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장관이 최초 인지한 시점, 문재인 대통령 사상 최초 독립 수사단 구성 지시, 한민구 전 장관의 지시는 확실 그 윗선의 개입 여부, 기무사의 성격과 문건을 봤을 때 친위 쿠데타 분명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정말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고도 후속 조치에 미온적이었을까. 

10일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송 장관은 2018년 3월 계엄령 문건의 존재를 인지했다. 이후 송 장관은 진상조사를 진두지휘하기는 커녕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한겨레의 취재 내용이다. 청와대 관계자 A씨를 인용했는데 3월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송 장관에게 보고했고 이를 충분히 파악했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청와대가 관련 사실에 대해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요청했음에도 송 장관이 머뭇거렸고 전현직 군 장성들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게 부담스러워 그랬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송영무 장관이 10일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발표된 뒤 서울시 용산구 청사에서 관련해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송영무 장관이 10일 문 대통령의 특별지시가 발표된 뒤 서울시 용산구 청사에서 관련해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마침 9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 일정 중임에도 관련 보고를 받고 독립수사단을 구성하라고 송 장관에게 특별 지시를 내렸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0일 이를 브리핑했는데 “이번 사건에 전현직 국방부 관계자들이 광범위하게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고 현 기무사령관이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한 이후에도 수사가 진척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사실상 국방부의 미온적인 대응을 질타하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있었음을 드러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순방을 모두 마친 뒤에 돌아와 지시를 하면 지체된다고 판단한 듯 하다”며 그만큼 중대하고 시급한 사태임에도 국방부의 안일한 인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 했음을 암시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10일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브리핑했고 11일 송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을 애매하게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의겸 대변인은 10일 문 대통령의 특별 지시를 브리핑했고 11일 송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을 애매하게 부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이진우 국방부 부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방부장관에게 계엄령 검토 문건이) 지난 3월 말경 보고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고 그럼에도 왜 4개월이 지나서 알려졌냐는 부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그때 국방부는 자체 법적 검토를 진행해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이 ‘월권’이라고 진단을 내렸는데 이를 곧바로 공개하기 보다 ‘기무사 개혁 TF’의 수술 작업에 좀 더 힘을 실어줄 명분으로 삼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치적으로 오해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부담됐다는 후술이다.

김 대변인은 한겨레의 보도로 후폭풍이 커지자 11일 일단 “청와대가 국방부에 수사를 요청한 사실도 없고 당연히 송 장관이 무시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며 “송 장관이 보고를 받고 지금까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위 등을 놓고 국방부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진화에 나섰다.

전날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과 언론의 보도로 국방부와 청와대의 손발이 맞지 않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형국을 진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지만, 김 대변인은 정확히 청와대가 국방부로부터 보고받은 시점에 대해 “칼로 두부 자르듯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사실관계에 회색지대 같은 부분이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며 애매하게 답했다.

사실상 김 대변인은 청와대에 언제 보고됐는지를 모를 수가 없음에도 언론의 비판과 송 장관에 대한 책임 추궁을 희석시키려는 모양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인도 방문 기간에 계엄령 문건을 처음 보고받은 것은 아니”라면서도 최초로 문건이 보고된 시점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고 신빙성이 없는 답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송 장관이 이번 개각에서 교체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 김 대변인은 “대통령께서 여러 상황을 고려하고 이야기를 듣고 계신 것으로 안다”며 “아직 대통령이 결심하거나 생각의 범위를 좁힌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11일 국방부에서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특별수사단장으로 임명된 전익수 공군 대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1일 국방부에서 송영무 장관이 '기무사 계엄령 문건' 특별수사단장으로 임명된 전익수 공군 대령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찌됐든 독립수사단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고 무엇보다 수사를 완료할 때까지 송 장관에게 일체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독립적으로 철저히 파헤칠 수 있게 됐다. 수사단은 비육군·비기무사였던 군검사로 꾸려지게 된다. 

수사단이 포커스를 맞춰야 할 부분은 청와대를 비롯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사실을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 등 윗선의 개입 여부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의 지시로 문건이 작성됐다는 것이 지금까지 국방부가 파악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계엄령 선포는 명백히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국무총리의 보고 이후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거친 뒤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다.

문건을 최초 공개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SBS <8시 뉴스>에서 “대통령의 재가 없이 안 되는 일을 청와대 모르게 했을 수 있느냐. 추론컨대 청와대가 이런 문건의 작성을 지시했고 보고도 받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재임 중이었던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지만 수사단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 기무사령관은 국무위원인 국방부장관과 마찬가지로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군 내에서 유일한 위치이기 때문이다. 당시 한 전 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이를 얼마나 인지하고 청와대의 누구와 상의했는지 그리고 탄핵 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직무정지 상태였던 박 전 대통령을 대신했던 황교안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또 얼마나 개입됐는지가 수사의 초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조 전 사령관이 황 전 대행이나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계엄령 문건을 보고했는지도 주목되는 지점이다.

임태훈 소장은 이번 문건이 친위 쿠테타라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bs)
임태훈 소장은 이번 문건이 친위 쿠테타라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bs)

역사적으로 기무사의 성격과 문건의 여러 내용들을 종합해봤을 때 친위 쿠데타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1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기무사가 (계엄령 검토 문건에서) 합동수사본부를 운영한다고 했는데 기억하겠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었다. 이것이 계엄 하에서 경찰, 국정원, 검찰을 모두 자기 밑에 두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들을 계엄법 위반이나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문건을 보면 진보를 괄호 열고 종북이라고 해놨다. 그 얘기는 국가보안법으로 다 잡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탄핵이 기각됐으면 문 대통령께서는 지금 DJ(김대중 전 대통령) 때처럼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아야 되는 것이다. 사실 기무사는 작전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 문건의 모태는 다른 곳에 존재한다. 과거 윤석양 이병이 보안사령부(기무사의 전신)의 문건을 폭로하지 않았나. 일명 청명 작전이다. 4.13 호헌 조치(87년 4월13일 전두환 군사정권이 대통령 간선제의 헌법을 개정하지 않고 그대로 지킨다는 선언)에 반발하는 민간인, 재야 인사, 야당 인사를 사찰했고 이런 사람들의 집 구조나 동선 이런 것들을 다 파악해서 조기에 모두 검거하기 위한 작전이다. (당시 위수령 혹은 계엄령이 선포되면 제일 먼저 구속하기 위한 900여명의 명단이 작성됐던 것처럼) 나는 이러한 문건이 분명히 기무사 어딘가에 존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즉 기무사는 평시에 ‘동향 관찰권’이란 명목으로 민간인을 사찰하는데 실제 세월호 유족들도 사찰했다. 함세웅 신부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도 사찰했다.

합동수사본부가 계엄사범을 색출하고 사법처리할 것을 염두에 둔 기무사. (자료=이철희 의원실)

문건 7쪽을 보면 “계엄사범을 색출해서 사법처리”한다고 명시돼 있다. 

임 소장은 “(기무사는 미리 잡아들일 사람을 다 파악해서 계엄령이 선포되면 다) 잡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는 것이 계엄은 국회에서 해제하면 된다(헌법 77조 5항)고 굉장히 나이브한 생각을 하는데 죄송하지만 계엄령이라는 행정명령 발동이 국회의원들이 모이는 시간보다 더 빠르다. 그러니까 새벽 2시~3시 계엄을 발동한다고 생각하면 자다가 다 잡혀간다”며 “문건을 보면 국회의사당에는 20사단 병력 1개 여단을 배치한다. 그래서 여기에 탱크 40대, 장갑차 100대, 무장병력 900명이 배치되면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은 다 잡혀간다”고 강조했다.

계엄령이 선포되면 국회의사당에도 상당한 병력이 출동해 국회의원들을 구속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료=이철희 의원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은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전히 박근혜 탄핵 우려먹기에 나서고 있는 문재인 정권이 이제는 기무사 문건까지 들먹이며 적폐몰이를 계속하고 있다. 기무사가 작성했다는 문건 그 어디를 봐도 계엄령을 발동해 정권을 탈취하겠다는 쿠데타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기무사의 은밀한 문건이 지난주 난데없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배경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물론 “민주당이 주장하는대로 기무사 문건에 계엄령과 쿠데타 흔적이 있다고 한다면 이는 철저하게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문건의 유출과 쿠데타의 흔적이 없다는데에 초점을 맞춰 입장을 발표했다.

하지만 임 소장은 “사실 한국당이 지금 반발할 일이 아니다. 한국당 의원들(중 탄핵에 찬성한 사람)조차도 예비 검속 대상에 있을 수 있다. (같은 당인데 탄핵에 찬성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칼을 얼마나 갈았겠는가. 특히 김 대행도 저러면 안 된다. 본인도 바른정당(탄핵에 찬성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창당)에 있다가 복당했기 때문에 명단에 들어있을 수 있다. 지금 딴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소장은 이 문건이 친위 쿠데타를 모의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 근거에 대해 “친위 쿠데타가 아니려면 몇 가지 알리바이가 있어야 된다”며 △탄핵이 인용됐을 때 친박 시위집단이 폭동을 일으키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 문건에 없음 △기무사가 진보와 보수가 싸워서 폭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단한 점 △박 전 대통령의 탈출 계획이 없다는 점 등 3가지를 제시했다.

만약 기무사가 정말 중립적으로 치안 유지를 고려했다면 탄핵의 ‘기각’과 ‘인용’ 두 시나리오에 맞게 각각 혼란에 대처할 계획이 수립됐어야 했지만 후자는 전혀 없었다. 박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시위대의 난동에 대해서는 진압 대상으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무사의 예단대로 수 십만의 촛불 시위대가 청와대를 공격한다고 가정하면 작전 계획상 국가원수인 박 전 대통령을 수도방위사령부 지하 벙커로 피신시키는 계획이 있어야 했는데 그게 없다. 애초 박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대와 인사들을 제압하기 위한 정치적 친위 쿠데타의 계획이었지 진지하게 치안 불안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서울지방경찰청 6층 601호에 '지도관실'이 있는데 여기에 수방사 군인들이 들락거렸다. (캡처사진=MBC)

10일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에 따르면 실제 기무사는 2014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의 일부 조직을 서울지방경찰청에 파견해 집회시위 정보를 파악하도록 하고 이를 보고받았다. 이때 기무사가 생성한 내부 문건을 보면 “좌파 시위”의 사전 정보를 파악해 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에 실시간으로 제공해서 맞불 집회를 개최하도록 기획했다. 기무사는 이런 짓을 문재인 정부 집권 이후 올초까지도 계속 했다. 계엄령 문건의 존재가 국방부로 보고된 3월에서야 수방사는 해당 조직을 원대로 복귀시켰다. 이런 기무사가 계엄령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는데 국가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중립적인 치안 보호를 위한 것이라고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임 소장은 결론적으로 “문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 문건이라고 봐야 한다”며 “아버지한테 배운 게 다 그런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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