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고민 ·· ‘정계은퇴’일까? 과거의 ‘과오’
안철수의 고민 ·· ‘정계은퇴’일까? 과거의 ‘과오’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8.07.10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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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스타 정치인으로 주목받은 뒤 7년 만에, 두 번의 대선과 한 번의 서울시장 선거 도전, 가치 표방의 비일관성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우리 당에서 말린다. 정계은퇴 할 나이도 아니고. 짬밥도 아니고 지금 정치 몇 년 했다고 벌써. 아직 정치 신인이다. 짧은 시간에 정치의 맨 중심에 있어서 벌써 피로감 느끼는 분들도 있고 아직도 잘 해라 하고 응원하는 분들도 여전히 있고 이런 상태인데. 저희 당 입장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를 살려야 한다. 은퇴를 막아야 한다. 은퇴한다고 그러면 내가 가만 놔두겠는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0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은퇴를 만류했다. 2011년 최고의 스타로 정치권에 진입했다가 이제 고작 7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은퇴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취지다.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서울시장 선거 두 번의 낙선으로 정계은퇴를 고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것인데 과연 안 전 대표의 정치 인생에 결정적 위기가 온 것일까. 

안철수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시사했지만 정말 은퇴할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9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안 전 대표는 정계은퇴를 시사했다. 안 전 대표의 풀 워딩을 살펴보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겠다. 국민이 다시 소환하지 않는다면 정치에 복귀하지 못 할 것이다. 2012년 9월 무소속 대선 출마 선언으로 정치를 시작한 지 5년10개월이 지났지만 바둑으로 치면 그동안 단 한 번도 제대로 복기를 해본 일이 없다. 이제는 정말 시간을 갖고 나를 돌아볼 때가 됐다.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이 빠른 시간 안에 나를 다시 불러들이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이 나를 다시 부르지 않는다면 정치권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 지난해 5월 대선 패배 직후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권에 도전했던 것은 어렵게 일군 다당제를 지켜야 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한 번 쓴 초식을 이번에 다시 쓴다면 국민이 받아들이지 못 하지 않겠느냐. 당 대표에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 역시 확고한 뜻이다. 정치 일선에서 떠나 국내에 머물지 해외로 갈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 했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리는데 늦어도 8월 안에는 결정할 것이다. 앞으로 누가 당대표가 되더라도 정계개편의 흐름을 거역하긴 힘든 상황이 됐다. 2016년 국민의당 창당 직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국민이 표로 다당제를 만들어줬고 지금도 다당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신념이 사라진 건 아니다. 현행 선거제도가 계속되는 한 다당제를 지키기는 어려워질 것인 만큼 정치를 떠나 있는 시간 동안 다당제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에 전념하겠다.”

(사진=박효영 기자)
숱한 위기와 사건과 마주쳤던 안 전 대표. (사진=박효영 기자)

그동안 안 전 대표는 정치권에서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그만큼 쉼없이 달려왔다. 정말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특히 대선에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을 위협하는 후보가 된 이후 제보조작 사건이 터지고 바로 당대표에 도전하는 등 최근 1년 동안 민심의 이탈을 감지하지 못 했는데 이제는 “국민이 나를 다시 부르지 않는다면 정치권에 영원히 돌아오지 못 할 수도 있다”며 확실히 성찰 중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안 전 대표의 정치 인생에서 뼈아픈 점은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측근과의 결별이다. 안 전 대표는 윤여준 전 장관, 법륜 스님, 김제동씨, 최장집 교수 등 수많은 멘토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송호창 변호사, 금태섭 의원(더불어민주당) 등 셀럽(유명인) 변호사들이 안 전 대표의 정치적 측근으로 곁에 있었지만 멀어졌다. 

물론 최단비 변호사도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후보 캠프 대변인으로 영입됐고 아직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도 있지만. 장 변호사는 당의 서울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리고 지방선거 끝나고 미국 출국 문제로 묘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람을 상대하는 방식을 두고 앞으로 안 전 대표가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은 선거 막판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을 모셨지만 결과는 대실패였다. (사진=박효영 기자)

두 번째는 정치적 결단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다. 안 전 대표는 2013년 4월24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돼 정치권에 데뷔했다. 그때 안 전 대표는 ‘새정치’를 기치에 두고 신당 창당에 애를 썼다. 2014년 1월27일 ‘국민과 함께 하는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를 결성하고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명망가들을 섭외했고 ‘새정치연합’이라는 가칭 당명까지 정했다. 2월17일에는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하지만 현역 국회의원 또는 유명 정치인들의 반응을 끌어내지 못 하는 등 상황이 어려워지자 덜컥 민주당과 합당을 결정해버렸다. 그렇게 안 전 대표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가 됐지만 새정추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사람들(대표적으로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혀 상의없이 결정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결정은 안 전 대표의 정치적 가치 표방이 꼬이게 된 시작점이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주도의 정치 구도를 타파하려 했다면 신당 창당을 했어야 했는데 그걸 도전만 하다가 결국 거대 정당과 합당을 결정했다. 이후 거대 정당에 소속돼 개혁을 추구하려고 맘을 먹었다면 계속 남아있어야 했는데 사실상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의 갈등으로 결국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2016년 2월2일). 

표면적으로는 ‘새정치와 다당제적 가치 →거대 정당의 현실 →다당제적 가치’로 철학과 추구하는 가치의 변화로 중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이지만 세력 갈등과 현실적 돌파구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논란 때 큰 데미지를 입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선 패배 이후 2017년 하반기부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안 전 대표가 강조한 것은 이런 것들이었다. 

제3당이 큰 선거를 앞두고 외연확장에 실패하면 소멸된다. 이 외연확장에는 미래 의석으로 직결되는 지지율과 정치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었는데 특히 영호남과 진보·보수의 통합이 부각됐었다. 민주당과 한국당의 적대적 공존 구조에 균열을 내겠다는 점도 강조됐다. 

하지만 이런 명분의 측면에서 보수 야합이라는 비판이 거셌고 국민의당 내 반통합파의 민주평화당 창당으로 의석수는 반토막 났기 때문에 정당성이 약해졌다. 절차적으로도 충분히 반통합파를 설득하지 못 했고 그냥 밀어붙였다는 원성도 많았다.

2018년 2월 바른미래당은 창당됐지만 한국당과 크게 차별화 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 했다. 한국당처럼 국회 운영을 완전 보이콧 하진 않았지만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드루킹 댓글조작 등 주요 이슈에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을 몰아붙이는 이미지만 부각됐다. 그러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못난 야당으로 한국당과 묶여서 보수 정당으로 각인됐다. 

유 전 대표가 그렇듯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보수적 관점이 대북 정책에서의 강경론으로 나타났고 전국민이 환호하는 한반도 대전환 국면에서 확실히 부응하지 못 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를 칭찬할 땐 칭찬해주고 비판할 땐 비판하자는 새로운 ‘야당론’을 외쳤지만 바른미래당의 대외적 이미지는 강경한 대여투쟁 모드였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을 A라고 했을 때 A는 ‘상호 증오적 감정’과 ‘지역주의’에 기반하고 있다. 어쨌든 새누리당에서 나온 바른정당과 민주당에서 나온 국민의당이 영호남 결합을 이뤘기 때문에 후자는 극복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전자는 실패했다. 1등만 당선되는 단순다수대표제의 선거제도가 상대의 실패를 바라는 정치 문화를 만든 측면이 크긴 하겠지만 바른미래당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유독 혹독했다. A를 극복하겠다고 표방했지만 오히려 공격만 하는 적대적 야당의 모습처럼 비춰지는 것에 무감각했던 바른미래당은 되려 A를 강화하는 측면도 있었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전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을 몰아붙이고 맹공하는데만 올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바른미래당과 안철수 캠프의 서울시장 전략도 이와 맥이 같다. 

문재인 정부의 높은 지지율과 연동돼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지율이 높았는데 안 후보는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적폐 취급하듯이 박 시장을 공격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바닥을 기는 지지율과 악화된 민심이 아니고 연일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고공행진 중이었지만 의식하지 않고 기존의 네거티브 올인 선거 전략을 취한 것이다. 특히 안 후보는 2011년 박 시장에게 지지를 표했고 당선의 1등 공신이었다.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로서 박 시장을 적극 지원했다. 그런데 갑자기 4년 만에 맹공하는 모양새가 서울시민에게 좋게 비춰질 리가 없었다. 이렇게 대여 강경투쟁의 이미지와 네거티브 공세에 올인하는 모습은 낡은 정치의 모습과 전혀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분명 2017년 대선에서 서울 득표율 22.72%(149만2767표)를 얻었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려 52만표가 날아갔다. 지난 1년 동안 ‘대선 패배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태 →바로 복귀해서 당대표 선거 도전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 및 갈등 →대여 강경투쟁으로 치른 선거전’ 등 이렇게 안 후보가 보여준 정치적 행보에 서울시민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이 분명하다.

한 때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대등했었던 대권 주자 안 전 대표가 체급을 낮춰서 출마했지만 더 지지를 못 받았다는 점, 고작 26명의 당선자를 낸 바른미래당의 지방선거 성적표 등 이런 선거 결과는 ‘새정치·합리적 진보와 개혁보수의 결합·다당제적 가치’ 등 이런 것들과 거리가 멀었던 바른미래당의 지난 행적을 반증한다.

안 전 대표의 다음 정치 행보는 어떤 모습일지 주목된다. (사진=박효영 기자)

안 전 대표는 정치 인생 초반에는 새정치와 다당제적 가치를 내세웠지만 그걸 포기했고, 다시 다당제를 내세워 국민의당을 창당했고 바른미래당을 출범시켰지만 끝내 다당제적 가치에 부합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였고 낡은 정치와 차별화를 이뤄내지 못 했다. 

안 전 대표가 마지막 변으로 남긴 “지금도 다당제를 수호해야 한다는 신념이 사라진 건 아니”라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면 공백기에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을 모색하면서 지난날의 행보가 오히려 그에 반하지는 않았는지 뼈아프게 고민해봐야 할 것 같다.

8월 안에 미국에서든 한국에서든 어디에 머무를지 결정하겠지만 이 고민이 없다면 안 전 대표의 공백기는 무의미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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