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 양대산맥’ 동원과 사조의 ‘일감 몰아주기’, 김상조표 재벌 개혁에 ‘풍전등화’?
‘참치 양대산맥’ 동원과 사조의 ‘일감 몰아주기’, 김상조표 재벌 개혁에 ‘풍전등화’?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8.06.2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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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 이하 공정위)는 지난 25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이는 지난 몇 십 년 간 대기업이 자행해온 편법적 지배력 확대를 막기 위한 사익편취 규제에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겠다는 의지로,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본격적으로 재벌개혁의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올해 들어 하이트진로와 효성, LS의 부당지원행위와 관련해 총수 일가를 검찰 고발하고 수백억 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9월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에 신규 편입된 동원산업과, 국내 참치 시장을 동원과 함께 양분하고 있는 사조산업 역시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타겟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할 것”…재벌개혁 고삐 죄는 김상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의 근절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특정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고 대주주 일가는 이 이익을 활용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시각이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한국산업조직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임기 3년 동안 가장 하고 싶은 일을 뽑으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일감 몰아주기'라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이라고 답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분야에서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자 발언의 강도가 더욱 세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맞물려, 공정위 재벌개혁 최전선에 있는 기업집단국은 24일 대기업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비상장사 중요 공시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지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5일에는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재벌개혁 방향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에는 대기업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의 수위를 높여가자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철학을 앞세워 재벌개혁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재동 동원그룹 본사(사진=우정호 기자)
양재동 동원그룹 본사(사진=우정호 기자)

중견회사에서 대기업으로 올라선 동원그룹…‘일감 몰아주기’ 규제망 안으로

이에 지난해 9월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에 신규 편입된 국내 참치 산업 선두주자 동원그룹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타겟 범위 안에 들 것으로 보인다.

불과 1년여 전까지만 해도 동원그룹은 여느 중견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부터 자유로웠다. 이른바 ‘일감몰아주기법’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을 규제 대상으로 정하고 있어서다. 당시 중견기업이던 동원그룹은 규제망 밖에 있었다.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사진=동원그룹 제공)
동원그룹 김재철 회장(사진=동원그룹 제공)

하지만 김남정 부회장의 지휘아래 공격적인 M&A를 거치며 지난해 9월 자산총액 5조원을 넘기며 대기업에 신규 편입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중견’ 타이틀을 막 뗀 동원그룹은 당장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해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동원그룹이 규제망 밖에 있던 탓에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이후 대기업들은 저마다 사업구조 재편, 기업 매각, 오너 일가 지분 처분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규제에서 벗어났다.

한편, 동원 그룹은 지난 2003년부터 그룹 구조재편 작업을 통해 2세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 했다. 창업주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은 현재 동원그룹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24.5%)인 김재철 회장 없이도 충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다시 동원F&B·동원산업·동원시스템즈·동원냉장 등 주요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김남정 부회장 등 오너 일가→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F&B·동원산업·동원시스템즈·동원냉장→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이러한 구조를 바탕으로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부터 일감 몰아주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423억원의 매출을 그룹 계열사로부터 올렸다. 전체 매출(634억원)의 66.76%에 해당하는 규모다.

배당금·상표권 수익 등 지주사 매출이 내부거래액에 포함돼 있고,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주사라는 걸 감안해도 내부거래 비중은 40% 전후로 여전히 규제 심의 대상인 셈이다.

이밖에도 오너 일가가 간접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들도 3곳 포함돼 있다. 동원시스템즈·동원CNS·동원냉장 등이다. 현행법상으론 오너 일가가 간접 소유한 기업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지만 김남정 부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 지분이 94.57%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정위는 최근 오너 일가의 계열사를 통한 간접 소유 주식도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향후 그룹 내에서 규제 대상 계열사가 추가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우선 동원시스템즈는 동원F&B 등에 포장재를 납품하는 회사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지분 80.39%를 보유하고 있다. 동원시스템즈의 2012년 전체 매출 4099억원 가운데 32.55%인 1334억원이 그룹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동원CNS는 현재 그룹 내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계열사다. 당초 동원엔터프라이즈의 100% 자회사였으나 지난해 동원F&B에 매각됐다. 오너 일가의 간접 지분을 희석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15년부터 내부거래율이 급등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에는 92.83%(287억원-266억원)를 기록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100% 자회사인 동원냉장도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참치 냉동 보관창고 운영업체인 동원냉장의 내부거래 비중은 설립 직후인 2012년부터 27.30%(45억원-12억원)였다. 그러나 내부거래 비중과 규모는 2015년 34.86%(166억원-57억원)로 증가했다.

서대문 사조그룹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서대문 사조그룹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일감 몰아주기’로 오너 3세까지 편법 상속 완료한 사조그룹

아울러 참치사업의 다른 축을 담당하는 사조그룹은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이미 ‘오너 3세’로 편법 상속이 사실상 완료됐다.

1971년 설립된 사조는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36개 계열사(국외법인 포함)를 거느린 자산 3조원 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기업으로 상향이 유력한 중견기업이다.

이 그룹의 핵심 회사는 7천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사조산업이다. 그런데 사조산업의 최대주주는 오너 일가가 아닌 사조시스템즈라는 계열사(23.75%)다. 사조시스템즈는 부동산 임대업, 용역·경비업, 전산 등을 하는 비상장사로 대부분 계열사 일감으로 매출을 올린다.

사조시스템즈의 대주주는 장남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40·39.7%), 주진우 사조산업 회장(68·13.7%)이다. 주 회장 부자의 개인회사나 마찬가지다.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상무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사조해표·사조대림·사조씨푸드 등’ 계열사로 이어지고 있다. 지분만 봤을 때 이미 3세로 승계가 완료된 상태다.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사진=사조그룹 제공)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사진=사조그룹 제공)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아버지가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넘겨받는 방식으로 승계를 마쳤다. 주 회장은 2015년 8월과 2016년 10월에 사조산업 지분 75만주(15%)를 사조시스템즈에 팔았다.

또 사조시스템즈는 2015년 12월 사조산업 지분 33만9000주(6.78%)를 보유한 사조인터내셔널과 합병했다. 이렇게 해서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지분은 2014년 1.97%에서 2년 만에 23.75%로 껑충 뛰어 그룹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사조시스템즈는 주식 매입에 약 480억 원을 썼는데, 매입 자금은 일감 몰아주기로 마련할 수 있었다. 1982년 설립된 사조시스템즈는 자본금이 2억7천만 원에 불과했지만 계열사 내부거래로 빠르게 성장했다. 2010~2016년 내부거래 비중이 56~91% 등으로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매출은 2010년 57억에서 지난해 318억 원으로 6년 사이 6배가량 늘었고, 자산도 같은 시기 241억 원에서 1541억 원으로 6배 이상 커졌다. 주 상무가 주 회장의 사조산업 주식 75만주를 물려받았다면 240억 원가량의 증여세를 내야 했다.

하지만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를 이용해 3조 원 대 그룹을 세금 한 푼 들이지 않고 지배하게 됐다. 전형적인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편법 상속이 이뤄지지만, 규제 장치가 미흡해 사실상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김상조 위원장의 ‘일감 몰아주기’ 적극 공략으로 참치로 일어선 동원과 사조 두 그룹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감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 동원그룹과 사조그룹에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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