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금지법 찬성 39.7%,반대 51.5%
반려견 가구... 천만 명 넘는 시대, 이제 정부가 대답할 차례

25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개고기 판매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사진=신현지 기자
25일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개고기 판매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인천의 박 모(54세)씨는 알람시계 대신 아침마다 그녀의 잠을 깨우는 건 반려견 찡찡이라고 한다.

그녀의 찡찡이는 생후 2년생인 포메라니안 종으로 아침 6시면 어김없이 그녀의 침대에 뛰어 들어와 출근준비를 재촉하는 것은 물론 그녀의 퇴근을 반기는 유일한 가족이다. 

또 한 사람, 목동의 김금순(78세) 씨, 김 노인의 하루시작 역시 10년을 함께 동고동락해온 말티즈 테리다.

10년 전 남편이 지인으로부터 분양 받아 온 테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금 남편을 대신한 유일한 가족으로 남았다. 김 노인의 표정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알아채고 움직이는 테리와의 일상에 김 노인은 1인 가족의 외로움을 잊고 산다고.

반려견 가구... 천만 명 넘어 

이처럼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하는 우리나라의 인구수는 천만 명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에 따르면 2017년 전국 1952만 가구 중 전체 29.4%인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을 기른다. 

반려동물 사육마릿수도 지속적인 증가를 보여 2027년 1320만 마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1인 가족의 증가로 지구촌이 일명, ‘펫족(Pet族)’의 증가 추세다. 이에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도는 갈수록 뜨겁다.

특히 개는 온순한 성질과 영리함으로 사람과의 오랜 공생관계를 유지해왔던 이유에 여타 다른 동물과는 특별한 관계라는 게 지배적이다.

하지만 ‘펫족(Pet族)’의 증가 한편에는 우리나라 개식용 문화가 자리에 갈등과 논란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도살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 첫 사례가 나와 그 갈등은 한층 깊어지는 낌새다. 

개죽인 혐의,  법원의 이례적인 벌금 300만원 선고

다름 아닌 지난 20일 동물권단체 케어와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부천지원은 식용으로 쓰기 위해 개를 전기충격으로 죽인 혐의로 A씨에게 지난 4월16일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에 앞서 A씨는 작년 8월30일 경기 부천시에 있는 한 개 농장에서 개 1마리를 잡아달라는 요청에 식용개를  전기충격으로 죽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A 씨에게 개의 불법 도살의 첫 사례를 남긴 법조계는 “그동안 개를 먹기 위해 죽이는 행위는 그동안 무법인 상태로 해석돼왔다. 축산법에서는 개가 가축으로 분류돼 식용으로 키우는 행위가 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가받은 작업장에서만 도살할 수 있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돼있지 않다. 즉 무법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라고 밝히며 앞의 선례를 남겼다. 
 
이에 육견업계와 동물권단체 간은 이례적인 법원의 첫 판결에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의 골을 한층 넓혔다. 

25일 재래시장의 개고기 상인에 따르면 "반련견 인구가 늘어 판매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고...(사진=신현지 기자)
25일 재래시장의 개고기 상인에 따르면 "반려견 인구가 늘어 판매 실적은 예전 같지 않다."고...(사진=신현지 기자)

육견업계는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에서 “생존권을 보장해달라”며 도사견 여섯 마리를 좁은 철창 속에 가둔 채 수 시간 동안을 방치하는 것으로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또 지난 25일에는 식용 개 판매 시장으로 널리 알려진 모란시장에서의 강제철거가 실시 돼 개식용 영업 상인들과의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때 성남시는 중원구 공무원 등 43명을 동원해  근린생활시설을 무단용도 변경해 설치 운영하고 있는 35㎡의 가설건축물(몽골 천막)과 도축시설 58.24㎡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했다.

하지만 개식용 상인들은 도축장을 다시 원상복귀하고 영업을 강행해 SNS 상의 많은 누리꾼들과 일부 시민들에게 눈총을 사기도 했다.

동물권단체도 이에 힘을 얻듯 지난 24일 한국 동물보호단체 ‘행강’의 회원 30여명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북쪽 마당에서 ‘개 식용 종식을 위한 시민집회’를 열고 개 식용 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행강’(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은 이날에 앞서 지난 17일부터 ‘개·고양 식용 종식 전동연(개를 가축에서 제외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시작으로 현재 ‘정동연’의 참여 인원은 8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작년에도 서울 시청광장 일대에서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행사인 ‘STOP IT 2017 이제 그만잡수시개’ 행사를 열고 “개 식용을 중단하고 동물들의 생명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신현지 기자)
집에 혼자 남은 반려견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사진=신현지 기자)

개고기 식용금지법 찬성 39.7%,반대 51.5%

이처럼 개식용과 관련한 사회적 파장에 한 방송매체가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여론을 조사했다. C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 126명을 상대로 여론 조사를 벌인 리얼미터에 따르면, 

개고기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법에 ‘반대한다’는 51.5%(매우 반대 18.9%, 반대하는 편 32.6%) ‘찬성한다’는 39.7%(매우 찬성 16.1%, 찬성하는 편 23.7%)로 대략 5:4로 개고기 식용에 대해서 우호 여론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어 잘 모른다는 응답은 8.8%였다.

이 집계는 10년 전인 2008년 개고기 식용 합법화에 대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53.2%, 반대 의견이 27.9%로 개고기 식용에 대한 부정여론에 비해 부정이 소폭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개고기 식용 합법화에 대한 연령별로는 20대(찬성 36.9% vs 반대 56.7%), 40대(38.9% vs 54.7%), 50대(35.0% vs 52.9%)에서 반대가 절반 이상이었고, 30대(43.9% vs 48.6%), 60대 이상(43.2% vs 46.3%)은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지역별로는 대전·충청·세종(찬성 28.3% vs 반대 62.1%)에서는 반대가 60%를 넘었고, 서울(38.3% vs 52.0%), 광주·전라(40.0% vs 51.1%), 부산·경남·울산(44.5% vs 50.3%), 대구·경북(39.0% vs 49.8%), 경기·인천(41.5% vs 48.8%)순으로 반대 여론이 다소 우세했다.

이념성향별로는 중도층(찬성 37.0% vs 반대 55.1%)과 보수층(38.3% vs 47.6%)에서는 반대 여론이 우세했고, 진보층(44.6% vs 49.5%)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특히 남성은(찬성 36.5% vs 반대 55.6%)은 반대 여론이 우세했고, 여성(42.9% vs 47.5%)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하게 엇갈렸다.

또한 직업별로는 학생(찬성 33.1% vs 반대 62.5%), 노동직(37.2% vs 61.7%), 사무직(36.1% vs 57.1%)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영업(찬성 42.6% vs 반대 47.2%)과 무직(38.5% vs 42.1%)에서는 오차범위 내에서 찬성·반대 의견이 팽팽했고, 농림어업(54.7% vs 41.4%)과 가정주부(50.8% vs 37.2%)에서는 찬성이 우세했다. 
 

우리만의 식용문화 인정 음성적인 도축과 판매 막는 게 오히려... 

이와 관련하여  25일 개고기 금지법에 따른 본지의 인터뷰에 응한 신정동의 김모씨는 "애완견을 식용으로 하는 것은 문제지만 식용개를 먹는 것은 무슨 문제가 되겠냐.”는 답이었다.

이어 김모씨는 “다른 나라에도 우리가 이해 어려운 식용문화가 있듯 우리나라의 오랜 개고기도 우리만의 식용문화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눈을 의식해 문화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도축과정에 동물학대나 음성적인 거래를 부채질하는 것이기에 오히려 사회적 문제를 야기시킬 소산이 크다.” 고 말했다.

  반려견 식용개 나누는 건 불합리...개식용 문화 개선 필요

개고기 판매장  맞은편의 애완용품점... 매우 아이러니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개고기 판매장 맞은편의 애완용품점... 매우 아이러니하다 (사진=신현지 기자)

반면 마포의 오현수씨는 “개들도 분명 사람처럼 감정을 가진 것인데 소 돼지 먹듯 먹겠다는 것은 솔직히 잔인한 처사다.” 며 “더욱이 식용개와 반려견을 따로 구분하는 것은 사람의 차등을 두고 대하는 그것처럼 상당히 불합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예전 먹을 게 없어 개를 식육했던 문화를 먹을 게 널린 지금까지 지속하겠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인 것이니 이제 개식육 문화는 청산해야 된다.” 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동물보호연합의 한 관계자도 "개는 음식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가족처럼 살아가는 반려동물"이라며, “모든 동물 학대의 시작인 개식용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악습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고기 판매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25일 서울 시내 한 재래시장에서는 개고기 400그램에 8천원에 거래되는 모습이었다. 또 한약재료와 함께 엑기스를 담아 판매하는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판매 상인은 예전처럼 활발한 거래는 없다는 답이었다. “예전 같으면 개고기가 여름이 성수기인데 지금은 별로 찾는 사람이 없고. 대부분 중국인들이 찾는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개를 가족처럼 키우다 보니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지난 23일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6·13 지방선거 후보에게 동물보호 정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각 지자체가 직영 유기동물보호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개식용종식시민연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후보는 많은 정책과 공약을 내놨지만, 동물보호 관련 정책 공약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다"며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많아졌는데도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동물 학대가 만연해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동안 청와대에 접수된 민원 중 ‘반려동물 식용반대’가 1,000 건이 넘는 만큼 이제는 정부가 대답할 차례”라며 “개를 식용으로 하는 나라는 중국, 베트남, 한국뿐이며 개 농장이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과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이 이미 개 식용을 금지했고 이제는 한국이 금지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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