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선거포스터가 마을 지정벽보판에 붙게 되면 필자같이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도 누구를 선택하여 투표할 것인가 망설이게 된다.

나와 친교가 있는 사람? 성씨가 같은 사람? 청렴하고 강직한 사람?…….
사실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라와 민족과 향리 발전을 위하여 목숨 걸고 일할 사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사를 통하여 살펴보게 되면 백성들의 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들이 유권자들의 기대를 배신하고 줄줄이 감옥으로 향하는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세태로 인하여 선거에 기권하는 사례가 없지 않다고 한다.

필자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 인물은 조선 역사에 나오는 안성부원군(安城府院君) 이숙번(李叔蕃) 같은 인물을 뽑아야만 할 것 같아서이다. 이는 지극히 주관적인 내 개인의 판단이지만 말이다.

이숙번은 조선 초기에 태종 이방원(李芳遠), 하륜(河崙)과 함께 일한 삼인 중에 한사람이었다. 이 세 사람은 당시대에 박진감 넘치게 정치제도를 이끌었다. 그 가운데에서도 이숙번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있다.

태종 8년 12월 11일 고불 맹사성이 조대림, 목인해 사건에 연루되었다. 그러므로 맹사성, 서신, 박안신, 이안유, 맹귀미를 극형에 처하라는 어명이 내려졌다. 태종의 지엄한 어명에 맹사성를 변명할 누구도 나서지 못했다.

맹사성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 이순번이 변호하여 그를 살려냈다. 당시 경대부(卿大夫)들은 권력남용이나 백성들한테 가렴주구를 자행하므로 대간이나 사간원(司諫院)에 상소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그러나 이숙번의 행위는 태종실록 그 어디에도 기록된 것이 없다. 이때는 벼슬 팔아 재물을 모으던 탐관오리가 유행처럼 번지던 전환기였다. 그런 때 맹사성의 목숨을 살려내어 맹사성이 오늘날 청백리로 역사에 남기는 일을 이숙번이 해냈다.

정치권력이란 예나 지금이나 속성이 비슷하다. 그런 저간의 일탈 속에서 자기와 이웃과 나라를 위하는 선거에서 누구를 선택하는 것은 내 자유이다. 그러나 그런 지자체 선거는 내 지방, 나아가 국가백년대계를 이끌 동력을 선택하는 중대한 일이다.

우리가 선택하는 지방 일꾼은 겸손하고 청렴하며 지역민의 건의를 귀담아 듣는 그런 사람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자기 전공 이외에도 부지런히 공부하여 앞서가는 내 지역의 리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치인,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그들이 꿈꾸던 그들의 소망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대해 본다. “정치인, 그들은 강물도 없는데 다리를 놓는다”라는 처칠의 고백이 그의 회고록에 엄연히 기록되어 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역사적 증거는 곧 거울이다. 안성부원군 같은 청렴하고 깨끗한 지방 일꾼을 나는 기대해 본다. 그것이 이 시대를 사는 소박한 글쟁이의 고백이다. 지금도 내가 사는 아파트 마당에 출마자의 녹음된 정견발표가 들려온다.

출마자, 그들은 슈퍼맨이 아닐 텐데……. 녹음된 정견발표보다는 진솔한 그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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