게 나을 것 같다.”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2017년 2월28일 <뉴스룸>에서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 던진 질문이다. 심 후보는 이에 “왜 이렇게 단정하는가. 아직 지금 선거 일정 확정도 안 됐는데 선거 다 끝난 것처럼 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섭섭하다”고 답했고 손 사장은 “죄송하다. 질문을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2017년 2월28일 방송된 jtbc에서 손 사장은 당시 심 후보에게 소수정당 소속으로서 낮은 당선가능성을 대놓고 단정하는 질문을 던졌다. (캡처사진=jtbc)

jtbc가 예정된 TV 토론을 전격 취소했다.

원래 6월4일과 5일 경기지사·서울시장 선거 후보 토론회가 열리기로 했었는데 초청받지 못 한 후보측에서 항의가 이어지자 취소한 것이다.

jtbc는 31일 오전 정의당이 항의하기 위해 상암동 사옥을 방문하자 급하게 연락을 취해 전격 취소 통보했다. 

jtbc는 말 그대로 빅2와 빅3만 불렀다. 

jtbc는 말 그대로 가장 유력한 후보만 불러서 토론회를 기획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경기지사는 이재명 후보(더불어민주당)·남경필 후보(자유한국당)만 초청했고, 서울시장은 박원순 후보(민주당)·안철수 후보(바른미래당)·김문수 후보(한국당)만 부른 것이다.

29일 진행된 KBS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는 홍성규 후보(민중당)가 배제됐지만 이홍우 후보(정의당)까지 4인(이재명·남경필·김영환·이홍우)이 모두 초청된 것에 비하면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29일 진행된 KBS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 초청된 4인.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선권에 들어온 후보로만 압축해 밀도 높은 토론을 하는 것과 더불어 토론회의 흥행을 고려한 것으로 보이는데 jtbc 관계자는 “내부 기준에 따라 초청 대상을 선정했다”는 입장을 밝혔고 처음 정의당이 자당의 후보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을 때는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이에 정의당 대변인실은 30일 저녁 기자들에게 급하게 취재요청 문자를 보내 “지방선거 후보자 토론회 초청 대상을 거대 여야 정당의 후보로만 국한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차단하고 정치 신인의 진입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라며 입장을 발표했고 다음날(31일) jtbc와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 방문할 것이라고 알렸다.

특히 “방송사의 후보자 토론회 초청 배제가 공정한 선거 문화 및 다양한 여론 형성 정착을 저해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가 초청됐지만 바른미래당은 더욱 강경하게 나왔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가 지지율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jtbc 토론회에서 배제됐는데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라며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 원내 30석을 보유하고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국민의당 기준으로 모두 득표율 20%를 넘은 정당의 후보를 배제한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불공정 편파 행위”라고 맹공했다.

jtbc에 강하게 항의한 김영환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후보는 “손석희 사장이 경기도민에게 바른미래당은 안 된다고 선전하는 꼴이 될 것이고 그 악영향은 경기도에 그치지 않고 수도권은 물론 전국에 미칠 것이다. 수천 명에 달하는 바른미래당 후보가 직간접적으로 모두 피해를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만일 손 사장이 조속히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선거운동을 중단할 것이고 불공정 행위에 대해 출마자 전원이 강력히 항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일은 비단 jtbc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KBS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배제했다가 정의당과 시청자들의 항의를 받고 뒤늦게 합류시켰다.

공직선거법 82조 2의 4항에 따르면 △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의 후보 △직전 전국 선거에서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의 후보 △여론조사 결과 평균 지지율이 5% 이상인 후보로 방송 토론의 대상자에 대한 기준을 정해놨다.

jtbc는 이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고 오직 유력 후보만 부르려다가 지탄을 받은 것이다. 

jtbc는 '손석희'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이 있고 신뢰도와 영향력 평가 1위에 빛나는 언론사인데 그에 맞지 않는 처사라는 게 항의하는 측의 입장이다.

더 나아가 82조 2의 5항에 따르면 “4항의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는 후보자를 대담이나 토론회에 부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어 얼마든지 방송사가 원외 소수정당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방송 토론을 개최할 수도 있다.

30일 김진숙, 신지예, 우인철 후보가 공직선거법의 독소조항을 비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2월 헌법재판소에 공직선거법 제82조 2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고 결론이 나기까지 너무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근에는 4항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신청도 냈다.

소수정당의 서울시장 후보들(민중당의 김진숙·녹색당의 신지예·우리미래의 우인철)도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거대 정당에 유리한 공직선거법 독소조항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인철 후보는 “내가 출마한 줄도 모르는 기자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후보 기탁금(광역단체장의 경우)은 5000만원이었고 밥값을 아끼고 살 것을 사지 않고 월급을 모아서 청년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출마했다”며 “원래 유명한 정당은 안 그래도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러나 새 목소리에 대해서는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후보는 “처음부터 알려진 사람은 없다. 방송 토론회에서 젊은 얼굴, 새 얼굴, 청년 정치인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문제의식을 공유해주고 알려주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미래를 설계하는 자리에서 새로운 세대의 목소리를 실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할라 토마스도티르 무소속 후보는 2016년 아이슬란드 대선에서 27.9%를 득표해 2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인지도가 턱없이 모자랐던 할라는 방송 토론회에서 자기 능력과 비전을 어필했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고 파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신 후보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소수정당 후보들이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며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도 처음에는 대통령에 당선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 했다. 방송 토론에서 참신함과 비전을 어필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 방송사들도 다양한 후보들에게 방송 토론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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