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
[칼럼] 북미정상회담과 지방선거
  • 전대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6.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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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칼럼니스트.(자료사진)
전대열 대기자

[중앙뉴스=전대열]잔인한 5월이라는 말은 들어봤지만 금년 6월은 한국의 야당정치인들에게 충격적으로 잔인했다. 한 두 야당이 아니라 제일야당을 비롯한 모든 야당이 6.13지방선거에서 궤멸상태의 참패를 당했다.

특히 전통적인 보수우익으로 알려졌던 서울의 강남지역을 비롯하여 영남까지 여당일색의 당선자를 배출했으니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경북과 대구에서 그나마 목숨을 건졌다고 하지만 여당에 표를 던진 유권자의 수치를 보면 체면유지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선거결과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예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서 이미 알려졌던 바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그 강도가 세다. 원래 우리나라 선거는 북풍(北風)에 영향 받는 바가 크다. 과거의 정권들은 대부분 북풍을 무력적인 위협으로 포장하여 국민의 안보위기 의식을 부추겼다.

실제와는 크게 다르기도 하지만 아예 근거 없는 것은 아니어서 알면서도 정권의 주문에 따라 표가 갈렸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위기의식이 아닌 평화의식에 사로잡힌 국민들의 성향이 자연스럽게 여당으로 쏠렸다.

특히 박근혜 탄핵이후 보수진영에 넌덜머리를 내던 국민들에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맞이한 남북화해 무드는 극단적인 대립보다 평화체제의 구축이라는 달콤한 유혹이 더 마음을 끌었다. 더구나 원내 다수당이면서도 자기들이 받들어야 할 대통령을 탄핵의 구렁으로 몰아넣은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는 기대를 버린 지 이미 오래다. 게다가 분당까지 감행했던 사람들이 다시 머리를 숙이고 기어 들어와 당권까지 장악하고 막말을 해대니 누가 그들을 신임할 수 있겠는가.

아나로그 시대의 정당들은 누가 인물이 잘 생기고 말을 잘 하느냐 여부에 상당히 좌우된 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의 정당은 전연 달라졌다. 인물과 언변이 아주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이들은 SNS로 모든 정보를 얻고 그대로 믿는다. 심지어 가짜뉴스에 푹 빠져 허우적대면서도 그것을 사실인양 그대로 퍼 옮기고 있으니 사이버에 약한 정치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죽을 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매크로나 킹크랩 같은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댓글조작은 범죄행위에 속하지만 이를 이용하려는 정치인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드루킹 사건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따라서 한번 빗나간 정당이나 정치인의 이미지는 쉽게 빠져나가기 힘들게 되어 있다. 박근혜와 이명박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면에서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운 구조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승리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지만 국민의 선택을 누가 가타부타 하겠는가. 여기에 큰 기여를 한 것이 선거 하루 전에 벌어진 세기의 담판이다. 문재인이 문을 열어줬지만 싱가포르의 주인공은 트럼프와 김정은이다. 우리로서는 한반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회담장에 당연히 한국의 대통령이 의젓하게 앉아 있어야 하는데 국제적인 정치상황은 트김담판으로 국한되었다.

이른바 북미정상회담이다. 가장 적대적으로 70년 동안 눈 한번 맞춰보지 않던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마주 앉게 되었다는 사실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3000 명이 넘는 기자가 몰려들었다. 이 통에 싱가포르는 대박이 났다. 주먹만 한 도시국가가 일거에 그 힘을 세계전체에 과시하게 된 것이다.

북미회담은 트김의 짧은 단독회담에 이어 확대회담으로 막을 내리고 합의문을 발표했다. 복잡하고 길었던 과정에 비하면 좀 싱겁기까지 하다. 모든 사람들은 두 사람의 담판에서 미국의 주장이 상당부분 먹혀들 것으로 예측했으나 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다. 문재인이 판문점선언에서 얻어냈던 비핵화의 약속에서 조금도 진전된 것이 없다. 트럼프가 회담 전에 그렇게 큰 소리쳤던 소위 CVID는 간 곳 없고 비핵화 노력만 남았다.

이 정도의 약속은 북한이 20년 이상 긴 세월에 걸쳐 누누이 강조해온 것인데 천하의 트럼프가 이를 덥석 받아 안은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가장 잔인한 폭군으로 알려졌던 김정은을 세계적인 지도자로 부각시키는데 최고의 공로자는 트럼픈데 막상 자기는 담배 연기(煙氣) 같은 노력만 손에 쥐었으니 그러려고 회담취소 같은 쇼를 했단 말인가.

트럼프가 북한 비핵화 문제를 인류평화를 위한 대 결단으로 끌어가지 않고 오직 김정은과의 화해체제만 유지하며 한미연합훈련 중단, 미군유해 발굴 등 소프트한 몇 가지 조건만 충족시키는 것으로 탄핵과 11월 중간선거에 대비하려 한다면 동북아의 평화는 물론 남한과 미국 모두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북한에게만 함박웃음을 안길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물론 외교는 상대가 있기에 일방적인 주장으로 이끌어 갈 수는 없겠지만 화염과 분노를 외치며 강경일변도로 치닫다가 갑자기 유연하게 변모했다는 것은 역시 종이호랑이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여론을 의식했음인지 다음 회담을 기대하는 말을 하고 있으며 김정은이 비핵화에 걸맞은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예고편도 틀고 있다. 발표되지 않은 이면약속이라도 있다는 냄새를 풍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우리가 지향할 바는 북핵 폐기에 있다. 그리고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이며 남북의 자유왕래다. 굶주리는 북한인민의 살 길을 우리가 선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전 대 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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