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 직전까지 북미 접촉, 회담 일정, 폼페이오 마지막으로 미국의 입장 설명, 문재인 대통령 두 정상의 빅딜과 긴 호흡이 중요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역사적인 회담 당일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분 좋은 예상을 했다. 11일 싱가폴 대통령궁에서 리셴룽 총리와 만나 “내일 아주 흥미로운 회담을 하게 된다. 아주 잘 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리셴룽 총리가 이스타나궁에서 단독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리셴룽 총리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두 지도자가 서로의 요구를 통크게 주고받는 담대한 결단을 기대한다”며 빅딜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미 문 대통령은 현지에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했고 어느정도 북미 회담의 빅딜 내용을 알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북미 정상회담은 우리 시간으로 12일 오전 10시에 열리고 임팩트 있게 하루 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먼저 양국 통역사만 배석한 단독 회담이 2시간 가량 진행되고, 핵심 참모와 함께 확대 회담이 열린다. 이후 마지막 오찬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확대 회담에 미국측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한측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리용호 외무상이 참석할 것으로 점쳐진다. 오찬에는 성킴 주 필리핀 미국대사·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매튜 포틴저 국가안보 아시아담당 보좌관,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찬이 끝난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21시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신경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폴로 출국하기 직전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진지하지 않다고 느껴지면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며 협상을 많이 경험한 사업가답게 첫 인상에 따라 느낌이 안 좋으면 바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수 있다고 암시했다.

북측 취재원이 <로이터>를 빌려 12일 14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출국할 예정이라고 밝혀 정상회담에서의 기싸움을 예고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1일 싱가폴 시내를 참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동남부의 마리나베이에 있는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 에스플러네이드와 관광 명소 머라이언 파크의 연결지점 등을 방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싱가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다시 한 번 미국의 기존 입장을 정리해서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CVID가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결과”라며 “북한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에 착수한다면 전례 없는(unique) 안전 보장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핵화가 그들에게 나쁜 결과가 되지 않고 그 반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더 밝고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이라는 사실에 대한 충분한 확신을 주기 위해 우리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V(erifiable)가 중요하다. 우리는 검증할 수 있도록 충분히 탄탄한 시스템을 설정할 것이고 검증이 이뤄져야 신속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마지막으로 미국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사진=국무부)

특히 “미국은 (과거 북한에) 기만당했고 많은 대통령이 북한과 합의했으나 결국 이행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우리는 지난 12년간 쓰였던 공식적인 것 이상의 기본 합의틀(framework)을 원한다.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제거할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제재 완화는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이 향후 생산적인 회담을 위한 조건들(conditions)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례없는 정상 간의 톱다운 방식으로 북미 협상이 진행됐던 만큼, 정상회담에서 빅딜이 이뤄진다면 추후 지속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3각(뉴욕·싱가폴·판문점) 회담을 통해 논의 채널이 형성됐기 때문에 정상회담 후에도 재가동될 수 있다. 마침 성킴 대사와 최선희 부상은 정상회담 하루 전날까지도 오전·오후·저녁 세 번에 걸쳐 만났고 의제를 조율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뿌리 깊은 적대관계와 북핵 문제가 정상 간의 회담 한번으로 일거에 해결될 수는 없다. 두 정상이 큰 물꼬를 연 후에도 완전한 해결에는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더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는 긴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이 완결될 때까지 남북미 간의 진정성 있는 노력과 주변국의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긴 호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보회의에서 북미 정상회담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북미 간의 대화에만 기댈 수는 없다. 남북 대화도 함께 성공적으로 병행해나가야 한다. 남북 관계가 좋아지면 북미 관계가 함께 좋아지고 북미 관계가 좋아지면 남북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 관계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남북 군사회담, 적십자회담, 체육회담 등에 대해서도 국민들께서 지속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남관표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2차장은 이날 싱가폴 메인 프레스센터에서 우리 정부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공식 입장을 설명했다.

남 차장은 “정부는 지난 3월8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처음 발표한 이래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두 차례의 남북 고위급 회담·한 차례의 한미 정상회담과 다섯 차례의 전화통화·거의 매일 이뤄진 한미 NSC 소통을 해왔다”며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냉전과 분단의 구조가 해체되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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