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의 갑질 논란과,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 구속 등으로 대기업들이 오너리스크에 신음 중인 가운데 삼양식품도 회장 부부의 횡령 혐의로 기업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

삼양은 전인장 회장(사내이사)과 김정수 사장(대표이사)이 총 50억 원에 달하는 횡령혐의로 기소됐고 지난 1일, 서울 북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횡령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로 인해 성장기세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라면 시장 점유율에서 농심(56.2%), 오뚜기(23%)에 이어 11.1%로 3위를 기록 중인 삼양은 농심과 라면 시장을 양분하던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불닭볶음면’의 선풍적 인기로 올해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하고도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지속 성장 여부에 초점이 쏠리고 있다. 

마트에 진열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컵라면' (사진=우정호 기자)
마트에 진열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컵라면' (사진=우정호 기자)

‘불닭볶음면’ 앞세워 1분기 최대 매출 기록한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률도 13.8%로 역대 최고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올해 1분기 별도기준 영업이익이 172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보다 43.93%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액은 1249억 원으로 8.13%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27억 원으로 46.6% 증가했다.

이처럼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룬 데는 삼양의 히트작인 ‘불닭볶음면’의 꾸준한 매출실적에 프리미엄 신제품인 '까르보불닭볶음면'과 '짜장불닭볶음면' 등의 추가 인기몰이가 더해졌다는 분석이다.

삼양 측은 지난해 12월 출시된 '까르보불닭볶음면'은 출시 한 달 만에 1100만 개의 판매고를 올렸고 3월 말 누계 실적으로도 3600만 개 판매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달 8일에 출시된 '짜장불닭볶음면'도 3월에만 420만 개 팔려 나가면서 최대 실적에 힘을 보탰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이번 매출 신장에는 ‘까르보불닭볶음면’ 외에 ‘짜장불닭볶음면’도 확실한 기여를 했다”며 “이 외에도 ‘삼양라면’과 ‘삼양라면 매운 맛’ 등의 제품이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3월 한 달 동안 46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일 월 매출 기준으로도 최고치를 달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3위에 머물고 있는 라면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크게 늘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좌)과 김정수 사장(우) (사진=삼양식품 블로그 캡처)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좌)과 김정수 사장(우) (사진=삼양식품 블로그 캡처)

성장에 물 끼얹은 ‘오너리스크’…삼양 회장 부부 총 50억 원 대 횡령 혐의 인정

한편, 삼양은 1분기 눈에 띄는 성과가 계속되는 중에도 전인장 회장(사내이사)과 김정수 사장(대표이사) 부부가 지난 4월 서울북부지검에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이 A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재료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에서 납품받은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납품 대금을 송금하도록 해 소위 '통행세’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한 검찰은 김 사장이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근무한 것처럼 꾸며 매달 4천만 원씩 월급을 받았으며 이 회사의 돈을 자택 수리비로 쓰거나 신용카드 대금, 전 회장의 자동차 리스 비용으로 쓴 혐의도 조사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페이퍼컴퍼니에 지급된 돈은 고스란히 전 회장과 김 사장에게 흘러간 것으로 조사됐다. 전 회장 부부의 총 횡령액은 약 5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의 횡령 금액은 이 회사 자기자본의 2.46%에 해당한다. 

이밖에도 전 회장은 지난 2014년 10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삼양식품 계열사의 자회사 중 한 외식업체가 영업 부진으로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자금지원 검토나 채권 확보 등 없이 29억 5000만 원을 빌리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결국 이 외식업체는 상환 능력 부족으로 전액 갚지 못해 손해를 입게 됐다.

전 회장 부부는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1부(이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지난 1일 열린 첫 공판에서 혐의를 인정하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검찰 조사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전 회장과 김 사장은 오너 일가를 둘러싼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승계 등의 의혹도 받고 있다.

오너 3세인 전병우씨의 개인회사인 SY캠퍼스가 페이퍼컴퍼니라는 의혹과 함께 삼양식품이 라면 스프원료와 포장지, 박스 등을 오너 일가의 자회사 등으로부터 공급받으면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SY캠퍼스의 전신인 ‘비글스’ 설립 당시 전병우 씨는 13세였으며 설립하자마자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전 씨가 SY캠퍼스를 통해 인수한 삼양라면 포장지 생산 회사는 일감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2012년 현재의 ‘SY캠퍼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에 대해 삼양식품 관계자는 “기사에 그렇게 나왔다고 알고 있을 뿐 별 다른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삼양식품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삼양식품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2위와 격차 좁히기 나선 라면업계 3위 삼양,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힐까

지난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4개사의 라면 매출은 1조 99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 지난 해 라면 시장점유율은 농심이 56.2%로 전체 1위, 오뚜기가 23%로 2위, 삼양식품은 11.1%로 3위를 기록했다.

한편 삼양식품은 2013년 오뚜기에 2위 자리를 내준 이후 수년째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나 국내 점유율은 2015년 11.4%, 2016년 10.9%, 지난해 11.2%로 답보 상태다.

2위인 오뚜기에 두 배 가까이 점유율이 뒤쳐져 있는 삼양이지만 상반기 최다매출 달성을 바탕으로 올해 격차를 많이 줄일 것으로 예상 됐다. 하지만 삼양 지난 1분기 사상 최대 영업실적을 내놓고도 여전히 오너리스크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실제로 ‘갑질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한진그룹은 조양호 총수 일가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 압박이 이어지면서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실제 이번 사태로 인해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대외적인 이미지 훼손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이중근 회장이 배임·횡령 혐의로 구속된 부영 그룹은 6년 만에 주택 사업이 적자로 들어섰고 이 여파로 지난해 구입한 을지로 사옥을 1년 여 만에 되파는 등 지독한 오너리스크를 겪고 있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달 중 '주채무계열 재무구조개선 운영준칙'을 개정하고 기업의 해외사업 위험과 평판위험 등을 재무구조 평가에 반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행 재무정보 기반의 정량 평가에서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위법행위와 도덕적 일탈행위,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공정거래법 위반, 분식회계 등을 정성평가 항목으로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평가 결과 재무구조 미흡 판단을 받은 대기업은 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체결하고 약정에 따라 부채비율을 줄이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며 대기업은 정기적으로 자구계획 이행을 점검받아야 하고, 사업자금(회사채)을 조달할 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최근 오너리스크로 물의를 일으킨 그룹들을 정조준 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며 삼양 그룹도 이에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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