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전 결승골을 기록한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 (사진=FIFA 제공)
독일전 결승골을 기록한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 (사진=FIFA 제공)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축구에는 “공은 둥글다”는 말이 있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서독 대표팀의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이 당시 세계최강 팀으로 불리던 헝가리와의 결승전을 앞두고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감독 발언 후, 서독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3-2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 인해 헤르베르거 감독은 자신의 말을 전 세계에 각인 시켰고, 이는 현재까지 축구 경기에서 이변을 뜻할 때 통용되는 말이 됐다.

15일 개막한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조별리그 단계부터 이변이 속출하며 ‘공은 둥글다’는 말을 실감시키고 있다.
 
아르헨티나, 독일, 브라질 등 우승 후보들이 상대적 약체라고 평가받아 승리가 점쳐지던 아이슬란드, 멕시코, 스위스를 상대로 승점 3점을 거두는데 실패했다.

아르헨티나는 16일 러시아 모스크바 스파르타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축구대회 D조 첫 경기에서 ‘월드컵 첫 출전국’ 아이슬란드와 1-1로 비겼다.

아이슬란드 전에서 페널티 킥을 실축하는 리오넬 메시 (사진=FIFA 제공)
아이슬란드 전에서 페널티 킥을 실축하는 리오넬 메시 (사진=FIFA 제공)

아르헨티나는 전반 19분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골로 앞서갔지만, 4분 뒤인 전반 23분 알프레드 핀보가손에게 동점 골을 허용했다. 아이슬란드는 후반 19분, 골키퍼 하네스 할도르손이 리오넬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덕분에 귀한 승점 1점을 지켰다.

양 팀 모두 승점 1점을 얻었지만, 아이슬란드는 승리한 팀처럼 환호했고 아르헨티나는 고개를 숙였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를 내세우며 '우승 후보'로 주목받은 반면, 아이슬란드는 '역대 월드컵 참가국 중 최소 인구(약 34만명)'라는 경기 외적 수식어를 달았다.

특히 자신의 팀인 FC 바르셀로나를 수차례 세계 최강 팀으로 만들었으나, 유독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던 리오넬 메시로서는 실망스런 출발이 됐다.

멕시코를 상대로 경기가 안 풀리자 답답해 하는 토니 크로스 (사진=FIFA 제공)
멕시코를 상대로 경기가 안 풀리자 답답해 하는 토니 크로스 (사진=FIFA 제공)

한편, ‘디펜딩 챔피언’ 독일은 중미의 최강자 멕시코에게 패하며 이번 대회 최대의 이변을 연출했다.

독일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전반 35분에 터진 이르빙 로사노의 골에 힘입어 '전차 군단' 독일을 1-0으로 물리쳤다.

독일은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마누엘 노이어 등 전, 현직 바이에른 뮌헨 출신의 우수한 선수들로 스쿼드를 짜고 후반 슈팅 수 17-3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골을 얻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카를로스 벨라,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 이르빙 로사노 등 멕시코의 빠른 공격수들에 의해 수차례 역습을 허용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이에 SBS 박지성 해설위원은 “독일은 월드컵 본선을 나서기에 체력적으로 완전한 준비가 됐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으로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독일은 예상치 못한 패배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무승부에 실망한 팀 동료 윌리안을 위로하는 네이마르 (사진=FIFA 제공)
무승부에 실망한 팀 동료 윌리안을 위로하는 네이마르 (사진=FIFA 제공)

한편, 통산 6번째 우승에 도전하는 전통의 세계 최강 브라질 역시 스위스와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브라질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의 로스토프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와 한 골씩을 주고받아 1-1로 비겼다.

양 팀은 195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2-2로 비긴 데 이어 68년 만에 두 번째 월드컵 대결에서도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FIFA 세계랭킹 2위 브라질은 좁은 공간에서 특유의 자로 잰 듯한 패스로 스위스의 문전을 위협했다. 세계랭킹 6위 스위스는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역습으로 브라질에 맞섰다.

브라질은 후반에만 15개의 슈팅을 뿜어내며 파상 공세로 추가 골을 노렸지만, 알프스 산을 넘지 못했다.

후반 종료를 앞두고 세트 피스 상황에서 호베르투 피르미누의 헤딩 슛이 가로막혔고, 수비수 미란다의 강슛도 골문을 빗겨갔다.

지난 2월 경기 도중 오른쪽 중족골 골절상을 당한 브라질의 네이마르는 아직 컨디션이 100%에 오르지 못한 듯 득점 기회에서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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