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정순균 후보 앞서가, 전직 신연희 구청장 구속 영향, 상급 정부와 갈등하지 않고 협치 구조를 만들어 강남구민의 이익을 지키겠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호감도가 좋은 영향 미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서울에도 보수의 텃밭이 있다. 

25개의 자치구 중에서도 유독 부자 동네로 알려진 강남구다. 부동산과 재산권에 대해 아무래도 규제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진보진영이 단 한 번도 강남구청장을 맡아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국정농단과 탄핵을 거치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현재 시점은 이야기가 다르다. 무엇보다 전직 신연희 구청장이 횡령과 각종 비리로 2월28일 구속된 이후 더 이상 강남구민은 보수적인 자유한국당에게 표를 몰아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신 전 구청장은 직원을 시켜 구청 예산 9300만원을 빼돌렸고 이를 동문회비·당비·경조사비·명절 선물비·정치인 후원회비·화장품 구입비·미용비 등 사적으로 유용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에게 직권남용을 범했다는 사실도 인정됐다.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은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연희 전 강남구청장은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뉴시스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5월28일~29일 서울시 강남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고 응답률 2.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순균 45.5%·장영철 31.3%·김상채 8.1%·이주영 1.9%·김광종 0.8%·없음과 모름 12.4%로 더불어민주당의 정순균 후보가 앞서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정 후보의 캠프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민선 6기 동안 단 한 번도 보수 정당이 놓친 적이 없는 강남구청의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정 후보는 선거 유세를 다니면서 강남구민의 변화 열망을 많이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첫 민주당 출신 강남구청장이 배출되는 것은 정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순균 후보는 사상 최초로 민주당 소속 강남구청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정 후보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압구정동·청담동·신사동·도곡동에서부터 우리 강남구의 남쪽 끝자락인 세곡동·수서동까지 구석구석을 누볐고 주민들과 악수하고 명함 드리고 여러 목소리를 듣고 있다. 한 분 한 분의 말씀이 모두 소중하다”며 “강남도 이제는 달라졌다. 꼭 이겨달라. 이런 격려 말씀을 듣고 나면 힘이 샘솟는다”고 밝혔다.

이어 “먼저 서울시와 싸우지 않겠다. 서울시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협력해 구민들의 재산권을 지키겠다”며 “당선된 순간부터 진보니 보수니 이념을 떠나고 여야 편가르는 진영논리를 과감히 떨쳐버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정 후보의 메시지가 나오게 된 배경은 뭘까.

신 전 구청장은 지난 대선 시기 단체 카톡방에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놈현 문죄인의 엄청난 비자금”이라는 글을 퍼나를 정도로 일종의 이념 보수였다. 자신과 성향이 다른 박원순 서울시장과 8년 집권 기간 내내 대립적이었고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정과 강남구정 간 정책적·철학적 차이를 인정하면서 협의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단 비난하고 시작했다. 강남 지역에는 서울시정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넘쳐났다.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기 위해 진보적 시장과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치인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지 강남구민을 위한 게 아니었다. 

고소득 자산가의 입장에서도 강남구와 서울시의 마찰로 인해 구룡마을 재개발과 아파트 재건축 등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것이 없었다. 구민들이 박 시장과 협력할 수 있는 민주당 후보를 선택하는 게 차라리 더 낫다는 판단을 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정 후보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와 대립함으로써 오히려 강남구의 이익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 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정 후보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와 대립함으로써 오히려 강남구의 이익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 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서울시와의 협치 문제에 대해서 정 후보는 7일 보도된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와의 협업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집권 여당 소속 후보인 자신이 적임자이고 문재인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정순균 강남구청장을 연결해 이전보다 훨씬 확실한 구정을 해내겠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막연할 수 있는데 정 후보는 “강남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아파트 재건축 문제이고 구민들이 우려하는 재산권을 온전히 지키느냐의 문제다. 이걸 풀기는 굉장히 어렵다. 강남구청장의 단독적인 판단이나 행정력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 중앙 정부와 협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고 주민들의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뭔가 허황된 공약을 섣불리 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와 중앙 정부 간의 협의 구조를 만들어 실질적으로 강남구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여기서 최대한 강남구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겠다는 취지다. 

신 전 구청장처럼 보수적인 인사가 재산권을 내세우면서 정작 상급 정부와 싸우기만 해서 되려 강남구에 손해를 끼치기 보다는 대화 채널을 지속적으로 가동해 조금씩 양해를 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간결하게 “서울시와 중앙 정부와 함께 지킬 건 지키고 타협할 것은 타협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정 후보는 가장 먼저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예컨대 영동대로 복합개발, 역세권 개발, 옛 한국전력 부지를 현대차가 사들이면서 발생한 공공 기여금 등 이런 쟁점 이슈가 있는데 정 후보는 “강남구청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서울시와 정부가 협력해야 하는 것인데 (공공 기여금의 경우) 강남구는 전국에서 재정자립도가 제일 앞서가는 지방자치단체다. 능력이 되고 여건이 된다면 구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타 지방자치단체를 도와주겠다”는 설명이다.

부연 설명을 하면 “강남구는 250여개 기초자치단체장의 맏형 격이다. 조금 어려운 아우를 도와주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강남구 자체의 평가도 좋아지고 강남의 품격도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 부분은 서울시와 적절히 대화하고 타협하겠다. 박원순 시장께서 임기 동안 강남북 균형 발전을 언급했었는데 강남구민의 박탈감이 없도록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 후보는 8년 신 전 구청장의 그림자를 지우기 위해 강남구청의 인적 쇄신을 단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동안 서울시와 강남구의 갈등으로 각 분야 인적 교류가 멈췄다는 것이다. 

정 후보는 “신 전 구청장이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만 골라서 특혜를 주듯이 초고속 승진을 시켰고 다른 사람을 배제했다. 강남구청 내 차별 때문에 인사 문제가 굉장히 심해졌다. 취임하면 강남구 공무원 조직을 바꾸겠다. 그래서 6개월 내에 강남구민들이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대 구민 행정서비스의 자세를 바꾸겠다. 열린 구청장실로 탈바꿈하겠다. 끊임없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겠다.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걸 강남구민들이 느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정 후보가 당선된다면 과연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 강남구정 간의 조화를 어떻게 추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정순균 후보 캠프)

그 근거로 정 후보는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 재임 시절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것을 제시했다.

정 후보는 “구민도 국민도 결국 고객이다. 행정 서비스도 고객 위주로 가야 한다.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 하는 행정과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정치는 존재할 수 없다. 일선 민원창구 공무원부터 동사무소까지 어디를 가든 구민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남의 변화에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한반도 운전대론의 효율성도 도움이 됐다.

정 후보는 “강남은 안보 의식이 뛰어난 곳이다. 구민들이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전쟁 공포에 불안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과 대미 중재 역할이 효과를 발휘하고 여기서 오는 정부에 대한 신뢰도와 기대감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정 후보의 주요 공약은 아래와 같다. 

△재개발재건축 전담부서 신설하고 서울시·국토교통부와 상시 논의체계 구축 △과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제도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에게 부담없도록 국회와 정부에 수정 입법 촉구 △테헤란로를 창의적 창작 벨트로 구축해 청년 창업의 메카로 육성 △GBC 영동대로 지하공간을 연계해 국내 MICE(기업회의 Meeting, 포상관광 Incentive trip, 컨벤션 Convention, 전시 박람회와 이벤트 Exhibition & Event) 산업 중심지로 육성 △동부간선도로와 세곡동, 대모산, 영동대로 지하화 사업으로 강남 통과 차량의 대폭 축소 도모 △주중 평균 속도 15km 이하 악성 정체구간 해소 △홈페이지 구민 청원 게시판을 신설해 1000명 이상 청원시 구청장 답변 의무화 △강남구 공무원 비리 실시간 신고 센터 신설 △(신 전 구청장이 시행한) 태극기달기 독려를 위한 국경일 공무원 동원과 근무시간 외 회의 등을 금지

장영철 후보는 보수 정당의 강남구청장이 개발 기조를 지속했듯이 자신도 그런 방향으로강남구청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사진=장영철 후보 캠프)
장영철 후보는 보수 정당의 강남구청장이 개발 기조를 지속했듯이 자신도 그런 방향으로 강남구청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사진=장영철 후보 캠프)

한편, 자유한국당의 장영철 후보는 강남구의 경제적 어려움을 부각하면서 자영업자의 폐업과 일자리 감소가 심각하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 등 경제 관련 부처에서 30여년 간 근무한 경력을 살려 대규모 개발사업(노후 아파트 재건축·도시재생사업·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의 추진에 적합한 능력을 갖췄다는 게 장 후보의 어필이다.

6일 보도된 <뉴스1> 인터뷰에서 장 후보는 “현재 강남구는 화려한 이미지에 가려진 도시 노후화·열악한 주택환경·침체된 상권 등 미룰 수 없는 현안 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일 잘하는 경제구청장이 필요하다. 민선 6기에서 대규모 개발사업 입안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앞으로 그 기조를 잘 이어가서 강력하게 추진해야 강남이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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