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⑨] 여유있는 ‘박원순’ ·· 선거 운동 동행
[서울시장 선거⑨] 여유있는 ‘박원순’ ·· 선거 운동 동행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6.01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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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사회복지정책 설명회, 점심은 직장인과 도시락,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측면도 있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문을 안 봤느냐. 여론조사를 했더니 게임이 끝났더라.”

올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가볍게 던진 농담이었지만 이 말은 사실이었다. 

박 후보는 최초 3선 서울시장을 눈앞에 두고 있어서인지 예비후보 전까지는 서울시정에 집중했고 후보 등록을 마치고 공식 선거운동 기간임에도 표정이 편해 보인다.

이유가 있다.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KBS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5월25일~26일 서울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15.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박원순 54.2%·김문수 15.3%·안철수 13.1%·김종민 1.1%로 조사됐다. 

후발 주자들을 3배 이상 앞서고 있는 지지율은 올해 들어 하나의 흐름이었고 대세였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와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가 2위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6월이 시작됐고 지방선거가 2주 남은 시점에서 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따라가 봤다. 

박 후보는 1일 10시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사회복지정책 토론회에 초대됐다. 사회복지사 단체와 장애인 단체가 주최한 행사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7대 복지 정책 의제를 박 후보가 수용하고 또 복지 공약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박 시장은 복지정책에 대해서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시장은 사회복지사의 참여를 강조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7대 복지 정책은 △빈곤 제로 서울 △서울시 복지예산 확대 및 자치구간 복지격차 해소 △지역사회의 생활 및 돌봄 문제 해결 △복지 인프라 개선 및 확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처우개선 △사회복지시설 운영 공공성 강화 △준법 서비스와 근로를 위한 사회복지 인력 확충이다.

박 후보는 “여러분들이 제안해준 7대 정책 과제를 잘 받을 것이지만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와 협의할 게 있다. 서울은 민주주의 도시이기 때문에 함께 실현해나가자”고 화답했다.

박 후보가 이날 짧게 나열한 복지 공약은 △SOS 시스템과 찾동(찾아가는 동 주민센터)의 업그레이드 △서울돌봄과 사회서비스 강화 △부양의무제 폐지 △서울형 자영업자 지원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율 50% 달성 △민간 어린이집 차액 비용 지원 △서울 어린이 돌봄 서비스 △1만명 채용해서 동네 안에서 얼굴 아는 사람에게 아이 맡기기 △장애인 생활편의 서비스 △24만호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목표로 매년 1만7000호 공급 △서울형 어르신 일자리 사업 △고독사 없는 서울 만들기 등이 있다.

박 후보는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꾼 가장 혁신적인 정책”이라고 소개한 찾동을 가장 먼저 부각했다. 

구체적으로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최고은 작가의 영양실조 사망 사건을 접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서울시가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낸 시책이 찾동이었다. 사각지대에 있는 시민들을 찾아내고 때로는 최소한의 건강 복지를 지원해주는 것이고 동 사무소에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공무원이 아니라 찾아가서 주민의 고민을 해결하는 것이다. 서울형 긴급 복지 수혜를 받은 시민이 작년 8000여명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시장은 한 명의 서울시민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특히 “2단계로 찾동을 업그레이드 시키기 위해 SOS 시스템을 만들어서 긴급 상황을 곧바로 해결해주려고 한다. 더 근본적인 것은 현장에서의 복지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찾동은 여전히 관 중심이다. 지역의 복지 활동가들과 기존의 시설들이 함께하는 하나의 플랫폼이 만들어져서 민관이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의 동장이 복지 마인드를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동장은 현장 복지사가 되는 것도 필요하다”고 풀어냈다. 

박 후보는 협치적 관점에서 함께 하는 시정을 강조했다. 서울시 차원에서 하긴 하겠지만 “복지계에서도 함께 노력해줘야 한다”며 “(복지사들이) 유럽까지 가서 선진국의 복지 체계를 경험하고 와야 한다. 나도 덴마크나 북유럽 선진국을 갔다 오고 나서 복지 마인드를 키웠다”고 밝혔다.

예산권에 대해서도 “내가 서울시장이 된다면. 사실 (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지 않나. 예산 작성권을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활동가·전문가 등과 함께 행사하겠다. 그런 민주주의적 요소를 대폭 강화하겠다. 지금도 서울 플랫폼에서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시장은 3선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토목건설 위주의 행정이 아닌 사람에 투자하는 철학이 곧 복지 도시로 이어지는 것인데 결국 돈이 문제다. 

박 후보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 배분 비율은 8대 2다. 문재인 정부가 7대 3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쉽지 않을 것이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왕이다. 그 장벽을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시에서 하고 싶었는데 못 한게 뇌수막염과 폐렴구균 백신을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시키는 것이었다. 그런데 보건복지부가 갑자기 한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하면 재정 부담을 다 하지 서울시에서 55%(518억원)를 부담하라고 했다”며 재정권에 대한 결정이 중앙정부 위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드러냈다. 

끝으로 박 후보는 “노숙인 한 분이 돌아가셨다. 연고가 한 명도 없었다. 그 소식을 팩스로 받는 순간 이후 일정을 다 취소하고 달려갔다. 시체 안장실에 가서 1000만 시민을 대표해서 추모했다. 나는 단 한명의 서울시민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며 “적어도 박원순은 노력하고 있고 박원순 시장은 말을 하면 들어주는 시장이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직장인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대화를 한 박 후보. (사진=박효영 기자)

실제 이날 점심시간이 되자 박 후보는 여의도공원으로 자리를 옮겨 청소 노동자가 쉬고 있는 정자에서 “뭐 요즘 어려운 것이 없느냐”고 먼저 물어봤고 별로 반응이 없자 “이런 기회가 오면 평소 말 못 했던 것도 다 말해야 한다”며 평소 서울시민의 의견을 먼저 청취하려고 했던 습관을 보였다.

박 후보는 영등포구 여의도 공원에서 젊은 직장인들과 도시락을 먹으며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주제로 소통했다. 일만큼 중요해진 여가와 취미 그리고 삶의 질에 대해서 편하게 대화를 나눴다.

박 후보는 “국민소득 3만불(1인당 GDP)이 됐고 이제 시민들은 삶의 질에 대한 요구가 굉장히 높아졌다”며 “스페인의 시에스타(낮잠자는 문화)처럼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시장은 삶의 질이 강조되는 시대라고 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직장인 A씨는 “죽어라 일만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잘 쉬고 잘 놀아야 일도 잘 한다”며 “점심먹고 여의도 공원을 이용하는 것은 여의도에 회사가 있는 직장인의 특권인 것 같다. 서울에 일하다 쉴 수 있는 곳이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고 어릴수록 워라밸에 대한 욕구가 더 큰 것 같다”며 “무엇보다 아이를 낳은 젊은 부부들의 보육을 해결해주는 것도 워라밸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B씨는 “따릉이(서울시 자전거 공유 시스템) 타고 출퇴근하면 20분이면 도착한다. 그래서 아침 출근 시간대에는 자전거가 없다. 경쟁이 치열하다”고 민원을 말하자 박 후보는 “현재 2만대인데 앞으로 더 보급해야 겠다. 자전거 도로도 더 정비해야 겠다. 자동차 도로 비중이 아직도 너무 높다”고 화답했다.

A씨는 박 후보를 실제로 만나 대화해보니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평소에 소탈하신 것을 알았는데 직접 경험해보니 친근하고 정말 소통을 잘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주변을 돌면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악수를 하며 선거운동을 한 박 후보. (사진=박효영 기자)

박 후보의 개인 스타일도 있겠지만 당선가능성이 보장되지 않은 후발 주자였다면 자기 공약을 어필하기 위해 다급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전혀 그러지 않고 편안하게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었다. 

5월30일 KBS 주최의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가 열렸는데 박 후보는 어김없이 그런 여유를 보여줬다. 너무 안일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서울시장이 서울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총 책임을 지는 자리다. 그런데 박 후보는 유체이탈형 화법을 구사한다”며 구체적인 사례로 △미세먼지는 경기도 협조 안 한 탓 △재개발 문제는 국토교통부 탓 △일자리는 정부청사 세종시 이전 탓 △9호선 싱크홀 났을 때는 공법 결정한 시공사 탓 △노량진 수몰사고 때 시행사와 유족 문제라고 보상과 합의 문제 회피 △아이파크 헬기 충돌사고 때 서울시 관할 아니라고 남 탓 △임대주택 공급 부풀리기 문제를 지적하자 제대로 해명 안 하고 국토부가 같이 하는 거라고 남 탓 △미세먼지 150억원 소모 비용은 시민이 제안한 것이라고 시민 탓 등이 있다고 공세적으로 따져 물었다. 

티비 토론에서 박 후보는 여유롭게 답했는데 너무 안일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캡처사진=KBS)

이에 대해 박 후보는 “나는 안철수 후보에게 감사한 일이 많다. 2011년에 양보해 주셨다. 2014년 당대표로서 나를 세게 지지해주셨다. 윤장현 광주시장 유세를 갈 때는 박 시장 봐라 저렇게 잘 하지 않느냐라고 말해주셨고 최근에는 나를 혁신의 아이콘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나를 비판하는데 야박하고 서운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서울에서 벌어진 모든 일은 내 책임이다. 그 사고의 원인이나 구조를 말하다보니 6년이나 서울시장 했으니까 그렇게 말한 적도 있나보다”라고 가볍게 넘겼다.

박 후보에 대한 안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정당한 질문 공세는 앞으로도 더욱 가열찰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마다 박 후보가 구체적으로 해명하고 답변하지 않고 그냥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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