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결과②] 거대 양당의 한 축 ‘한국당’의 몰락 ·· ‘근본적 고민’
[지방선거 결과②] 거대 양당의 한 축 ‘한국당’의 몰락 ·· ‘근본적 고민’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6.1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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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표 및 지도부 총 사퇴, 광역 2곳, 기초 53곳, 서울 기초 1곳, 서울 의회 6석, 경기 의회 4석, 근본적 고민을 촉구한 장제원 대변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홍준표 대표의 문제를 넘어서 지도부 문제를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유한국당 자체가 이 큰 민심의 변화와 정치지형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 나갈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로 가야한다. 너무 큰 참패다. 지금은 그런 차원에서 얘기하는 게 아니고 야당이라는 것을 어떻게 국민의 뜻에 맞게 바꾸느냐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한다. 어쨌든 대한민국의 정치가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건강한 야당이 있어야 한다. 건강한 견제 세력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냐 근본적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13일 jtbc <특집 뉴스룸>에서 18시 이후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야당과 보수 정당으로서의 근본적 고민을 강조했다. 

같은 시간 황급히 당사를 떠나는 홍준표 한국당 대표에게 기자들이 선거 결과에 대해 한 마디 해달라고 하자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사실상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THE BUCK STOPS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씁쓸한 표정을 짓는 홍준표 대표와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김성태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홍준표 대표는 아주 짧게 사퇴의 변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출구조사 결과를 보고 침통한 표정인 한국당 지도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루가 지나고 홍 대표는 14일 오후 당사에서 개최된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오늘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부디 한 마음으로 단합해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부탁드린다”며 짧게 발언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홍 대표는 “모두 내 잘못이고 모든 책임은 내게 있다. 국민 여러분들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우리는 참패했고 나라는 통째로 넘어갔다”고도 표현해 여전히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 하는 듯 보였다. 홍 대표는 그동안 인터넷, 방송, 신문, 여론조사기관 모두 장악됐다고 무리하게 주장했고 한국당에 불리한 민심을 직면하지 않으려고 했다. 이런 인식이 사퇴하는 순간까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와 함께 한국당 지도부(최고위원)는 전원 사퇴했고 이에 한국당 당헌 30조에 따라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전국민이 한국당 소속 광역단체장 6곳(인천·경기·경북·대구·울산·부산)을 수성하지 못 하면 사퇴하겠다고 공언했던 홍 대표의 말을 기억하고 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 때 새누리당은 사실 8곳(인천·경기·경북·경남·대구·울산·부산·제주)을 차지했었다. 수도권 2곳과 영남권 독주에 제주까지 얻었는데 어제의 선거 결과를 보면 고작 2곳(경북·대구)에 그쳤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권영진·이철우 당선자가 더불어민주당 임대윤(39%)·오중기(34%) 후보를 압도적으로 따돌리지 못 했다.

대구와 경북 딱 두 곳 외에 15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전패한 한국당. (그래픽 자료=네이버)

이게 얼마나 보수 정당에게 심각한 상황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한국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집토끼 영남권 5곳에서 3곳을 내줬기 때문이다. 모두 사상 최초의 일이다. 2010년 5회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로 당선된 김두관 현 민주당 의원은 당시 무소속 단일 후보였다. 이후 김 의원은 2년 만에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 뛰어들었고 홍 대표가 그 뒤를 이어 당선됐었다.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12곳에서 다 놓치고 유일하게 당선된 경북 김천도 한국당 소속의 송언석 당선자(50.3%)가 493표차로 겨우 무소속 최대원 후보를 따돌렸다. 

한국당 참패의 증거는 몇 가지 더 있다. 

전국 기초단체장 선거 226곳 중 53곳(23%)에서 당선됐는데 이는 2014년 지방선거 결과에 비춰봤을 때(117곳 당선 51%) 충분히 몰락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서울 기초단체장 25곳에서 조은희 서초구청장 당선자를 제외하고 전패했다.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던 보수세가 매우 강한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에서도 2곳을 내줬고 서초 역시 민주당 이정근 후보에게 41%의 득표를 허용했다. 중랑구청장도 민주당에게 내준 적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류경기 민주당 후보가 61%를 득표해 최초로 입성했다. 서울시의회의 경우도 전체 110석 중 한국당은 고작 6석을 얻었다(민주당 102석·바른미래당 1석·정의당 1석). 2014년 지방선거에서 29석을 얻어 교섭단체 지위(서울시의회는 10석 이상)를 유지했던 한국당은 그야말로 소수당이 됐다. 경기도의회 역시 전체 142석 중 4석을 얻는데 그쳤다(민주당 135석·정의당 2석·바른미래당 1석). 2014년 선거에서 128석 중 50석을 차지했으니 신세가 처량해졌다.
 
서울(조은희 서초구청장), 경기(김광철 연천군수·김성기 가평군수), 인천(유천호 강화군수) 수도권 65곳의 기초단체장 중 한국당이 당선된 곳도 4곳이 전부였다.  

강남 3구의 두 곳까지 내준 한국당. (그래픽 자료=네이버)

한 가지 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국 보수의 패러다임을 지배했던 개발독재의 신화로 남아있다. 아무리 그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구속됐다 하더라도 고향인 경북 구미에서 최초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것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자는 40.79%를 득표해 이양호 한국당 후보를 2% 차로 따돌렸다. 구미시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은 지역구 출마자 7명이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구미참여연대는 14일 논평을 내고 “무상급식을 비롯한 복지 정책은 외면한채 일당 독점의 한국당 권력은 박정희 우상화에만 열을 올려 왔다. 시민의 삶을 보듬어야 할 시장은 박정희 우표를 제작하겠다고 일인 시위에 나서고 1000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마을 테마 공원을 짓더니 무용지물로 방치하고 있다. 게다가 200억원의 예산을 들여 박정희 유물 전시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무능하고 후안무치한 한국당 권력에 대한 구미시민의 당연한 응징”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구미의 상황은 한국당에게 던져진 전체 선거 결과의 함의를 읽는데 도움이 된다.

구미시장으로 당선된 장세용 후보.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년 논객으로 불리는 박가분 작가는 14일 페이스북에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압승 자체보다는 한국당의 몰락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선거”라며 “자유당·공화당·민정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으로 이어져 반세기 이상 승승장구해온 냉전수구 세력에 역사적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 추세를 다가올 총선까지 지속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당의 몰락은 다시 말해 한국에서 보수를 재정의하는 과정과 맞물려 있다. 역설적이게도 외교·안보·사회 통합의 관점에서 보수의 가치를 더 모범적으로 구현한 정치인은 바로 문재인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것이 지금 민주당 독주 체제를 상당 부분 설명한다”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해석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지방선거 이후 한국당과 보수의 성찰을 촉구했다. (캡처사진=jtbc)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의 요구처럼 한국당 내부의 체제 정비에 잡음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시 장 대변인의 발언으로 돌아가보면.

장 대변인은 “한국당이 이 민심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큰 시대의 변화와 정치 지형의 대변화를 수렴하고 어떤 것을 바꿔나갈지 심각한 고민을 해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2년간 국회에서 민주당을 견제할 제1야당이다.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지적해야 할 것인데 다만 지적하는 방식이라든지 국민의 요구와 목소리를 어떻게 수용할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다시 한 번 건강하게 비판하는 야당의 방식에 대한 성찰을 촉구했다.

이어 “민주평화당(김경진 의원)과 바른미래당(오신환 의원)에서 말씀해주셨지만 이 두 당의 책임보다는 지금까지 민주당과 대등한 의석을 가지고 국회에서 견제를 잘 하지 못 한 한국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우리 자체가 기득권에 있는 정치인들, 현재 국회의원을 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거취도 고민해봐야 하는 참담한 현실이고 아마 보수 정당이 창당하고 이 정도로 참담한 결과를 받아든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일 것이다. 민심에 의해 철저히 깨지고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저희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국민들께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민심을 올곧이 수용해서 다시 태어날 것을 고민해야 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당이 어떻게 얼마나 제대로 반성하고 혁신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이와 관련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원외위원장 및 당원 10명)’은 13일 20시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체제의 퇴출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촉구했고 일단 지도부 사퇴는 이뤄졌으니 향후 한국당의 체제 정비가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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