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태도론을 강조, 지방선거 이후 필요한 것은 노선보다 태도와 메시지 전달방식, 자유한국당 못지 않게 강경했던 바른미래당, 적대적 공존이 부추겨지는 선거 제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모든 직원들에게 “태도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18일 청와대에서 화상 라이브를 통해 개최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세 번째로 강조해서 말하고 싶은 것은 태도”라며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 정치와 공직에서 지금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태도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한다. 국민을 대하는 태도,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 태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는 태도, 사용하는 언어, 표현 방법, 이런 태도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코 형식이 아니다. 이 태도는 거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게 본질인가 하면 국민들을 모시는 존재가 정치인들이고 공직자라면 그런 모시는 어떤 본질이 태도에서 표현되는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 정치와 공직이 국민들의 어떤 기대나 눈높이하고는 가장 동떨어진 그런 부분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수보회의에서 태도론을 설파한 문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 대통령이 보기에 “(국민들은) 정치 세계나 공직 세계는 마치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행동방식도 다르고 사고방식도 다르고 뭔가 국민들과 다른 별 세계같이 그렇게 느껴질 정도”라는 설명이다. 

끝으로 “내가 바깥에서 정치를 보던 눈도 그랬다. 이제는 정말 국민을 모시는 공직자라면 정말로 국민을 받드는 그리고 겸손한 태도를 반드시 갖춰야 된다”고 덧붙였다. 

이런 문 대통령의 태도론은 단순히 대국민 태도 외에도 정치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에 적용될 수 있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은 “사안마다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몰아붙이는 점에서 자유한국당과 차별화가 되지 않았다는 지적에 그렇게 답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바른미래당 신용현 대변인이 5월9일 오전 국회에서 철야 농성에 썼던 침구류를 정리하고 있다. 전날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 협상이 결렬되자 바른미래당 의원들은 국회 본청에서 철야 농성을 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9일~20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 캠핑장으로 워크숍을 떠난 바른미래당. 이 자리에서 지방선거의 참패 원인을 두고 끝장 토론이 이뤄졌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은 통합 이후 하나가 되지 못 했고 노선 분열에 따른 악영향에 휩싸여서 지방선거에서 실패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 대변인은 20일 국회에서 전날 바른미래당 비상대책위원회와 국회의원 합동 워크숍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케이스 바이 케이스”를 강조했다. 사안마다 대여 대응 기조를 다르게 하겠지만 강경한 모습만 부각되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언론이 잘 보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메시지 전달 방식 상에서의 한국당과 차별화되지 못 하는 점에 대해 별다른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바른미래당은 출범 이후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등 이슈마다 한국당 못지 않게 대여 투쟁 강도를 높여왔다. 표현 수위와 대응 형태가 그랬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비대위원장은 4월23일 국회의장 주재의 원내대표 회동 자리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남북 정상회담의 분위기 조성을 위해 북한에 대해서는 정말 극진한 예우를 보이고 어떻게 이렇게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한의 야권의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는가. 북한에 하는 것의 1000분의 1만 해도 이렇게 국회가 무기력하고 비정상과 파행을 맞지는 않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적폐정권이라고 규정한 박근혜 정권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4월22일 지상욱 의원(왼쪽 부터), 이언주 의원,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유승민, 박주선 공동대표, 이학재 의원이 서울 광화문 광장 인근 불법댓글공작 규탄 광화문 천막농성장을 찾아 전면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드루킹 특검에 대해서 민주당의 역할을 촉구한 것인데 지켜보는 국민 입장에서 바른미래당의 강한 언어만 부각됐다. 바른미래당은 드루킹 특검을 촉구하는 농성장을 광화문에 차렸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단식과 투쟁 농성장이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바른미래당도 뒤쳐지지는 않았다.

바른미래당 만의 차별적인 정책 대안과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인정할만한 정책 분야에 대한 평가는 도무지 부각될 틈이 없었다.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 선언이 발표될 때 전국민이 감동을 그대로 느꼈는데 한국당은 첫 메시지로 “위장평화쇼”를 내놨다. 한국당 외에 원내 모든 정당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바른미래당은 한반도 대전환의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 했다. 권성주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5월25일 이런 논평을 냈다.

“떠들석하게 사진 찍고 카메라 앞에서 회담은 하지만 뒤통수를 맞는다. 3번이나 리허설을 하고 잘 짜여진 판문점 선언에는 당장이라도 평화가 오는 것처럼 했지만 선언의 울림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한은 일방적 군사 회담 취소 통보를 해왔고 방북 기자단 접수를 거부했다. 잘 포장된 한미 정상회담 사진이 홍보되고 있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은 돌연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했다. 대화를 하러 가는 것인가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인가. 누구와 무엇을 이야기하고 왔길래 매번 상대 진위 확인도 되지 않는 뒤통수만 맞는가. 정부가 북한에게, 미국에게 휘둘리며 뒤통수 맞을 때마다 낯 부끄러운 국민들은 뒷골이 아프다. 이제라도 사진 찍는 쇼가 아닌 진짜 외교를 해주기 바란다.”

안철수 전 후보가 4월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드루킹게이트 불법여론조작 규탄대회 농성장을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과거처럼 정부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는 상태라면 이런 논평은 상식적으로 통하겠지만 권 대변인의 힐난하는 어조는 정부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상을 엎어버리려는 보수의 강한 본성처럼 받아들여 질 수 있다. 우려되는 지점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역할이지만 그게 탄핵 이후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춰지지 않아야 하고 그런 측면에서 어조와 논조가 디테일해져야 한다.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5월10일 방송된 jtbc <썰전> “내가 만약 홍준표 대표였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굉장히 좋은 계기다. 북미 정상회담까지 전부 성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이뤄라. 그러나 북한을 너무 믿지는 마라. 과거 경험들이 있지 않나. 여러 가지를 반드시 따져봐야 하고 신중하게 해야 된다. 이 정도만 했으면 이슈도 안 됐을 것이다. 그런데 남북 정상회담 자체를 부정하는 식으로 처음 메시지가 나와버리니까 국민 정서와 배치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의 메시지도 이런 맥락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고민해볼 지점이 있고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 바른정당 출신의 보수적 안보관 자체를 재점검해볼 필요도 있다. 

바른미래당의 그런 대여 투쟁 기조는 선거운동 전략에 그대로 반영됐다. 

사활을 걸었던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전 후보는 박원순 시장이 7년동안 서울시를 망쳐놨다는 식으로 맹공했다. 

박 시장에 대한 서울시민의 시정 평가가 긍정적이고 지지율도 높지만 안 전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7년도 모자라 서울을 앞으로 4년 더 총 11년이나 방치할 수는 없다”며 “서울시청 6층은 낙하산 착륙 지점이자 박 시장 측근의 놀이터로 불린다. 그곳에서 시민단체를 위한 코드 예산이 기획 집행된다. 재벌이 자녀에게 자회사를 만들어주고 일감을 몰아주듯 박 시장은 친분있는 인사에게 일감을 몰아준다”고 비난했다.

바른미래당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후 회견장을 나서며 김동철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영환 경기지사 후보가 6월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후 회견장을 나서며 김동철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영환 바른미래당 경기지사 후보 역시 이재명 민주당 경기지사 당선자에 대해 '배우 김부선씨 스캔들'과 '형수 욕설' 등 네거티브 전략에 올인했다. 김 후보의 공약은 아무도 몰랐다. 

거대 양당의 적대성은 상대를 대결적으로만 보는 것이고 한국당은 그런 측면에서 대여투쟁의 선봉장에 있다. 흔히 말하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한국당이 제일 잘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른미래당이 내세우는 중도적 가치가 그렇게 대여투쟁 일변도의 선거 전략에서는 한국당과 세트로 묶여 부각되지 않을 수 있고 요즘처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더욱 그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특히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구조를 비판하는 것에 창당정신을 두고 있는 바른미래당이 되려 그런 지점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물론 1등만 당선되는 단순다수대표제와 소선거구제 자체가 그런 적대적 공격성을 부추겨온 측면이 있다. 

21일 방송된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는 “단순다수대표제의 소선거구제 중심으로는 좋은 정치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우리 정당들이 좀만 선거에서 뒤지면 몰살당하니까 죽기살기로 싸우고 집권여당이 성공하고 대통령이 성공하면 야당이 죽으니까 어떻게든 공격을 해서 죽일려고 하는 것이다. 서로 간에”라고 말했고 박 교수는 “그게 바로 적대적 공생관계의 이분법적 정치였고 그래서 개헌도 하고 선거제도 개편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제도를 개혁하기 이전에 야당이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는 없다. 

하 의원은 바른미래당 내에서 가장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의 관성을 탈피하자고 주장했다. (캡처사진=jtbc)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월18일 방송된 <썰전>에서 “(같이 출연한 장제원 한국당 의원에게) 청와대 칭찬해본적 한 번이라도 있는가”라며 야당의 역할에 대해 풀어냈다. 

하 의원은 “저희가 한국당과 선을 긋는 이유가 도와줄 건 도와주고 반대할 것은 반대하고 해야하는데 인사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반대한다. 김상조(공정거래위원장)와 같이 괜찮은 사람 있으면 화끈하게 밀어줄 수 있다. 그런데 (한국당은) 전부 다 반대한다. 그니까 사실 지금 국민들이 볼 때 국회에 대한 신뢰보다 청와대에 대한 신뢰가 훨씬 높다. 국회가 반성할 부분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청와대가 헤게모니를 잡은 것이 현실이다. 이걸 인정해야 한다. 나는 한국당이나 다른 야당이 어떤 부분은 동의하고 어떤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중간에 하 의원에게 “정치는 지지층을 보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 현재 민심의 흐름과 지지율을 봤을 때는 장 의원보다 하 의원의 주장에 좀 더 설득력이 있다.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중심을 잡고 대북 정책은 인정하면서도 경제 정책은 비판적이라는 기본 스탠스를 설정했다.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야당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좀 더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봐야 한다. 매 사안마다 정교한 표현으로 대응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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