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달된 서한과 성킴·최선희의 실무 회담, 북한을 의심하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도 신뢰를 유지하는 트럼프 대통령, 남북 해상 경비함 교신 성공, 우리 군부대의 신축공사 유예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싱가폴 선언’ 이후 3주가 지났다. 

북미 간 상호 후속 조치를 위한 접촉 소식이 들려오지 않아서 애가 탔는데 성킴 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극비리에 만났다. 방북이 예고됐던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서한이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에게 전달되기도 했다. 남북의 전방위적인 교류협력과 더불어 군사적 신뢰 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1일 판문점에서 최선희 부상을 만난 성킴 대사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성킴 대사는 6월29일 비밀리에 서울로 왔고 광화문 포시즌 호텔에 머물며 협상팀과 대북 실무 회담을 준비를 했다. 성킴 대사는 1일 아침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최 부상과 만나 2시간 정도 실무 회담을 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이 자리에 잠깐 모습을 드러낸 김 부장은 앤드루 킴 CIA(중앙정보국) 코리아 센터장으로부터 폼페이오 장관의 서한만 전달받고 실무 회담에는 임하지 않았다. 

외신 보도들만 있었지 미국 정부의 공식 확인이 없었던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이로써 기정사실화 된 측면이 있고 일단 성킴 대사는 추가 접촉없이 바로 필리핀으로 돌아갈 것으로 알려졌다.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장이 지난 5월31일 뉴욕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서한에는 원론적인 차원의 북미 신뢰를 복돋는 말이 들어 있을 것이고 실무 회담에서 6·25전쟁 때 실종된 미군 유해의 송환 완료, 검증될 핵 시설 리스트 문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기의 스케줄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 북측은 중국에 이미 요구한 바 있는 대북 제재의 조기 해제를 재차 요구했을 것으로 보이고 이 맛보기 실무 회담이 잘 됐다면 폼페이오 장관은 6일 무난하게 북한에 도달할 수 있다.

장애물이 없는 게 아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와 NBC는 미국 국방정보국(Defense Intelligence Agency)을 비롯 정보라인을 인용해 북한의 핵 탄두 및 주요시설이 은폐되고 있고 비밀장소에서 오히려 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보도에 국무부는 예민할 수밖에 없고 성킴 대사는 이 지점을 대놓고 따졌을 수도 있다.

6월11일 싱가폴에 도착한 폼페이오 장관이 트위터에 리츠칼튼 밀레니아호텔에서 실무회담을 하는 성킴 대사와 최선희 부상의 사진을 올리고 "북미 실무회담은 실질적이고 세부적이었다"고 밝혔다. (사진=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어쨌든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 1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합의를 했고 악수를 했다. 그가 진심이라고 정말 믿는다(I made a deal with him, I shook hands with him, I really believe he means it)”며 최근 불거진 미국 언론의 부정적 보도를 일축했다.

이미 한미는 연합훈련 잠정 중단 조치를 통해 북한에 당근을 준 바 있다. 당근을 주고 비핵화 조치에 서두를 것을 압박한 셈인데 남북 간의 군사적 신뢰 조치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백두산 하나 백두산 하나 여기는 한라산 하나 감명도는?” “한라산 하나 한라산 하나 나는 백두산 하나 감도 다섯” “귀국 감명도 다섯 시험 통신 끝”

1일 서해상에서 남북 해군 경비함은 교신에 성공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일 아침 9시 인천 연평도 부근을 항해하던 해군 경비함이 10년 만에 북측 함정과 교신에 성공했다. 가장 빈번히 충돌해 남북의 화약고로 불렸던 서해는 핫라인 구축을 계기로 더 이상 우발적인 도발을 겪지 않을 수 있게 됐다. NLL(북방한계선) 수역에서의 안전한 어로 활동 및 중국의 불법조업에 대한 남북의 콜라보도 가능해질 수 있다.

같은 날 최전방 DMZ(비무장지대)에 배치된 100여개에 달하는 우리 군 부대는 계획했던 신축공사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는데 ‘DMZ 비무장화’라는 남북 정상 간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최전방 부대가 후방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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