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김종필 전 총리…한국 정치사에 많은 숙제 남기고 영면
[칼럼] 김종필 전 총리…한국 정치사에 많은 숙제 남기고 영면
  • 박광원 기자
  • 승인 2018.06.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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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원 대기자
박광원 대기자

[중앙뉴스=박광원 기자] 현대 정치사의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92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김 전 총리만큼 한국 현대 정치사에서 부침과 영욕이 교차한 인물도 드물다. 5.16 군사쿠데타에서부터 중앙정보부 창설자, 영원한 2인자, 경륜의 정치인, 처세의 달인, 로맨티스트 정치인 등 그에 따라붙는 여러 별칭은 이의 방증일 것이다. 이로써 김대중·김영삼·김종필 트로이카가 이끌어왔던 '3김(金) 시대'가 종언을 고했다

고인은 6.25 전쟁으로 가난했던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인 영욕을 같이하며 1964년 한일회담 타결 3억불로 포항제철, 경부고속도 건설 현대화의 밑천이 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극과 극의 평가가 나오지만 김 전 총리는 한국 정치사에 수많은 수식어를 만들며 큰 족적을 남겼다.

청와대는 "한국 현대 정치사에 남긴 고인의 손때와 족적은 쉬 지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정치권에서도 애도가 잇따랐다. 한국 정치사에 한 획을 그은 또 한 명의 거목의 퇴장을 애도한다.

김 전 총리의 공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전후 한국의 산업화를 이끌고 민주화의 초석을 다졌으며, 최초의 정권교체를 주도하는 데 기여한 킹메이커였다는 긍정적 평가와 쿠데타로 한국의 민주화를 지체시키고 독재 권력에 부역하고 역사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부정적 평가가 함께 나온다. 모두 일리가 없지 않다. 김 전 총리에게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을 두고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진정한 역사적 평가는 결국 후대가 담당할 몫이다. 하지만 그가 한국 현대 정치사의 산증인이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 전 총리의 작고로 김대중(DJ)·김영삼(YS)·김종필(JP) 트로이카로 대표되던 '3김 정치'도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3김은 때로는 같은 편에 서서, 때로는 대척점에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다"라는 정치 현실을 보여주며 애증의 관계를 엮어왔다. 계파 정치와 줄 세우기, 지역감정 조장이라는 따가운 비판도 받았고, 한국 정치의 민주화에 이바지했다는 긍정론도 있다. 3김 시대가 물리적 종언을 고한 시점에서 현실 정치를 되돌아볼 만하다.

사단취장(捨短取長)의 정신으로 좋은 점은 취하고 나쁜 것은 버리면 된다. JP의 정치 스타일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여유', '여백'이라는 평가가 특히 눈길을 끈다. 자신의 정당성만을 100, 상대편의 정당성은 0으로 간주하고 조금도 물러서지 않으며 극단과 극단의 주장이 부닥치는 요즘의 정치 현실과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대결과 대치가 난무하는 전쟁통이 아닌 대화와 타협을 모색하는 정치가 그립다.

김 전 총리는 생전에 수많은 어록을 남긴 바 있다. "정치는 허업이다. 기업인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라는 말도 이 가운데 하나이다. 김 전 총리의 묘비에는 부인 고(故) 박영옥 여사가 지난 2015년 별세한 직후 고인이 직접 써둔 121자의 글귀가 적힐 예정이라고 한다.

JP는 이 글에서 "한 점 허물없는 생각(사무사·思無邪)을 평생 삶의 지표로 삼았으며…(하략)"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사무사' '정치는 허업'이라는 고인의 말은 결국 욕심을 버리고 국민을 향한 정치를 하라는 말과 통할 것이다. 한국 정치인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정치는 흐르는 물과 같다. 고인 물은 흐르지 않고 썩는다"며 "JP는 오래전 고인 물로, 옛 정치인들은 이제 원로 반열에 올라가고 후진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리가 현대사에서 지니는 상징성 때문에 조문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미 한병도 정무수석이 빈소를 방문한 데다 이런 점들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조문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조문을 두고 청와대 내부에서는 '갑론을박'이 이는 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고인이된 김 전 총리의 훈장 추세를 두고 일각에서는 5·16 쿠데타 주역 중 한 명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훈장 추서에 반대하고 있으나 청와대는 전례를 따르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25일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무조정실(총리실)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초대 중앙정보부장 시절 보국훈장 통일장(1963년 1월7일)을 받았다. 총리 재임 시절인 1971년부터 1975년 사이 수교훈장 광화장(1971년 6월17일) 청조근정훈장(1971년 12월28일) 수교훈장 광화대장(1974년 11월20일)을 받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김 전 총리에 앞서 별세한 이영덕·박태준·남덕우·강영훈 전 총리 중 이 전 총리와 남 전 총리는 별세 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다. 박 전 총리와 강 전 총리는 생전에 무궁화장을 받았다. 박 전 총리는 별세 후 청조근정훈장을 추서 받았으나 강 전 총리는 별세 후 다른 훈장을 추서 받지 않았다.

이제 고인의 정치역사는 후세에 평가를 남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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