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의 발언, 사드 철수 가능성 시사, 대북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 태평양 사령관 출신인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 지명자가 한반도 사드(종말고고도지역방어)의 철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리스 지명자는 14일 미국 상원 인사 청문회에서 “미국은 동맹국인 한국과 공조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했고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것이었다”며 북미 협상의 진전으로 북핵이 사라질 경우 “(사드 배치의) 타당한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에서 날아오는 탄도 미사일에 대비한 전술 시스템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과거와 무척이나 다른 상황에 놓여있다. 모든 환경이 달라졌다”며 변화된 정세를 환기했다.

태평양 사령관일 때 해리스 지명자는 사드 배치를 주도했는데 스스로 철수 가능성을 거론해 더욱 주목된다. 

해리스 지명자는 사드 배치를 주도한 군인 출신이라 이번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해리스 지명자는 사드 배치를 주도한 군인 출신이라 이번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으로 한국과 미국을 북한의 핵 탄도 미사일 위협으부터 방어하기 위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게 됐지만,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고 동북아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결정이었던 측면이 컸다. 사드의 엑스 밴드 레이더로 중국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이 더 커졌다.

중국이 우리나라에 가한 사드 경제보복이 얼마나 지독했는지를 돌이켜봤을 때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특히 북한의 핵 무기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으로 미 대륙을 타격한다고 했을 때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가 군사적으로 큰 효용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정설이었다. 

북한이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29일 오후 경북 성주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7년 11월29일 북한이 새로운 ICBM으로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하자 같은 날 오후 경북 성주군 사드기지에서 발사대가 하늘을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륙을 가로질러 미사일이 날아갔다가 가장 높은 고도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요격하는 시스템이 사드이기 때문이다.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가까운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사드를 배치해야 하고 북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사드가 무용할 수밖에 없다. 

대 중국·러시아 압박용이었다는 명제가 있음에도 반대로 북핵은 미국에 압박이 되는 것을 넘어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다. 북미 협상 정국에 따라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안전보장 차원에서 연합훈련(키리졸브·을지프리덤가디언·독수리)을 중단하기로 했고 사드도 철수할 수 있다는 게 하나의 카드로 제시될 수 있다. 북한도 사드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를 통해 비핵화 조치를 촉구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한반도 사드 문제는 국내에서 매우 뜨거운 논란거리였기 때문에 해리스 지명자의 발언이 앞으로 어떤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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