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하루’의 끝 ·· ‘공동 성명’과 트럼프의 말
역사적인 ‘하루’의 끝 ·· ‘공동 성명’과 트럼프의 말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6.13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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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 4개항, 트럼프의 기자회견, 한미 군사훈련과 주한미군 감축, 비핵화 시간표, 과정의 20%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역사적인 하루가 지나갔다. 

2018년 6월12일 전세계의 이목이 싱가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 집중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만남은 사상 최초인데다 70년 한반도 냉전의 굴레를 끊어내는 깊은 의미가 있다.

단독 회담 전 모두발언을 하고 기분 좋아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엄지척을 하고 있다. (사진=백악관)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직후 “센토사 합의는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미국과 남북한이 함께 거둔 위대한 승리이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진보”라고 입장문을 냈다.

3월8일 북미 정상회담이 확정된 뒤 3개월 동안 북미는 물밑 협상을 이어갔고 막판에는 3각 회담(뉴욕·싱가폴·판문점)을 하는 등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이날 두 정상은 최종적으로 140분간 머리를 맞댔다. 그 결과물로 4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 성명’이 도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회담 직전 모두발언을 통해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라고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다.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또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다. 우리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화답했다. 

영어 버전의 공동 성명서. (사진=백악관)
영어 버전의 공동 성명서. (사진=백악관)

공동 성명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고 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서두에 밝혔다. 

①양국은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 
②양국은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 
③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북한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④양국은 신원이 이미 확인된 전쟁 포로와 실종자의 유해를 즉각 송환하고 수습을 약속한다.

성명서 말미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이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북미 간 수십 년의 긴장과 적대 행위를 극복하고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을 신속하게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며 “양국은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한다”고 적시됐다.

이 성명서에 서명하기 전 트럼프 대통령은 “그(비핵화) 프로세스를 매우 매우 빠르게 시작할 것이다. 성명은 굉장히 포괄적인 문서이고 양국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담았다”며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느낀다. 한반도는 과거와는 굉장히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둘 다 무언가 하고 싶고 무언가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 성명에 서명하고 14시50분 세인트 레지스 호텔로 돌아갔고 거의 자정에 이르러 북한으로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펠라 호텔에 남아 <abc>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후 19시반에 출국했다.

우리 시간으로 23시가 넘어 북한행 비행기에 오른 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19시반 미국으로 출국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를 통해 “김 위원장이 모든 곳(the whole place)을 비핵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준비할 기본틀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내 생각에 자신의 나라를 위해 아주 멋진 뭔가를 정말 하고 싶어한다”며 “우리는 그들의 핵무기를 제거해야 한다. 여러분은 북한의 전면적인 비핵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도 1년 뒤에 당신이 나를 인터뷰할 때 내가 실수했다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높은 수준에서 협상을 하고 있고 많은 것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서명식 직후 <abc>와 인터뷰를 한 트럼프 대통령. (캡처사진=abc)

트럼프 대통령은 1시간 가까이 길게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먼저 독재자이기도 한 김 위원장의 양면성을 지적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26살의 나이에 나라를 물려받았고 통치했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며 “오토 웜비어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다. 그의 희생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아주 잔인하고 비극적인 일이었지만 그 일 때문에 이런 대화 노력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앞으로 더 많이 논의할 것이다, 새로운 시대 영광의 시대가 열리려면 그 문제도 포함돼야 하지 않을까”라며 “인권 상황이 크게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겹도록 거론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가 성명서에 들어가지 않았고 단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만 명시됐다.

미국의 양보가 있었냐는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그렇지 않다. 성명에 보면 북미가 새로운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 돼 있고 안전보장을 이야기하고 있고 또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확인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역설했지만 없지 않아 미국의 양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회담에 오기 전 다른 일들을 많이 했고 또 사전 실무 협상을 통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만약 합의가 되지 않았다면 서명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오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회담 전 많은 문제를 합의한 상태라는 점이고 이미 합의문에 보면 (CVID에 대해) 아주 강력한 언어로 적혀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V(Verifiable)를 강조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검증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까지 멀리 와본 적이 없었다. 확신이나 자신감을 얻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라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하며 “나보다 더 이 부분(비핵화)을 (김 위원장이) 원한다고 생각한다. 북한을 위해 더 밝은 미래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합의 미이행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북한이 합의하기를 원했다. 나는 그걸 알 수 있다. 평생 해왔던 일(사업가로서의 협상)이기도 하고. 누군가가 합의를 정말 원하는지 아닌지 분명히 알 수 있다”며 그럴 리가 없다는 점을 부각했다. 

수많은 기자들이 손을 들어 질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꽤 오랫동안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수많은 기자들이 손을 들어 질문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꽤 오랫동안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비핵화의 스케줄 관련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과학적으로 그렇다. 어느 정도 시간을 기다려봐야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프로세스를 시작하기만 하면 그것은 거의 완료에 가까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계적으로 물리적으로는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15년이 걸린다고 하면 안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비핵화 과정의) 20%가 완료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지점이 있다. 내가 MIT(매사추세츠 공대) 교수와 핵 문제에 대해 아주 긴 논의를 한 바 있다. 핵을 없애자고 바로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린다. 그 지점(비핵화 완료)이 언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빠르게 될 것”이라며 기존 일괄타결론의 비현실성을 언급했다.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이 핵무기를 몇 개 갖고 있다고 언급했는지 그리고 그중 몇 개나 먼저 반출할 수 있는지 궁금하다. 사실 이란 핵 합의 때 우라늄·플루토늄·핵탄두의 해체가 문제였다. 김 위원장이 어느정도의 시간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비핵화 조치의 시점은 금방 다가올 것”이라며 “물론 북한의 핵무기 보유고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서 5년 전, 10년 전, 15년 전 이런 합의가 있었다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 반대급부로 따라오는 제재 완화에 대해서는 “일단 현재는 제재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제재는 핵 문제가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고 인식할 때 해제될 것이고 앞으로 어떤 진전을 이루게 된다면 빠르게 해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제재를 논의했지만 사실 회담이 준비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제재를 추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상대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실상 일괄타결이 아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비핵화의 과정을 인정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뜨거운 감자인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비용 부담이 크다. (한반도에서) 훈련을 할 때 괌에서 6시간 넘게 걸려 폭격기가 오고 훈련이 끝나면 괌으로 다시 돌아간다. 내가 말한 내용은 어쩌면 도발적인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한미 연합훈련과 관련해서는 비용 문제가 있다. 우리는 미래에 협상이 뜻대로 잘 진행되지 않는 것을 볼 때까지 (한미) 군사연습(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다. 그것은 엄청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며 훈련 축소를 환기했다.

주한 미군에 대해서는 정상회담의 의제가 아니었다며 “미래에는 (주한 미군을 감축)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협상에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만약 이 문제와 관련해서 자금(주둔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언론과 정치권 그리고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에 우호적이지 않다. 그런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상당히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포기한 게 아무것도 없다. 회담을 한 것 자체가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된다. 아마도 날 싫어하는 사람만이 별로 얻은 것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우리는 안전보장을 제공하고 북한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얻어낸 것을 나열했는데 △억류된 미국인 3명 송환 △한국 전쟁 중 전사한 영웅들의 유해 발굴과 송환 △미사일 시험 중단 △핵 실험장 폭파 △미사일 엔진 시험장의 폐기 약속 등이 있다. 

공동 성명서에 서명하고 있는 두 정상. (사진=연합뉴스 제공)

1년 전만 해도 북미 관계는 최악이었다. 두 정상의 말폭탄은 위태로웠다. 

외신 기자들도 이 점에 대해서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의 화염과 분노 발언에 대해) 그때 당시에는 그것이 필요했다. 미국의 관점에서 북한의 핵 능력 발전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위협적 언사를 하고 싶지 않다. 서울에 굉장히 많은 인구가 살고 있고 DMZ(비무장지대) 바로 옆에 있다. 만약 군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수 천만명이 희생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인 서울이 바로 국경 근처에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기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날 카펠라 호텔 프레스센터에서는 미국 영화사 ‘Destiny pictures’가 제작한 4분30초짜리 영상이 상영됐다. 영어와 한국어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졌는데 내용은 북한이 맞이할 수 있는 미래상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영상을 김 위원장에게 직접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패드로 보여줬고 북측 8명의 대표단이 그 영상을 보고 반응이 아주 좋았다. 나는 미래가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김 위원장이 뭔가 해내기를 바랐기 때문에 보여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내가 제시하고자 했던 것은 하나의 가능성이다. 북한에 아주 아름다운 해변 그리고 콘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해변에 대포 무기를 배치하는 게 아니라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북한은 중국과 한국 사이에 있기 때문에 굉장히 좋은 입지”라며 비핵화 이후의 경제적 번영을 김 위원장에 충분히 어필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12일 23시 넘어서 싱가폴 창이 국제공항에 도착해 이륙 전 싱가폴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미국의 GDP(국내총생산)는 2경412조8000억원으로 세계 1위다. 북한은 17조2565억원으로 미국과는 상대도 안 될 정도로 세계 최빈국 수준이다. 하지만 두 정상은 마주했다. 처음으로 조우하는 카펠라 호텔 공간에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똑같이 배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맥락의 질문에 “세계를 더 안전한 곳으로 만들고 싶을 뿐이다. 3000명 이상의 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면 연단에 김 위원장과 같이 서는 일을 기꺼이 하겠다. 내가 그런 임무를 갖고 싱가폴 회담에 왔고 그것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고 답했다.

일각에서 제기됐던 남북미 깜짝 ‘종전 선언’은 결국 성사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중국이 (종전 선언에) 참여했으면 한다. 법적으로 해야할지 말지와 별도로 한국과 중국도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어질 추가 논의 과정에 대해서 “다음주 세부사항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이 논의할 것이고 우리 대표단이 실행에 옮길 것이다. 한국 정부, 일본 정부, 중국 정부와도 협력할 거고 (싱가폴에) 다시 올 것 같다. 문 대통령이 최종 협상에 있어서 큰 역할을 했고 회담 결과를 들으면 아주 만족할 것이다. 이미 어느정도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문서를 보냈고 세부사항에 대해 더 논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워싱턴 초청 관련 질문에) 물론 그렇다”라고 서명식 직전에 말했지만 기자회견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회담이나 회의가 필요할 것”이라며 단언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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