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대국민 담화문 발표하고 후속 조치 약속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삼권으로 분리된 정치 권력의 한 축, 사회 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 공정하고 정의롭게 또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법관.

사법부에 대해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것들이다. 대한민국 의전서열 3위가 대법원장인 것도 그런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라는 배경이 있다. 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법관 개개인의 독립적 판단을 해치는 ‘법관 블랙리스트’로 1차 사법 파동이 있었고 최근 대법원 자체 조사로 일부 드러난 ‘재판 거래’는 일종의 사법 농단으로 불린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 권위를 가지고 있으며 최종적인 판단을 내린다. (사진=대법원)

“국가적 사회적 파급력이 큰 사건이나 민감한 정치적 사건 등에서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통해서 비공식적으로 물밑에서 돌출 판결이 선고되지 않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체제 하의 법원 행정처에서 만든 보고서에서 나온 대목이다. 

이에 대해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3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판결에 반영하고 자신들의 상고법원 설치 등 이해관계에 걸린 문제를 추진하려고 하는 양측이 윈윈하는 결과인데 이게 지금 어떤 회사와 회사 사이에서 거래하면서 나타날 수 있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 건물 본관 출입구로 들어가면 큰 홀이 있고 거기에 이른바 정의의 여신 디케상이 있다. 다른 나라 디케상은 한 손에 칼을 들고 눈은 가리고 있는데 우리나라 디케상은 칼을 안 들고 책을 들고 있다. 눈도 안 가리고 있다. 눈을 가린다는 얘기는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누구든 묻지 않겠다는 것인데 눈 안 가리고 있다는 얘기는 니 누꼬? 느그 아버지 뭐 하노? 그리고 청와대는 뭐라카드노? 그러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유했다.

특히 “칼을 안 들고 있는 것은 엄정하게 처단하겠다는 게 아니라 책을 들고 있어서 청와대에서 온 메시지가 뭔가 보고 있는 것”이라고 묘사했다.

디케상은 법과 정의를 상징한다. (캡처사진=ebs)
디케상은 법과 정의를 상징한다. (캡처사진=ebs)
역사상 최악의 사법 파동을 일으킨 시기에 사법부의 수장을 맡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대법원)
역사상 최악의 사법 파동을 일으킨 시기에 사법부의 수장을 맡았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진=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은 5월31일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재판에 있어서 모든 국민은 동등해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해서는 안 된다. 또 재판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그 어떠한 간섭에도 굴하지 않고 원칙을 양보하지 않는 독립되고 정의로운 법관에 의해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며 모두가 아는 상식적인 일반론을 강조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이라는 이름으로 권한없이 법관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성향에 따라 분류하거나 재판이 재판 외의 요소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오해받을만한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역사상 최초로 대법관 경력없이 바로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사진=대법원)
김명수 대법원장은 역사상 최초로 대법관 경력없이 바로 대법원장에 임명됐다. (사진=대법원)

전직 대법원장 재임시에 일어난 사태지만 김 대법원장은 “재판과 사법 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무너뜨리고 있음을 직시하고 있다”며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법원장으로서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의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후속 조치에 대해서는 “필요한 범위와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 방향을 논의하고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도록 하겠다. 법원 스스로의 힘으로 이번 사안이 여기까지 밝혀졌듯이 앞으로도 그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대법원장은 △새로운 사법 행정의 문화와 관행을 위한 인적 쇄신 △법원 행정처의 조직 개편방안 마련 △중장기적으로 법관의 독립을 보장할 수 있는 중립적인 기구 설치 검토 △기존 법원 행정처의 대외 업무를 전면 재검토하고 상근 판사를 축소 △‘국민과 함께 하는 사법발전위원회’ 구성 △사법 행정·재판 제도·법관 인사 전반을 점검 등을 약속했다.

끝으로 김 대법원장은 “이번 일의 가장 큰 피해자가 결국 국민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은 좋은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신뢰할만한 법원을 가질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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