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간의 긍정적인 신호, 비핵화 이전에 풀지 않을 제재, 경제 지원은 한중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여러 분야 교류협력 합의,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여곡절 끝에 북미 삼각 대화 채널이 가동됐고 북미 회담이 원래대로 열리게 됐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다시 한 번 천명됐고 6.15 남북 공동행사는 올해엔 열지 않기로 결정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일 새벽 3시 백악관에서 김영철 부위원장(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을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영철 부위원장으로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들에게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6월12일 싱가폴에서 열릴 것이고 좋은 관계로 지내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최대한의 압박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겠다(I don't even want to use the term maximum pressure anymore because I don't want to use that term because we're getting along)”고 밝혔다.

싱가폴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나 종전 선언을 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선언은) 일어날 수 있다(That could happen)”며 “한국 전쟁은 70년 동안 진행됐고 아마 가장 오래 계속된 전쟁이다.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고 이것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한 번만 만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북한 역시 성장하길 원하고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도 이 문제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분위기 조성을 한 것만으로 됐으니 “경제 지원은 한국이 할 것이고 중국과 일본도 도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을 신경써서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김영철 부위원장을 신경써서 맞이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백악관)

북한의 체제 보장에 대해서는 “확실히 안전하게 만들겠다. 이 모든 게 끝나면 끝난 것이고 다시 문제가 생기게 하지 않도록 하겠다(we're going to make sure it's secure. We're going to make sure when this is over, it's over)”며 “북한은 훌륭한 국가가 될 잠재력이 있다(they have a potential to be a great country). (김정은 체제 아래서 북한은 개혁을) 할 수 있다. 매우 성공적일 것 같다”고 공언했다.

그럼에도 회담에서 “빅딜은 있을 것(the big deal will be on June 12)이지만 어떤 것에 서명할 계획은 없고 처음부터 이런 계획은 없었다(We are not going to go in and sign something on June 12, we never were)”며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들은 그걸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미국은 매우 강력한 제재 수단이 있고 북한이 비핵화하기 전까지 제재를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김 부위원장에게 “미국은 북한에 가할 수 백 개의 새로운 제재들이 있다(we had hundreds of new sanctions ready to go on)”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대화 국면이 끝나는 시기가 오지 않는 이상 새로운 제재를 가하지 않겠다(I said I'm not going to put them on until such time as the talks break down)”고 설명했다.

이날 회담에는 대북 강경파인 펜스 부통령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회담에는 대북 강경파인 펜스 부통령과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배석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참석시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부위원장이 북으로 돌아가 이런 미국의 입장 관련 최종적인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북미 삼각 채널 중 판문점과 싱가폴보다 뉴욕에서의 담판이 훨씬 중대하고 그런만큼 김 부위원장이 뉴욕에 갔다는 것만으로 이미 큰 틀에서의 대타협이 이뤄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5월31일 tbs <뉴스공장>에서 “판문점과 싱가에서 최종적인 실무 조정을 보고받고 확실하게 끝나니까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와 도장 찍으러 간 것이다. 다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남북미 대화 국면이 어그러진 것은 북한의 남북 고위급회담 취소부터 시작됐다. 

드디어 다시 만났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지난번 통일부의 유감 표명에 역정을 냈지만 1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마주했다. 

판문점 선언 이후 다시 만난 조 장관과 리 위원장. (사진=통일부)

아쉽게도 이번 6.15 공동선언 18주년 남북 공동행사는 무산됐지만 5가지에 대해 합의했다.

△개성공업지구에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6월14일 장성급 군사회담을 판문점 통일각에서 개최 △남북통일 농구경기와 2018년 아시안게임을 비롯 체육 교류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6월18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체육회담 개최 △이산가족과 친척 상봉을 비롯 인도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남북 적십자회담을 6월22일 금강산에서 개최 △10.4 선언에서 합의된 동해선·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현대화 문제는 문서교환을 통해 결정
 
한편,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장관은 2일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했다. 

송 장관과 메티스 장관은 대화 국면에서도 한미 군사공조를 견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위원장이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고 일관되고 확고하다”며 “북미 관계와 한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충만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고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이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발언했던 만큼 두 장관은 남북미 대화 국면에서 한미 군사공조를 더욱 강화하고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해 군사 협력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미국이 갖고 있는 우리 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전환하는 문제는 조기에 조건을 갖추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메티스 장관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 미군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다뤄지지 않을 것이고 올라서도 안 된다”며 오직 한미 간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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