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르 파티

나병춘

 

감당 못할 마그마

활화산 같은

성난 사자의 포효 같은

아득히 밀려드는

광풍의 해일 같은

아무도 어쩌지 못할

운명,

오도 가도 못할

아모르 파티*

 

뚜벅뚜벅 걸어가리

낙타처럼

용감무쌍하게 맞으리

무소의 뿔처럼

기쁘게 맞이하리

철부지 아이처럼

 

운명아

어서 오너라

아모르 파티

 

 

* 니체가 말한 ‘운명愛’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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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때때로 위로나 격려 혹은 어떤 설교보다 시 한 편 한 줄이 전하는 울림이 무엇보다 더 강렬한 힐링이 되어줄 때가 있다. 시는 문자로 이루는 감성의 꽃이다. 이 꽃은 볼수록 다양한 향기로 다가온다. 한편으론 언뜻 잘 포장된 시, 시, 시들의 범람 속에서 오히려 시의 가치는 싱거워지고 시인이 너무 양산된다며 개탄하기도 하는 이 시절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는 세상 사람들이 다 진정한 시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다. 왜냐하면 시 한 편이 주는 효과는 어느 경전의 한 구절 못지않기 때문이다.

아모르 파티!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와 ‘운명’을 뜻하는 파티(Fati)의 합성어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의 운명관으로 알려진 인간의 삶에 대한 태도를 설명하는 용어이며 운명에 대한 사랑을 뜻한다. 또한 그의 저서 《즐거운 지식》(Die fröhliche Wissenschaft) 등에서 언급한 개념이며 운명애(運命愛)라고 번역한다. 니체에 따르면 운명은 필연적인 것이다. 제 아무리 천하를 호령하는 위대한 영웅호걸도 운명 앞에서는 순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자기 앞의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할 때 인간은 위대해지며,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고통과 상실을 포함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또한 운명에 체념하거나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통까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긍정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어느 마음 시린 날 피곤한 심신을 달래 준 시 한 편, 아모르 파티!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이 있다면 그것을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내 삶을 사랑하며 또한 맞서서 싸워내기도 하며 인생의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 인생의 어느 경지에 도달한 시인의 내공이 깊게 읽히는 작품이다.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어느 경지에 오른 시인 자신이기에 과감히 시로써 웅변을 할 수 있으리라. 성공적인 삶의 결은 어떤 것일까?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달게 끌어안고 당당하게 헤쳐 나가는 자세일 것이다. 한 시절 나는 왜 이런 운명을 살게 되었는지 가끔씩 게임이라면 패를 던지고 기권하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불만과 한탄이 뿔을 기르면 왜곡된 인생관으로 인성마저 살벌해지는 것이며 성난 뿔은 주변마저 황폐화하는 역기능 현상을 낳게 된다.

내가 아는 나병춘 시인은 시와 자연과 사람을 사랑하는 시인이며 숲 해설가이기도 하다. 그는 인생이라는 숲을 사랑하는 시인이기에 그의 시에서는 숲의 향기가 난다.또한 광풍을 헤쳐 나가듯 감히 아모르 파티, 운명이며 오라 용감무쌍하게 맞으리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이며 읽는 이에게도 그 저력으로 용기와 힘을 불어넣어준다. 또한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운명을 잘 이루어나가는 것임도 詩로 보여주는 것 아닌가! 순항을 하다가도 뜻하지 않은 풍랑을 맞기도 하며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는 인생이라는 배, 운명이여 오라!

아모르 파티! 벅찬 가슴으로 맞이하리! 삶이여! 고맙습니다.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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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춘 시인 /

1994년 <시와시학> 등단

시집 / 『어린 왕자의 기억들』 『하루』 『새가 되는 연습』

현. 월간 <우리시> 주간

산림치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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