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 상봉, 농구시합과 아시안게임, 철도와 도로 현대화 등 비군사 교류 활발, 개성공단 재개가 관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근본 불신의 요소인 군사적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남북미가 협상 또 협상하고 있다. 못지 않게 중요한 ‘사람·문화·체육·공공 인프라’ 등 다방면의 남북 교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남북미의 핵심적인 협상 안건은 당연히 북핵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한미 연합훈련 등 군사적인 차원이다. 하지만 군사적 갈등 해소는 궁극적인 목표에 가깝고 이에 이르는 기간 동안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없다. 다른 분야에서 활발히 교류하고 만나야 한다.  

현재까지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농구시합과 아시안게임·철도 공동조사·도로 현대화’ 등 굵직한 합의를 이뤄냈다. 

2014년 2월20일 설날을 앞두고 금강산호텔에서 김용자(68)할머니가 동생 김영실에게 어머니 서정숙씨의 사진을 보여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서정숙씨는 이산가족 상봉을 며칠 앞두고 숨을 거뒀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산가족 상봉은 고령 생존자를 고려해서 시급히 정례화 될 필요가 있다. (사진=통일부)

먼저 남북이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한 규모는 각각 100명씩이고 광복절 전후에 만나기로 했다. 68년 전 6.25 전쟁으로 135만명이 사망했고 450만명이 다쳤다. 그때 헤어진 이산가족이 약 1000만명에 이르렀다. 1953년 전쟁통에 태어난 인물이 대통령(문재인)이 됐을 만큼 이산가족 생존자 5만6890명의 85% 이상이 70대가 넘는 고령이다. 

가족과 생이별을 당한 한을 안고 평생 살아갔고 끝내 만나지 못 하고 눈을 감을 수도 있다. 실제 매년 2000여명이 사망하는 추세다. 남북 정부가 가장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규모가 너무 적어서 안타까운 상황이다. 더 노력할 수 있겠지만 여기에는 북한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몇 가지 있다.

한국 정부는 행정 전산망을 잘 갖춰놓은 편이라 이산가족 대상자를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생존자의 자녀가 직접 부모를 데리고 현장으로 올 수 있다. 반면 북한은 △행정 전산망 미비 △생존자에 대한 숙식을 당국이 해결 △대규모 북한 주민의 남쪽 접촉에 대한 경계심 등 애로사항이 있다. 그럼에도 북한 당국의 전향적인 판단과 우리 정부의 행정적 도움으로 이산가족 상봉은 정례화 돼야 하고 더 큰 규모로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는 체육 교류인데 27일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극적으로 이겼을 때(2 대 0) 온국민이 흥분했다. 스포츠의 힘이다.

당장 농구 시합이 7월4일 평양과 가을철 서울에서 두 번 예정돼 있다. 우리측 방북단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5명의 정부대표, 남녀 농구 국가대표 선수 50명, 기자단 30명, 정부지원팀 15명 총 100명이 7월3일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에 파견될 계획이다. 남북 선수가 섞이는 혼합 경기(평화팀 대 번영팀)와 친선 경기 등 네 번의 시합이 열릴 것이고 혼합 경기 때는 국기와 국가가 사용되지 않는다. 

남북은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때와 같이 8월 개최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공동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남북 체육 당국은 단일팀 종목으로 ‘여자 농구·남녀 카누·남자 조정 무타포어·남자 조정 에이트·여자 조정 경랑급 더블스컬’ 등 6개에 합의했다. 엔트리는 7월10일까지 제출하기로 했다. OCA는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남북 선수단 200명이 공동 입장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남북한을 연결할 주요 철도. (자료=연합뉴스 제공) 

세 번째는 철도와 도로인데 그동안 부산에서 유럽으로 기차타고 가는 꿈만 같은 시나리오가 자주 회자됐었고 이게 현실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가장 자주 이용되는 교통수단이 자동차이기 때문에 북한의 도로가 열리면 누구나 차를 타고 북한에 갈 수 있게 되는데 이것도 첫 테이프를 끊게 됐다.

남북은 26일 동해선과 경의선 철도 현대화를 위해 7월24일 북측 구간(금강산~두만강/개성~신의주)을 공동조사 하기로 합의했다. 특히 경의선 철도 연결구간(문산~개성)과 동해선 철도 연결구간(제진~금강산)을 공동점검 하는 것과 그 역 주변의 신호와 통신을 개설하기로 한 것도 의미있다. 설계와 공사 방법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서 결론적으로 하루빨리 착공식에 들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도로 현대화에 대해서도 남북은 동해선(고성~원산)과 경의선(개성~평양) 구간으로 합의했고 제반시설(도로·구조물·안전시설물·운영시설물)을 국제 표준에 맞게 하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기로 했다. 8월 초 경의선부터 공동조사를 한 뒤 설계와 시공도 함께 진행하고 최대한 빨리 착공식을 열기로 했다. 도로 공사를 위한 선진 기술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철도와 도로는 아직 본격 공사에 들어갈 수는 없고 대북 제재 국면과 맞물려 준비만 확실히 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협력 사업을 진행시켜놔야 북한의 비핵화 조치 단행에 촉진제 기능이 될 수 있고 그래야만 대북 제재가 완화될 수 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2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케이 전자를 방문해 PCB기판 생산 시설 등을 둘러보고 있다. 2016.6.22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이 2016년 6월22일 오후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케이 전자를 방문해 PCB기판 생산 시설 등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무엇보다 가장 큰 남북 경제협력의 키는 개성공단에 달려있다. 전직 통일부 장관 3인(정동영·이종석·이재정)은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가장 먼저 개성공단 재개를 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성공단은 2004년 6월30일 문을 열었지만 박근혜 정권 시기였던 2016년 2월 급하게 폐쇄됐다. 

김진향 이사장(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5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개성공단은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나 미국의 대북 경제 봉쇄 때문에 닫힌 게 아니다. 안보리 제재는 개성공단 자체를 제재하지 않는다”며 “조금 불편할 뿐이고 왜 안보리 제재를 넘으면서까지 하자고 하냐면 평화를 제도화하기 위한 경제 협력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위한 경제였다. 평화적 가치가 51이고 경제적 가치가 49”라고 밝혔다.

안보리 제재는 △회원국가의 금융기관 북한 유입 금지 △석유제품과 가스 유입 금지 △북한 생산 섬유와 봉제제품 반출 금지인데 김 이사장은 “남측 기업들이 개성공단 우리은행 지점에서 돈을 찾아 북한 근로자들에게 임금을 줬는데 남측에서 돈을 찾아 올라가면 우리은행이 북한에 없어도 된다. 가스나 석유제품이 없다고 공단을 못 돌리는 게 아니다. 개성공단은 100% 원 부자재가 남측의 것이 들어가서 100% 완제품이 남측으로 나온다. 섬유와 봉제제품은 개성공단산이 아닌 메이드 인 코리아 즉 북측은 단순히 임가공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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