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예·우인철 두 청년 정치인이 제시하는 한국 정치제도의 나아갈 길, 정치판은 한국 사회의 소우주여야 하는데 그게 아닌 정치 생태계, 창당 제도의 불합리함, 선거공영제와 청년 할당제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녹색당 서울시당)은 “50대 이상 국회의원이 83%나 된다. 30대는 1명(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있고 20대는 1명도 없다. 국회에서 다같이 환갑잔치를 해야 할 판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듣고 있던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66세)은 괜히 머쓱해진다. 

정 의원은 토론회장에 들어오자 마자 “신지예, 우인철(우리미래) 후보를 보니까 이제 물러날 때가 됐어. 존재 자체가 엄청난 압박이 되네”라며 먼저 청년 정치인의 존재에 대한 묘한 감상을 표현했다. 

이번 토론회에 초대된 신지예, 우인철 위원장은 직접 겪은 한국 정치의 문제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번 토론회에 초대된 신지예, 우인철 위원장은 직접 겪은 한국 정치의 문제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불사조 포럼(국회 불평등사회경제 조사연구 포럼)이 28일 오전 국회에서 <독과점 정당체계 개혁:장벽없는 정치시장을 위하여>라는 토론회를 열었다. 

신 위원장은 “국회는 한국 사회를 반영하는 소우주인데 어떻게 50대 이상으로만 채워질 수 있는지 개탄스럽다. 사회에는 10대, 20대, 30대도 많다. 숲 안에는 꽃과 풀, 동물들이 서로 얽혀 살아간다. 하나의 종으로만 구성된 생태계는 위험하다. 그러나 한국 정치 생태계는 두 그루의 큰 나무만 덩그러니 있는 풍경”이라며 나이 많은 정치인의 존재 자체가 아닌 그들로만 채워진 정치권의 모습을 지적한 진의를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숲과 생태계에 비유해서 한국 선거제도의 승자독식 구조를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신 위원장은 숲과 생태계에 비유해서 한국 선거제도의 승자독식 구조를 비판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 발제, 토론, 진행까지 공식 발언을 할당받은 인물은 10명이었지만 신 위원장과 우인철 조직위원장(우리미래 중앙당) 두 청년 정치인의 발언이 가장 뚜렷했고 명쾌했다. 

두 사람은 모두 이번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했지만 신 위원장은 1.67%(8만2874표), 우 위원장은 0.23%(1만1599표) 합계로 대략 2%, 10만여표에 이르는 의미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 위원장은 녹색당의 당론에 따라 “네덜란드식 전면적 비례대표제를 주장한다. 지역구 대표 없이 비례대표로만 의회를 구성해 정당 득표율과 국회의원 의석수를 동등하게 하는 것이다”며 이와 달리 한국의 선거제도는 정반대로 전체 후보자들 중 1등 당선자만 승리하게 된다고 대비시켰다. 

후보자별 1등 40%, 2등 30%, 3등 20%, 4등 10%의 득표율을 보였다면 1등은 당선자가 되지만 나머지 60%는 버려진 표가 되어 버린다. 이게 문제라는 것이다. 

네덜란드는 입헌군주제의 의원내각제 정치체제를 갖고 있다. 빌렘 알렉산더 왕이 국가 상징으로 존재하고 실질적인 국가 운영은 원내 정당들의 다수파 연합이 꾸린 내각에 의해 이뤄진다. 현재 네덜란드의 실권자는 마르크 뤼터 총리이고 그는 자유민주당 소속이지만 기독민주당·민주66당·기독교연합 이렇게 4당의 연정으로 내각을 꾸릴 수 있었다. 양원제인 네덜란드 의회는 총 150석의 하원에서 과반 이상이 결집해야 집권이 가능하다(상원 75석은 지방의회에서 간선제로 뽑힘). 2017년 3월15일 치러진 총선에서는 자유민주당 33석·자유당 20석·기독민주당 19석·민주66당 19석·기독교연합 5석으로 결과가 나왔고 원내 2당이 된 자유당은 극우 성향이기 때문에 집권 내각에서 배제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월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2월9일 오후 강원도 용평 블리스힐스테이에서 마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50명의 하원의원은 전부 개방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선출된다. 즉 모든 비례대표 후보들의 리스트가 공개되고 이중에 유권자는 1명에게 투표하면 된다. 대부분 전국 단위의 선거구 명부이기 때문에 전국 거의 모든 네널란드 시민은 똑같은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예컨대 이런 거다. 

△자유민주당 - 1번 후보 a / 2번 후보 b / 3번 후보 c / 4번 후보 d / 5번 후보 e ···· 
△자유당 - 1번 후보 a / 2번 후보 b / 3번 후보 c / 4번 후보 d / 5번 후보 e ····
△기독민주당 - 1번 후보 a / 2번 후보 b / 3번 후보 c / 4번 후보 d / 5번 후보 e ····
△민주66당 - 1번 후보 a / 2번 후보 b / 3번 후보 c / 4번 후보 d / 5번 후보 e ····
△기독교연합 - 1번 후보 a / 2번 후보 b / 3번 후보 c / 4번 후보 d / 5번 후보 e ····

모든 후보들이 받은 표를 집계해서 소속 정당의 득표율로 환산하고 이에 따라 어느 정당의 몇 번 후보까지 당선되는지가 결정된다.
 
신 위원장은 이밖에 정치권 진입의 카르텔 붕괴를 위해 3가지를 제안했다.

①국회 진입장벽 낮추기 및 결선투표제 도입(총선에서 0.03%의 득표율을 기록해도 1석 확보)
②선거법 독소조항 철폐(너무 비싼 후보 기탁금 제도 개선·티비토론 참석 조건 폐지)
③여성 및 청년 정치인 발굴(여성과 남성의 동수 공천 실시·정당가입연령 및 선거권과 피선거권 연령 하향)  

두 번의 창당 경험이 있는 우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두 번의 창당 경험이 있는 우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우 위원장은 두 번의 정당을 창당해본 경험(청년당과 우리미래)이 있다. 우 위원장의 정치 데뷔 계기는 반값 등록금이었다. 2012년 19대 총선의 핫 이슈였고 모든 정당이 공약했지만 현실화는 아직도 요원한 유명무실해진 그 정책 이슈다. 그때 반값 등록금 쟁취를 위해 직접 청년당을 꾸리고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우 위원장은 정치 변화가 더딘 배경을 두고 기득권 거대 정당에 유리한 선거제도를 꼽았다.

우 위원장은 “지난 수 십년 간 진정한 심판은 없었다”며 “자유한국당이 심판받았다”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압축하는 문장은 사실상 현실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발목을 잡아야(집권 세력의 실패를 바라는 야당) 다음에 기회가 돌아오는 승자독식의 양당제를 넘어야 한다”며 “1·2등이 4·5·6등으로 밀려날 수 있고 반대로 4·5·6등이 1·2등이 될 수 있는 선거제도”가 있었다면 현 기득권 정당은 진작 심판받을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우 위원장은 자신의 정치 경험을 곱씹으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는데 크게 5가지다.

①창당 문턱 낮추기(5개 광역단체에서 각 1000명씩 5000명의 당원을 요구하는 부당한 제도 개선·과도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당원 가입 조건 완화·이미 창당된 정당만 온라인 당원 가입이 가능한 정당법 개정)
②진정한 선거공영제(주요 정당에게만 유리한 선거비용 보장 제도 개선)
③정당등록 취소 금지(선거에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정당 등록을 취소하는 제도 철폐)
④거버넌스(직접민주주의 차원의 우리동네 센터장에 대한 직선제 실시)
⑤청년 할당제(50대가 되면 정치권에 데뷔하는 관습 타파를 위해 의무적인 청년 공천제 실시)

한편, 본지 기자는 과거 정의당 최석 대변인에게 정의당이 평화당과 공동 교섭단체(평화와정의)를 구성해서 진보정당 최초로 국회 협상을 경험해봤듯이 녹색당, 우리미래, 노동당 등 원외 소수정당들과의 정례적 모임(가칭 원외정당 연석회의)을 해보는 것이 어떨지 제안한 적이 있었다. 

최 대변인은 정의당 지도부에 건의해보겠다고 답변했고 이날 정 의원과 발제차 참석한 박주현 평화당 의원에게 같은 질문을 해봤다. 

정동영 의원은 원외 정당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선거 연대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박주현 의원은 정의당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동영 의원은 원외 정당 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선거 연대체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박주현 의원은 정의당의 반응을 궁금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정 의원은 “내가 혹시 당대표가 되면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 교섭단체는 물론이고 녹색당·우리미래도 함께하는 선거제도개혁 연대를 한 번 만들어봐야 겠다”며 “오늘 오신 분들 중에 연구소장도 맡아주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자문기구에 지식인 사회와 언론 및 시민사회를 대변해서 같이 참여해서 해보면 어떨까 그런 제안을 해본다”고 답했다. 

진행을 맡은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은 “정 의원께서 약속을 했으니 조직화를 해서 허브가 되주길 바란다”며 토론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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