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검찰이 현대자동차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검찰이 현대자동차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대기업에 압수수색 바람이 불고 있다. 검찰은 5일 현대차, 현대건설, 쿠팡 등에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혐의로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 대림 등도 지난 26일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밖에도 삼성, SK, LG, 포스코, KT, 한진, CJ, 부영, 현대백화점, 대우건설 등 30대 기업 대부분이 올해 압수수색을 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 사이에는 압수수색 공포가 휩싸이고 있으며, 기업들에 대한 이 같은 압수수색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상조 표 경제개혁을 완수하기 위해 당분간 이 같은 압수수색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SK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SK 본사 (사진=중앙뉴스 DB)

삼성, 현대, LG, SK 등 압수수색 타겟 된 주요 대기업들

주요 대기업들이 압수수색의 표적이 된 가운데 지난 5일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간부들의 불법취업 혐의와 관련해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쿠팡 등 기업을 압수수색했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 과장급 간부들은 2016년과 2017년 기아차,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쿠팡 등에 상무 급 고문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는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기관·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곳에 퇴직 후 3년간 취업할 수 없다.

특히, 신세계그룹에 이어 현대백화점과 쿠팡도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 범위에 포함되며 대규모 유통업체들 역시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공정위 퇴직간부 한 명이 현대백화점에 1년 전 취업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쿠팡은 지난해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취임한 뒤 이커머스 업체들의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 의지를 밝히며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달 말에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페이먼츠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 바 있으며, 전 공정위 퇴직간부가 신세계페이먼츠에 입사한 과정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 3개월간 경찰, 검찰, 관세청, 공정위, 국토부 등으로부터 동시에 조사를 받은 한진그룹 (사진=중앙뉴스 DB)
약 3개월간 경찰, 검찰, 관세청, 공정위, 국토부 등으로부터 동시에 조사를 받은 한진그룹 (사진=중앙뉴스 DB)

이번 공직자 윤리법 위반 혐의 외에도 올해 대기업들은 다양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에 올랐던 삼성은 올해도 번번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노조 와해 의혹, 다스의 미국 소송 대납 의혹 등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이 압수수색을 받은 횟수는 올해만 20차례에 이른다.

한진그룹은 최근 약 3개월간 경찰, 검찰, 관세청, 공정위, 국토부 등으로부터 동시에 조사를 받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재계 3위 SK그룹의 경우 SK컴즈가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SK컴즈(네이트)는 네이버, 다음 등과 함께 '드루킹' 사건 관련 수사를 받고 있다.

LG그룹도 지난 5월 초 사주 일가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고,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등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수주전과 관련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KT 역시 과기정통위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으로 경찰로부터 분당 본사와 광화문지사, KT커머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받았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상조 표 경제개혁 위한 밑거름이 될 ‘대기업 압수수색’

이번 대규모 압수수색의 배경에는 김상조 표 경제개혁이 있다.
 
공정경제 실현을 이끌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6.13 지방선거 여당 압승 이후 더욱 힘이 실리며 그동안 지지부진 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재벌개혁'의 속도와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달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감몰아주기로 대표되는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와 부당지원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또한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일감몰아주기 해소에 나서지 않을 경우 강도 높은 조사와 제재를 경고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 공시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고 지난 달 24일 밝혔다. 점검 대상은 지난 5월 1일 지정된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 60개 소속 회사 2083개 전체로 ‘대놓고’ 타겟을 재벌로 잡았다. 

공정거래법은 공시집단 소속 회사에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ㆍ비상장사 중요 공시ㆍ기업집단 현황 공시를 반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하면 시정조치와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러한 행적들이 이어지면 이번 압수수색 역시 김상조 표 경재개혁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압수수색에 움츠러드는 대기업

대기업들에 대한 검경의 압수수색이 계속되면서 재계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재계 관계자들은 무차별적 압수수색에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업무지장에 시달리고 있다며 어려움을 한 목소리로 호소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민 입장에서는 기관이 특정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 '뭔가 잘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미지 하락 등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사정기관·권력기관들이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있는 것 같다"며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과 관세전쟁 등 대외적 여건도 나쁜데 국내에서까지 기업을 압박하는 통에 힘들다"고 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거래가 많은 유통업계 특성상 늘 공정거래위원회의 포위망에 속해있다”며 “공정위 퇴직 간부가 취업했다는 자체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규정을 어겼을 시 파장이 커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고충에도 불구하고 김상조 표 경제개혁의 밑걸음이 될 이번 대기업 압수수색은 더욱 바람을 탈 것으로 보이며 다음 타겟 역시 공직자 윤리법 위반 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 퇴직 간부가 재취업해 발생하는 ‘전관예우’와 관련해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공정위 4급 이상 퇴직자의 재취업 결과를 분석한 결과 총 27명 중 18명이 삼성전자, 삼성카드, 삼성물산, 현대건설, 기아자동차, LG, KT, 롯데제과 등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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