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원칙 강화해 삼성생명 특혜 방지, 재벌 자녀라고 온갖 특혜받는 일 방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재벌 대기업은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의식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두 건의 법률안을 발의해 재벌개혁에 나섰다.

박 의원은 5일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소위 말해 ‘삼성생명법 종결판’이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자본은 산업자본의 지분을 일정 한도 이상 보유하면 안 된다(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그 반대로 산업자본도 금융자본의 지분 보유량이 제한된다(은행법). 금융기업은 지분을 다수 보유한 제조기업의 부실에 자금 융통을 쉽게 해줄 위험이 있고, 제조기업은 지분을 활용해 금융기업을 사금고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금융감독원의 삼성전자 관련 결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박용진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지난 3월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금융감독원의 삼성전자 관련 결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박용진 의원.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의 개정안은 보험업법 106조의 2와 4항을 신설한 것인데 핵심 내용은 보험사의 계열사주식보유한도를 계산할 때 기존에 취득원가 기준으로 하던 것을 공정가액으로 변경하고 한도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특히 보험사가 산업자본의 지분을 매각했을 때 발생하는 시세 차익에 대해 손실보전용으로 남용하지 못 하도록 규정했다. 

현행 보험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만 유일무이의 특혜를 받고 있다. 반면 보험 소비자에게는 명백히 불이익을 발생시킨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6일 기준 8.1%(5억815만주/22조8159억원)로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 된다. 즉 금융자본인 삼성생명은 총 자산의 3% 이상을 초과해서 일반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하지만 보험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보험사가 보유한 일반 기업의 주식 가치는 취득원가로 계산된다. 허나 다른 금융사인 카드·은행·증권업은 모두 시가(공정가액)로 계산한다. 현재 주식 가치로 평가해야 하는데 과거 취득 당시의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가치는 취득원가로 계산하면 5386억원으로 삼성생명 총 자산의 0.2%에 불과하지만 시가로 하면 22조8159억원으로 3%를 훌쩍 넘겨 8.1%에 달한다. 박 의원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2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 

박 의원은 “2018년 3월 기준 삼성생명의 총 자산 규모는 약 210조원이고 여기서 3%인 6조 3000억원 이상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면 안 된다. 하지만 사실상 삼성생명은 약 33조원에 달하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도 총 자산이 약 65조원으로 3%인 1조9000억 원을 넘으면 안 되는데 약 5조원에 달하는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며 “현행 보험업법에 따라 이득을 보는 회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단 둘 뿐”이라고 지적했다.

골치아픈 일이 하나 있다.

1990년대 이전부터 현재까지 210만6115명의 보험 소비자가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 상품에 가입했고 삼성생명은 이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할 수 있었다. 삼성생명이 지금까지 그 주식을 사고팔며 거둬들인 차익은 대략 9조7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5월30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 0.45%(1조3000억원)를 매각했고 여기서 발생한 시세차익의 대부분을 주주들(삼성생명의 대주주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배당했다. 하지만 매수 자금의 원천을 제공한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는 배당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이런 부당한 일을 막기 위해 삼성생명이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남긴 돈을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번 개정안에 그 내용을 충실히 반영했다. 

조단위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이 갑자기 매물로 나오면 주식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매각 기한을 최대 7년(5+2)으로 설정해 나눠서 매각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기간동안 법정 지분 한도를 넘어서는 주식에 대해서 삼성생명의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팔아서 남긴 차익에 대해서도 삼성생명이 손실보전 용도로 사용하지 못 하도록 규제했다.

박 의원은 “매각 기한을 7년으로 했지만 사실상 1년 이내에 매각하는 것과 같은 효과(매각 플랜이 발표됐기 때문)가 발생하도록 함으로써 유배당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몫이 많아질 것”이라며 “특히 보험 소비자의 돈으로 재벌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유지되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박 의원은 “지금까지 국회에 계류된 모든 삼성생명법의 종결판”이라고 규정했고 무엇보다 “금융위원회와 협의한 작품으로서 금융위도 보험업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이 언론과 정치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이 법률이 통과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박 의원은 재벌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정치인 중 하나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은 재벌개혁에 가장 적극적인 정치인 중 하나다. (사진=박효영 기자)

박 의원이 발의한 또 하나의 법률은 재벌총수 일가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박 의원은 4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골자는 총 자산 규모 5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의 경우 총수일가와 특수 관계인이 관련 주주총회 안건에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 하도록 하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11조의 5를 신설한 것인데 총수일가는 아래와 같은 안건에 대해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합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한 영업의 양수 또는 양도 △주식의 포괄적 교환 또는 포괄적 이전 △분할 또는 분할합병 △동일인 또는 해당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을 임원으로 선임하는 행위 △동일인 또는 해당 동일인의 특수관계인인 이사의 보수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비단 대한항공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은 1999년(26세) 대한항공에 입사해 7년 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도 2007년(25세) 대한항공에 과장으로 입사해 5년 만에 임원 자리에 올랐다. 조양호 일가의 총체적 위법 사태 속에서 조 전 사장과 조 전 전무도 ‘땅콩회항’과 ‘물컵 갑질’로 한 몫 담당했을 만큼 경영 능력에 의심을 사고 있음에도 단지 재벌의 자녀라는 이유로 고속승진했다.

박 의원은 “이처럼 대기업 총수일가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한 경력이나 능력없이 임원에 선임되는 사례는 없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총수일가의 이익에 부합하는 각종 인수합병 결정에도 제동이 걸리게 된다. 

예컨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 합병 사례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전체 주주의 이익이 고려되기 보다는 소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총수일가의 이익에 맞게끔 의결권이 행사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런 비합리적인 결정은 다수 소액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기도 하고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기도 한다.

홍콩, 싱가폴, 인도는 이미 주주의 의결권 행사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와 직결된 안건일 경우 배제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법률은 없지만 바로 거액 소송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주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안건은 자체적으로 대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관습이 정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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